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꿀꿀 Oct 02. 2022

프랑스 칸에서 유치원의 하루를 맛보다

내가 도대체 왜 시간강사를 하기로 했지? 출근하기 싫어!

머리를 쥐어뜯는 고통속에 갑자기 내가 맡았던 반 아이들이 등장했다. 내가 인수인계해드렸던 새로운 선생님은 즐겁게 춤을 추며 댄스대회에 나간다고 사라졌다. 아이들을 보고 반가움에 젖은 동시에 날 보면서 누구냐고 자기네 선생님을 데려오라며 울어대던 우리 반 아이들. 아이들을 실컷 달래다 밤이 되었고, 하루 받을 시급을 계산하다 꿈에서 깼을땐 한동안 출근을 해야하나, 꿈인지 현실인지 자각을 하느라 멍때려야 했던 정말 생생한 꿈이었다.

맞다, 나 유치원 그만두고 퇴사여행왔잖아. 여긴 칸이야.

창문 커튼을 거둬보니   칸의 따뜻한 햇살이 환하게 비추고 있다.

창밖을 보며 잠깐 생각에 빠졌다.

나도 모르게 아이들을 그리워한걸까?

아니면 칸의 숙소가 서울서 자취하던 복층구조와 너무 비슷해서 생긴 일일까?

꿈에서 깨고 여기가 프랑스란걸 깨닫곤 깊은 안심의 한숨을 쉰것을 보니 악몽은 악몽이었나보다.

세수만 하고 아침을 사러 나가보았다. 영화의 도시 답게 칸 영화제의 흔적들이 곳곳에 걸려있다. 한때 영화인을 꿈꿨던 적이 있었는데. 영화를 했다면 혹여나 칸에 와볼 기회가 있었을까? 에이 뭐 영화인이 돼서 칸에 올필요 있나. 지금 이렇게 칸에 왔는걸? 하지만 언젠간 영화 각본을 꼭 써볼거라고 혼자 생각하면서 빵집을 향해 걸었다.

빵집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아침 9시인데 저 많은 빵을 구우려면 도대체 몇시부터 일한걸까? 밥벌이의 고됨은 어딜가나 피할수 없는 운명인걸까 하고 잠시 숙연해졌지만 빵을 건네며 인사하는 직원의 표정은 밝다.

-브왈라! 봉쥬르 오흐부아.

웃으면서 일할수 있다는건 축복이야.

구름을 한조각 탁 떼어 먹으면 이런 맛일까, 싶은 부드럽고 달콤한 슈게트를 한입 베어물면서 생각한다. 이런 슈게트를 웃으면서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축복이지. 이런 슈게트만 만들줄 알아도 평생 먹고살겠다. 난 이런 슈게트 만들 줄도 모르는데 한국가면 뭘 해서 먹고 살지?

모르겠다. 걸으면서 슈게트 5개가 입으로 들어갔다.

빵을 사서 돌아오는 길에 바다에 들렀다. 칸 바다의 파도는 엄청나게 세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파도에 휩쓸릴 것 같다. 차가운 파도가 찰싹찰싹 때릴때마다 정신이 바짝 든다. 유치원꿈이 또 생각난다. 더이상 과거에 매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의미로 애들이 나타나서 날 기억못해준건가 하고 생각해본다.

그래, 여기는 칸이니까! 오늘은 바다에 나와서 하루종일 살을 햇빛에 그을려야지. 칸의 햇빛과 공기와 파도를 온몸으로 맞고 한국에 돌아가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