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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꿀꿀 Nov 19. 2022

수능시험 잘 못봐도 괜찮은 이유

인생은 한 방향이 아니니까

수능시험장에 마중나온 강아지들이 나오는 저녁뉴스를 보며 수능시험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수능을 두번 본 나는, 그 이후에도 몇년간은 수능시험날이 올때마다 유난히 쌀쌀한 공기와 긴장감이 떠올랐더랬다. 그런데 이제는 수능을 본 후로 8년이 지난데다가 주변의 친척동생이고 누구고 다들 대학교 졸업할 나이가 되었으니 수능이 완전히 남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새삼 시간이 빠르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3학년때, 수능시험 가채점을 해보고 집앞의 대학도 못간다는 사실을 깨달았을땐 인생이 망한줄 알고 엉엉 울었더랬다. 수능을 망한 덕에 나는 지원한 대학에 전부 떨어졌고, 그 와중에 그 당시의 꿈이었던(아무도 모르게 원서를 넣었던) 연극영화과까지 역시나 불합격이었다. 재수생활 후, 두번째 수능이 끝나고는 여태껏 인생에서 받아본 중 최고의 점수를 받았고 원하던 대학에 합격했다. 대학에 진학한 직후 안도의 한숨을 쉬었었다. 고3때 지원한 모든 대학에, 특히 연극영화과에 불합격한 것은 너무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연극배우나 연출가가 되기엔 전혀 재능도 소질도 없다는걸 한템포 지나서야 알게되었다. 그땐 그렇게 생각했다.

-연극영화과에 합격했다면, 배고픈데다 재능까지 없는 연극인비스무리한 무언가가 될뻔 했네.

게다가 고3때 대학에 전부 떨어진 덕에 재수를 할수 있었고 재수를 한 덕에 원하던 대학에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그토록 원하던 학교에서 전공이 맞지 않아 또다시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후 원하던 임용고시까지 합격해 기뻤지만 결국 행복하지 않았다.

그때서야 나는 깨달았다. 세상엔 완벽한 행운도, 완벽한 불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행운이 불운이 되고, 불운이 행운이 되고, 관점과 시점에 따라 그 둘을 구분조차 할수 없을 때도 있다. 그후로도 계속해서 상황이 뒤바뀌고, 무수한 변화들이 닥쳐오기도 했다.


그러니 수능에 그렇게까지 목을  필요가 없었던  같다. 이제와 주변을 둘러보면 수능을 잘보든 못보든, 점수에 상관없이 당차게 자기 사업을 하기도, 전혀 다른 전공과 학교로 편입을 하기도, 공무원 시험을 보기도, 회사에 취직하기도 한다. 음대를 나와 개발자가 되고, 배우출신이 선생님이 는 것도 보았다. 그저 모두들 자기 배에 올라타 자신이 가고싶은 방향으로 열심히 노를 저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어차피 수능점수란 상대적인 것이라 잘본 기준도, 못본 기준도  제각각이다. 그러니 잠시 구덩이에 빠졌다는 생각이 들어도 웃으며 에라 잘됐다, 하고 내친김에 누워 낮잠이나 자자 하고 누워버리면 그만이지 않을까. 그리고 어느 길로 갈까 고민도 해보다가, 떠날 때가 되면 비축해둔 힘으로 힘차게 구덩이를 빠져나와 걸어나가면 된다. 그저 웃으면서 씩씩하게 걸어나가며 살면 그뿐인  같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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