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건 대체 어디에서 배워야 하는걸까?
얼마 전 카페에서 컵을 깼다. 내가 깨뜨린 컵 안에는 그 카페의 베스트 메뉴인 크림라떼가 곱게 담겨있었다. 기린목처럼 길고 얇은 유리컵은 나무토막을 댕강 잘라놓은 것 같은 컵받침 위에 올려져있었는데, 워낙 팔다리가 자유분방한 내가 덤벙거리다가 그 컵을 쳐버렸던 것이다. 어김없이 컵이 상 위로 넘어지며 반토막이 났다.
더 비극인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넘어지는 컵을 잡아채려던 나의 의미없는 손짓에 애꿎은 엄지손가락만 희생당했다. 꽤 깊이 베였는지 손가락에서 피가 주륵 흘러내렸다. 사장님이 달려왔다. 나는 연신 죄송하다고 했고, 사장님은 괜찮다며 깨진 컵을 치웠고, 내게 아메리카노라도 드릴까요, 하고 여쭤보셨다. 나는 솔직히 한입밖에 못먹은 커피가 아쉬웠지만 사장님의 그런 친절함에 달라고 대답할 염치까지는 없어서 손사래치며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나는 엉거주춤 일어났다가 다시 앉아 피나는 엄지손가락을 휴지로 감싸쥔 채 생각에 빠졌다.
-어떻게 해야하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선택지 몇개가 있다.
1.유리컵 가격이 얼만지 물어보고 현금으로 드린다.
2.커피 한잔을 더 시켜먹는다.
3.커피에 케잌까지 컵값만큼 팔아드린다.
4.아니면 다른데 가서 새 컵을 사다드린다.
5.일단 손가락부터 치료한다.
우왕좌왕하던 나는 더이상 지혈할 새 휴지가 없다는걸 알아차렸다. 어떡하지? 나는 결국 죄송하다고 한번 더 꾸벅 인사하고 나와 약국으로 달려가 소독을 하고 지혈을 좀더 한뒤 밴드를 붙이고 나왔다.
이제 손가락은 해결이 되었으니 다시 카페에 가서 보상을 해야할까?사장님은 보상은 됐다고 했지만 뭔가 영 찜찜하고 미안한데 이럴땐 어떻게 해야하지? 나는 주춤주춤거리다 친절한 사장님의 얼굴을 떠올리며 민망한 발걸음을 돌렸다. 다시 들어가서 사람좋은 얼굴로 아까 전의 일에 대해 보상을 이야기할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는 집에 돌아와 보통 이럴때 사람들은 어떻게 일을 해결하나 궁금해 인터넷에 검색까지 해보았다. ‘카페에서 컵을 깼을 때’ 하고 검색하자 보상을 해주거나, 사장님이 괜찮다고 하면 자주 가서 팔아주라는 해결책들도 써있다. 다음엔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살짝 자괴감이 든다. 아아, 아직도 이런 문제에 대해 네이버에 의존하는 어른이라니. 햄스터는 무슨 먹이를 제일 좋아하는지 따위를 지식인에 묻던 초등학생 때의 나와 내일모레 서른인 나의 모습이 겹쳐진다.
이제 나도 거의 20대의 극후반에 들어섰다. 우리 엄마는 지금 내 나이때 아기 둘을 키웠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까지도 이런 생활속의 자질구레한 문제에 부딪혔을때 당최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학교를 16년을 다녔는데도 이런 생활 속문제의 가장 이상적인 해결방법은 여전히 알지 못하고 자꾸만 찜찜함이 남는 애매한 선택들을 종종 하고는 한다. 배움은 평생이라는 것에 이런 자질구레한 배움도 포함인걸까?
언제쯤 나는 이런 예기치 못한 사소한 문제들에 아무 고민없이 자연스럽게, 이상적인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는 어른이 될까?
나는 아직도 어른이 되긴 멀었다고 느낀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남들은 결혼도하고 아기도 낳으며 그 아기를 또 어른으로 키우며 사는건지 도통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