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베(스트)프(렌드)가 결혼했다.
친구가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결혼이란 정말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뭐가 그리 준비할게 많은지, 나는 결혼할 사람이 생기면 식은 건너뛰고 그냥 같이 살아야겠다고 생각할만큼 친구는 바빠보였다. 청첩장모임부터 신혼집마련에 성당예식준비까지 척척 해내는 친구가 대단하고 또 대견했다. 그리고 1년 여간의 결혼준비끝에 드디어 친구의 결혼식이 다가왔다.
순백색의 드레스를 입고 웃으며 입장하는 친구를 보자 마음이 울렁거렸다. 내가 키운 자식도 아닌데 왜 그리도 대견하고 감격스러운 마음이 드는 건지. 학교다닐때가 떠올랐다. 쉬는 시간 10분안에 매점에 다녀와야한다며 간식을 먹겠다고 함께 뛰어가던 19살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랬던 내 친구가 다커서 신랑과 함께 어머니께 인사드리는 걸 보면서 눈물이 왈칵 하는 것을 한번 참고, 축사를 하면서 두번 참았다. 친구가 던지는 부케를 받을땐 절대 놓치면 안된다는 사명감으로 받아내고는 사진까지 찍었다.
한편 부케를 손에 쥔 나를 보고 친구들은 이제 6개월안에 결혼 못하면 6년간 못한다고 했다.
-6개월은 이미 글렀고, 6년있다가 갈게.
웃으며 대답하고나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6년 후에도 결혼할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을 모르고 살아온 남과 영원을 맹세하는 약속을 하고서, 남은 평생동안 서로를 목숨처럼 아끼는 가장 절친한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야 할텐데.. 서로가 서로에게 기꺼이 그러고 싶은 사람을 찾기란 정말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그런 행운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리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큰 것으로 느껴진다.
나는 혼자 조용히 있는걸 좋아하는데다 누군가에게 헌신하기엔 하고싶은 일들이 너무 많고, 그런 나자신을 감당하면서 내 한 몸 먹고 자고 챙기는 것만 해도 벅차 종종 낑낑대기도 한다. 이러니 취미생활같은 단순 연애와는 달리 헌신과 희생이 따를 수 밖에 없을 결혼생활을 잘 해내리라는 자신이 도저히 생기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정말 내 전재산, 내 목숨을 떼어주고도 아깝지 않을만큼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때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하곤 한다. 결혼이란 정말이지 충분히 성숙하고 충분히 행복한 두 사람이 운좋게 만나 사랑해야 성공적으로 할수 있는, 차원이 다른 그 무엇같다.
그래서 신랑의 손을 잡고 인사를 하는 친구의 모습을 뭉클하게 바라보며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는 서로가 첫사랑인 초등학교 동창과 8년간 사랑하다가 결혼을 했다. 서로의 어린시절을 알고, 함께 커가는 사랑을 하는 친구가 그야말로 더없는 행운아처럼 보였다. 대견함과 벅참과 부러움과 감동의 감정이 교차했다.
집에 돌아와 꽃병에 잘 꽂아놓은 부케를 살펴보았다. 하얀 작약 꽃봉오리들은 동그스름하고 부드러웠다. 꼭 드레스를 입은 친구의 모습같다. 친구야, 행복만 해. 언제나 인생선배같은 존경스러운 내 친구는 결혼 생활도 분명 잘 해낼 것이다. 마음 한켠에 작약꽃 봉오리의 모습이오래도록 남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