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상쾌한 포기의 맛!
인도 마이소르의 한 요가원에 들어와 하루 12시간씩 요가를 수련한지 정확히 18일째, 나는 요가강사자격증 따기를 포기했다. 수료식까지 딱 열흘간의 수련기간을 남겨두고 배낭을 싸매고 요가원에게 손흔들며 굿바이 인사를 했다.
-함께해서 즐거웠고 다신 보지 말자!
릭샤를 타고 마이소르 시내까지 30분을 달려가는 기분은? 웬 걸, 이토록 상쾌할수가!
그간 요가원생활에 지칠대로 지쳐버린 나는 새로운 숙소에 도착해 먹고싶었던 음식도 마음껏 먹고, 그간 부족했던 잠도 푹 잘 수 있었다. 좀 쉬고나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역시나 아쉬웠다. 정든 친구들과 선생님과 금방 헤어진 것이 아쉬웠고, 다함께 수료식까지 지내며 추억을 더 만들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그러나 아깝지는 않았다. 요가원 방침상으로 봤을때 나는 자격증을 손에 쥐지 못한 중도포기자겠지만, 나에게 18일간의 요가지도자과정은 충분했고, 자격증이나 수료증 또한 결코 아깝지 않았다.
요기니친구들과 함께 요가를 수련하며 깨달은 것이 무엇이냐면, 이 곳의 요기니 친구들은 요가수련을 수단이자 목적으로 삼고 왔다는 것이었다. 온몸이 아프고 심지어 부상을 당해도 꼬박꼬박 수업에 와서 요가를 배우는 그들의 눈망울들은 언제나 열의에 차 반짝거렸다. 나는 그 친구들을 보며 내게 자격증이나 수료증은 더이상 의미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만큼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않는 일을 단지 언젠가 돈벌이가 되겠지, 하는 목적으로 배우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이만큼 배웠으면 됐다는 생각과 동시에 다시 자유로운 여행이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모든 핑계 끝에 결정한 중도포기지만 나는 신기하리만큼 웃으며 나올 수 있었다. 요가원을 나오며 친구들과 애정의 포옹을 했고, 요가선생님들과 사진도 찍고, 그동안 베풀어준 모든 것에 감사했다고 웃으며 말할 수 있었다.
요가원을 떠나며 특히나 친해졌던 인도친구 슈밤은 내게 손키스를 날리며 이런 말을 해주었다.
지원, 요가원은 떠나도 요가는 떠나지마.
요가에 대한 슈밤의 사랑이 느껴짐과 동시에 나를 향한 애정까지 느낄 수 있는 말이었다. 슈밤의 말대로 요가원을 떠나는 것이 곧 요가를 떠나는 것이 되는 것은 아닐테다. 요가원을 떠나도 나는 여전히 요가에서 배운 정신을 기억하고, 요가원에서 가져온 추억을 기억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당장 식사를 하는 양부터도 절반으로 줄은데다가 이따금씩 요가원의 철학수업때 배운 것들을 되새기기도 하고, 잠들기 전엔 아쉬탕가요가도 혼자 수련해보았다. 시간이 지나 그 모든 것을 잊더라도, 선생님이 자신과 인연이 되었던 모든 것은 몸의 한구석에 남아 있다고 했던 그 말처럼 내 몸 한구석엔 이 요가원 생활의 모든 것이 남아있을 것이다.
요가원생활을 하며 배운 것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모든 생명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매일같이 내 자세를 온 힘으로 바로잡아주던 열정넘치던 요기니 친구들, 힘들다는 나를 위로해주고 짜이티를 한잔씩 타주던 선생님들, 산책을 함께 해준 강아지 심바, 무덤덤하게 지나다니던 소들, 든든한 기둥처럼 쭉 이어서있던 나무들, 바닥을 기어다니며 나를 경악하게 했던 거미들과 온갖 곤충들까지도.
성별불문, 나이불문, 종을 불문하고 모두에게 사랑했다고, 기억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은 적은 처음이다. 이런 마음으로 떠났기에 이토록 상쾌한 포기가 가능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다시 후련한 발걸음으로 자유로운 여행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그럼 모두 안녕, 옴 쌴티쌴티쌴티-!
*Om shanti shanti shanti(옴 쌴티쌴티쌴티)는 온 우주와 몸과 마음의 평화를 바라는 힌디어로, 요가수업의 전과 끝에 꼭 따라붙는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