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 댄스의 근본..?
요가가 끝난 후 바다에 가고싶다는 마음으로 다음 여행지를 찾던 내 눈에 들어온 곳은 인도 남서쪽에 위치한 고아(Goa).
‘한국에 제주도가 있다면 인도에는 고아가 있다‘는 유명 휴양지. 인도의 신혼부부들의 신혼여행지이자 배낭여행자들이 한번 오면 일주일은 기본으로 눌러앉는다는, 낙원이라던 그 고아.
지칠대로 지친 내게 휴양은 간절히 필요했고, 나는 고아에 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혼자서 기차와 버스 그리고 릭샤, 비행기까지 타고 650km를 넘게 이동했다. 그리고 도착한 고아 아람볼해변은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었다.
저렴한 가격과 좋은 후기가 가득하기에 예약해놓은 호스텔에 들어서면서부터 나는 심상찮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호스텔 로비에는 요가와 명상수업을 한다는 안내문과 각종 문양의 장식이 가득했고, 한옆의 카페도 마찬가지. 호스텔 마당에는 매트리스 하나가 놓여져 있었는데, 펑키한 머리에 탱크탑과 어지러운 문양의 벙벙한 바지를 입은 여자가 퍼질러 누워 자고 있었다. 호스텔 곳곳에는 'Drug(마약)'를 금지한다는 말이 붙어있고, 6인실인 방에 들어가니 역시나 대낮인데도 자느라 정신이 없는 사람들. 저녁이 되자 여기저기서 뒤척뒤척하더니 사람들이 좀비처럼 일어나 파티에 간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는 우리 호스텔만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길가를 걸으면 거리의 반 이상이 히피족들이었다. 특이하게도 그들은 그들만의 패션이 있는데, 감히 일반화해보자면 이랬다.
특이한 문양의 벙벙하게 대충 걸친 옷
몸을 뒤덮은 문신
각종 악세서리와 온갖 위치에 한 피어싱
비쩍마른 몸, 노출
삭발머리 혹은 레게머리,
요가와 명상
북이나 기타연주,노래부르기에 심취해 있음.
당연히 모두가 이런 것은 아니지만 , 그 어디에서보다 유난히 저 모든 항목을 갖춘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우리네 부모님세대가 온다면 저게 무슨 꼴이냐며 기겁을 하겠지. 그리고 나머지 반절정도는 러시아나 유럽등지에서 온 휴양객들이 차지한다.이렇다보니 거리의 분위기는 발리처럼 자유로운 분위기다. 이토록 사람들이 맨살을 많이 드러낸 것은 인도여행을 와서 처음 본 광경. 해변에서도 역시나 마음껏 비키니를 입는다. 기회를 틈타 나도 간만에 시원하게 비키니를 꺼내입고 호스텔 친구들과 해변을 놀러다녀왔다.
특히나 절정은 한밤의 파티에서였다.
저녁에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가 비치파티에 함께 가자기에 갔는데, 한국의 클럽이나 파티라 하면 보통 지하의 밀폐된 공간에 모여 핸드폰을 하고 있거나 이성을 힐끗거리기에 분주한데 이곳은 달라도 한참 달랐다. 온갖 차림새의 사람들이 다 찢어진 천막 아래에 모여 춤을 추는데, 이건 무슨 해괴망측한 춤일까,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엉덩이로 이름쓰기를 하듯이 춤을 추기도 하고, 문어가 발을 뻗듯이 손을 흐느적거리기도 하고, 해파리처럼 온몸을 통째로 흐느적거리기도 한다. 마치 이 세상에 나와 음악과 춤만 존재하듯. 도대체 이게 무슨 해괴한 광경인가 싶지만 그 누구도 서로의 춤을 신경쓰지 않는다. 춤을 못추거나 잘춘다는 개념은 이곳에 없었다. 춤은 그냥 추는 것. 심해에 들어와 심해어들의 헤엄을 지켜본다면 이런 느낌일까?
그들의 흥미진진한 춤을 보고있자니 나도 춤을 추고 싶어졌다. 일어나 수줍게 흐느적거려보았는데, 역시나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캄캄한 밤하늘엔 별이 한가득 반짝거렸고, 다 찢어진 천막은 바람에 흩날렸고, 리듬에 맞춰 모두가 해괴망측한 춤을 추고 있고, 그 누구도 서로의 춤에 간섭하지 않는다.
아아, 이토록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 순간이 참 오래 기억될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그때 옆에 있던 인도인 친구가 내게 물어왔다.
-너 스모킹 하니?
처음엔 담배를 피냐는 말인줄 알았더니 웬걸, 대마초를 가지고 있단다. 기겁을 하는 내게 친구는 무슨 유난을 떠냐는듯 말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 대마초는 기본이고 약물 하는 사람도 많을걸. 대마초정돈 뭐..아무것도 아니야.
아아, 어쩌면 저 춤의 근본이 .. 그랬구나.
어쩐지. 나는 살짝 민망해져서 자리에 앉았다. 이 차원이 다른 자유영혼 히피들의 해괴망측한 춤을 구경하는 수밖에. 그렇게 밤11시가 되니 파티는 끝이났고, 내일이 없을 것처럼 춤을 추던 히피들은 DJ의 노고에 박수를 쳐주고는 주섬주섬 짐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 그래그래, 저들도 피곤하고 졸리겠지. 웃음이 나왔다. 이토록 낯설고 다른 존재들도 나와 다르지 않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차가운 모래사장을 맨발로 가로질러 숙소로 돌아가며 생각했다. 찢어진 천막 사이로 보이던 한밤의 별들과 저 추고싶은 대로 마음껏 춤추던 사람들이 만들어낸 심해같던 풍경, 그 풍경을 나는 오래도록 잊을 수 없을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