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쿠컴퍼니 Nov 23. 2016

고심 끝에 9V 배터리 해체, 그 결과는 개꿀이었다

지지직 / 9V 배터리 하나로 만든 AAAA 배터리 6개

"이거 나만 질렀어?" 그렇습니다. 직장인은 종종 접신을 합니다. 바로 지름신을 영접하는 것인데요. 지름신을 영접하게 되면 언제나 지름 지름 앓습니다. 신병은 신내림을 받으면 낫는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지름병은 불치병입니다. '쇼핑'이라는 미봉책이 있기는 합니다. 지름 지름 앓다가 지르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됩니다. 하지만 다시 또 다른 무언가를 지르고 싶어 지죠. 병입니다. 정 안 되면 참새가 방앗간 찾듯 다이소라도 찾아들어가 1천 원짜리를 흩날리며 부자가 된 기분으로 나오는 게 직장인의 섭리. 잼 중의 잼은 탕진잼 아닙니까. 그렇게 하루하루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이 쓰는 지름 투병기를 빙자한 쇼핑 제품 리뷰입니다.




음~ 여유로운 오후~ 커피 한 잔과 함께 작업이나 해볼까. 서피스 3 펜과 흰 화면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어...!

... 배터리 없음. 왜 바리바리 싸왔는데 그림을 그리질 못 허누! 어쩐지 준비가 됐더라니.

엉엉엉엉... 안 선생님... 그림이... 그림이 그리고 싶어요...

뭐 배터리 없는 것 가지고 빌빌대느냐. 그까짓 거 대충 편의점에서 건전지 사 와서 갈면 되지...?

음...? 이것은...? AAA도 아닌 AAAA...?! 그렇다. 오늘은 오프라인에서 잘 팔지 않는 AAAA 건전지 구입기 아니 제작기다. 바꿔 말하자면 9V 건전지로 AAAA 건전지 만들기.

딱 봐도 편의점에선 안 팔 사이즈라 이마트 일렉트로 마트만 믿고 갔는데 AAAA 건전지는 통 팔지를 않는 거다. 검색 신공을 발휘해 보니 온라인에서 사면 되긴 하는데 배송료도 배보다 배꼽이고 일단 기다려야 하잖아. 나는 성질이 급하단 말이야. 오늘 그림을 그리고 싶단 말이야. 그래서 온라인에서 검색한 9V 배터리로 AAAA 배터리 만들기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합리화하면서. 난 늘 이렇게 시간과 돈이 더 들 수도 있는 작업을 강행하곤 한다. 배송료 내고 며칠 기다리면 편하게 AAAA 건전지를 집에서 받아볼 수 있는 시대, 배터리를 커터칼로 썰어대는 한 마리 원시인이랄까. 일부 9V 배터리는 열었다가 AAAA 건전지가 아닌 망간 전지 혹은 6LF22라고 표기된 건전지는 사각형의 전지가 들어 있어 우리의 타깃이 아니다. 다이소나 판매점에 그냥 돈을 기부하고 싶다면 저걸 사라. 우리가 사야 할 건 6LR61 9V 건전지다. 가장 만만한 즉 실패해도 덜 거지가 되는 다이소에6LR61 9V 알카라인 건전지를 구입했다. 가격은 2000원.

꼭 종류가 6LR61인지 확인하자. 안 그러면 삽질하고 손만 아프고 AAAA 건전지는 얻지 못하는 대참사가 발생할 수 있으니.

오... 나 9V 건전지 처음 사봐.

일단 벗기고...(?)

아 진짜 큰 실수를 했다. 사람들이 공구를 쓰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어지간하면 공구를 써서 빠르게 벗기자. 나뭇가지 비벼서 불 만드는 느낌으로 10여분 넘도록 칼질했더니 손가락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정말 공구 쓰는 걸 추천한다. 이제라도 온라인으로 살까 싶었는데 너무 멀리 와 버렸다. 칼로도 할 수는 있는데 매우 힘들다. 미친 듯이 연결부위를 자른 후에 일자 드라이버를 넣어서 이리저리 후비고 돌리고 생쇼를 했더니 열려라 건전지! 열.렸.다!

오오... 9V 건전지 안에 이렇게 생겼는지 몰랐다. 신기함.

눈썰미가 좋다면 알겠지만 이 건전지는 일반 AAAA 사이즈 건전지와 다르게 음극과 양극의 볼록하고 오목한 부분이 저런 모양으로 이뤄져 있다. 잘 떼어내는 게 관건. 무턱대고 다 잘라내면 건전지 길이가 짧아져서 기껏 떼어내고도 인식이 되지 않는 참사가 또 발생할 수 있다. 이 작업은 참사 주의의 연속이다.

오 갓. 반씩 잘라내려 했는데. 저 모양으로 뜯어졌다. 인식 안 되면 어떡하지? 일단 길게 뜯어진 금속 부위를 잘 여며서 네모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넣어봤는데... 오!!! 인식이 된다!!!! 건전지가 된다!!!! 통했다!!!! 성공이야!!! 동네 사람들!!! 삽질이 아니었어!!!!...... 저 부분 꽤 날카로우니 베이지 않게 주의하길 바란다. 이 작업 역시도 공구를 쓰는 게 제일 편한데 이미 건전지 벗긴 뒤로 이성을 잃고 반 접어서 좌우로 끼릭끼릭하다가 끊어내서 저 모양이다.

서피스 3 펜에는 AAAA 건전지가 딱 하나만 들어가니 하나만 뜯고 나머지는 아까의 9V 건전지 함에 고이 접어 넣어뒀다. 단 돈 2000원에 AAAA 건전지 6개가 생긴 것이다.

신나서 흥분한 채로 오늘의 리뷰를 마친다. 다시 강조하자면 공구를 써라. 그리고 6LR61 건전지인지 꼭 확인하라. 가끔 알카라인 건전지 중에서 저 모델인데도 안에 AAAA가 없는 제품이 있다고 하니 현재까지 시중에서 가장 실패율이 낮은 건 다이소 9V 건전지다. 그리고 많이 급하지 않으면 온라인에서 사라. 손이 아프다. 하지만 급하게 AAAA 건전지가 필요하거나 저렴하게 AAAA 건전지를 얻고 싶다면 강추한다. 온라인에서 AAAA 건전지 한 알에 700~2000원인 걸 감안하면 이 방법대로 AAAA 건전지를 만들 경우 가격은 한 알에 333.33333원에 불과하니 말이다. 아무튼 삽질한 덕에 그림 작업을 순조롭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글&사진 조랭이 /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일명 지지직) 운영자이자 보기 좋은 회사가 다니기도 힘들다의 주인공. 이 시대 직장인답게 언제나 지름 지름 앓고 있다. 오래 앓다가 한 순간에 훅 지르고 한동안 써본다. 10분 동안 사진 찍고 20분 동안 글 써서 3분 안에 소화되는 리뷰를 지향하고 있다. kooocompany@gmail.com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kooocompany 

보기 좋은 회사가 다니기도 힘들다 매거진 https://brunch.co.kr/magazine/kooocompany 

쿠컴퍼니 브런치 https://brunch.co.kr/@kooocompany


매거진의 이전글 묻겠다. 그대가 나의 흔하지만 좋은 카드지갑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