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되어 다시 찾은 대학가 맥주집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부터는 대학생 시절 자주 찾던 술집들을 가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일단 원치 않게 술을 마셔야 할 상황이 예상보다 많이 찾아와서 취한 걸 느낄 겨를도 없이 막차 혹은 택시를 타고 퇴근하기 바빴다. 왁자지껄한 대학가 술집에 모여 함께 한 잔 할 수 있는 친구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너무나 바쁘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정말 오랜만에 대학가에 있는 작은 맥주집에 들렀다. 직장 동료의 집 근처에 대학교가 있는데, 집에서 한 잔 하고 나와 2차로 술 마실 수 있는 늦게까지 여는 곳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이리저리 걷다가 들어간 곳이라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맥주집. 메뉴판에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맥주가 적혀 있었다. 이럴 경우 맥주 자체가 맛이 없어 이것저것 섞어서 팔 확률이 있다는 걸 우리는 다년간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시킨 병맥주.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각기 다른 술을 시켜놓고는 못 다 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는 대학가 맥주집들의 전매특허. 구석구석 소품들 구경하는 재미, 붙여놓은 메모 읽는 재미가 있다. 회식 때문에 가는 술집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느끼는 게 쉽지 않다.
이날 간 맥주집은 특이하게도 테이블 곳곳에 지구본이 놓여 있었다. 빙글빙글 돌리다 보니 아마도 'Sea of Japan'이라 쓰여 있었을 부분을 누군가 긁어서 'Sea of KOREA'라고 적어놓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대생들 의식 있네~"라는 한 동료의 말에 모두가 공감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