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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컴퍼니 Dec 27. 2016

아트박스에 대형 지름 벌레가 나타났다는 게 사실입니까

지지직 / 아트박스 매장 소소하게 털어온 후기

"이거 나만 질렀어?" 그렇습니다. 직장인은 종종 접신을 합니다. 바로 지름신을 영접하는 것인데요. 지름신을 영접하게 되면 언제나 지름 지름 앓습니다. 신병은 신내림을 받으면 낫는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지름병은 불치병입니다. '쇼핑'이라는 미봉책이 있기는 합니다. 지름 지름 앓다가 지르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됩니다. 하지만 다시 또 다른 무언가를 지르고 싶어 지죠. 병입니다. 정 안 되면 참새가 방앗간 찾듯 다이소라도 찾아들어가 1천 원짜리를 흩날리며 부자가 된 기분으로 나오는 게 직장인의 섭리. 잼 중의 잼은 탕진잼 아닙니까. 그렇게 하루하루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이 쓰는 지름 투병기를 빙자한 쇼핑 제품 리뷰입니다.




그렇다. 왕십리역 크리스피 크림이 있던 자리에 아트박스가 새로 생겼다. 들리는가. 참새가 방앗간에 월세 내고 입주하는 소리가. 통장 잔고가 멸망하는 소리가. 아트박스 아르바이트생이 내 얼굴을 외우는 소리가 들리느냐 말이다. 나는 행거(행복한 거지) 상태였기에 크게 지를 수 없었다. 그러나 개가 똥을 끊는 게 빠르지. 그렇게 레드카펫 여배우들 가슴처럼 영혼까지 끌어모은 돈으로 소소하게 아트박스 매장 털고 온 후기.

폭풍 쇼핑하느라 매장 내부 사진 따위 거의 없고... 어차피 홍보도 아니니까... 그나마 초입에 마우스패드가 귀여워서 찍어둔 샷이 하나 있었다. 행복하자!

매장 오픈 기념으로 일정 금액 이상을 사면 무지 노트를 줬다. 엄청 얇고 종이 질도 별로였으나 지름 벌레가 이런 쓸데없는 리워드를 놓칠 수 없지. 그렇게 무지 노트를 득템. 매장 앞에서 스탬프를 찍어 무지 노트를 꾸밀 수 있는 존이 있었는데... 밥 밥 누구니. 설레잖아.

일단은 소소하게 사랑. 지름은 사랑입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내 손에는 아트박스 사은품 위시한 다양한 잡스러운 아이템이 가득 들려있었다.

되게 쓸데없어 보이는데 퀄리티 높은 스티커. 정신 차리자 2장에 500원, 놀자! 2장에 500원. 수첩이나 노트에 붙여주면 굉장한 트렌드세터가 될 수 있다. 나는 2017년 스타벅스 다이어리 앞장에 붙여주었다. 그랬더니 정신 차리고 놀자가 됨. 올 ㅋ

이런 게 있다는 걸 알고부터 쟁이기 시작한 포켓 스티커. 다이어리 표지 안쪽에 붙여두면 여러모로 쓸모 만점이다. 서류도 끼워두고 명함도 끼워두고 영화표도 끼워두고 영수증도 끼워두고 내 인생도 끼워두고... 뭐든지 끼워둘 수 있다.

은근 잘 안 팔아서 온라인으로 검색해서 사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아트박스가 있잖아? 포켓 스티커는 2000원, 네임카드 스티커는 1800원. 각각 10매, 5매씩 들어 있어서 다이어리가 10권 있지 않은 이상 주변에 나눠주고도 남아서 생색낼 수 있는 오지라퍼템이다.

그리고는 캘리그래피 펜을 잔뜩 샀다. 누가 보면 공병각인 줄. 개당 3000원 이상으로 기억하는데 영수증을 잃어버려서 확실하지는 않다. 분명한 건 온라인이 더 싸다는 것. 이날따라 곧바로 손에 쥐고 싶었다. 지름 벌레가 그렇지 뭐. 아마 내 브런치를 즐겨 보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새로운 펜을 산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터. 그럼에도 펜을 또 산 데에는 아트박스의 악마성이 한몫했는데, 바로 매장 안쪽 제일 눈에 띄는 자리에 캘리그래피 존을 따로 만들어 뒀던 것. 펜텔, 파버카스텔, 제브라 등등 펜 제조사별로 펜들을 종류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놔서 사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이다. 특히 지그는 한 면 전체가 이 회사 펜들로만 채워져 있어서 결국 종류별로 사볼 수밖에 없었다. 원래 하다못해 도넛 사러 가서도 오리지널만 사려다 얼결에 종류별로 다 사는 거 아닌가? 안 그러면 도넛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역시 꽃 중의 꽃은 합리화다. 아아 이미 나는 지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이렇게 자연건조로 잉크가 날아가거나 매일 캘리그래피로 일기를 쓰지 않는 이상 평생 쓰고도 자자손손 물려줄 수 있을 것 같은 캘리그래피 펜들이 생겼다. 조만간 쇼핑에 관한 캘리그래피를 써볼 예정이다. 커밍 쑨.

진짜 지금 당장 쓸데없는데 하트 표정이 귀여워서 계산대 앞에서 산 500원짜리 엽서. 언젠가 도시가스요금이나 전기세를 내려다 500원이 부족해서 땅을 칠지도 모르겠지만 그때 가서 치련다. 일단은 귀엽잖아. 손바닥 1/4 만한 사이즈다. 언젠가 쓸 일이 있겠지. 언젠가. 여긴 이게 문제다. 편의점 갔다가 무심결에 매대 앞에 놓인 껌 집듯이 매대 앞에 집을 거리가 너무 많다. 역시 아트박스 진짜 사장님은 마블리가 아니었어... 악마야...!

후후 드디어 이 후기를 쓰게 만든 아이템이 등장했다. 로드아일랜드 병아리 인형. 가격은 3800원. 자주 쓰는 메신저 이모티콘이랑 비슷하게 생겨서 충동구매했다. 귀엽다. 귀여워. 동어반복. 귀여움. 큐티하구먼.

추락하는 로드아일랜드 병아리에게는 가격표가 있다.

배경은 아트박스 사은품 무지 노트. 가장 마음에 드는 스탬프 동의보감 표지처럼 세로로 찍어서 완성했다. 복세편살*. 참으로 아름다운 단어가 아닌가. 그런데 말이 쉽지 참 쉽지 않다. 세상은 참으로 불편하다. 그래도 일단은 외쳐본다. 복세편살!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나는 지름 벌레~ 어쩔 수 없네~ 저금하고 싶지만~ 모두 떠나가네~ 보통의 리뷰는 물건 하나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면 종결되지만 이건 정말 새로 산 병아리 인형이 귀여워서 자랑하고 싶은데 이거 하나만 올리기엔 애매해서 시작한 리뷰이기 때문에 기승전결 따위 없다. 결국 300년 묵은 철 지난 유행어로 마무리. 그래서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지 안다면 다들 아트박스로 진격하라.

 


글&사진 조랭이 /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일명 지지직) 운영자이자 보기 좋은 회사가 다니기도 힘들다의 주인공. 이 시대 직장인답게 언제나 지름 지름 앓고 있다. 오래 앓다가 한 순간에 훅 지르고 한동안 써본다. 10분 동안 사진 찍고 20분 동안 글 써서 3분 안에 소화되는 리뷰를 지향하고 있다. kooocompa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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