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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컴퍼니 Jan 20. 2017

하다 하다 자석이냐 했는데 써보니 일리 있는 이름이었다

지지직 / 조르지오 아르마니 립 마그넷

"이거 나만 질렀어?" 그렇습니다. 직장인은 종종 접신을 합니다. 바로 지름신을 영접하는 것인데요. 지름신을 영접하게 되면 언제나 지름 지름 앓습니다. 신병은 신내림을 받으면 낫는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지름병은 불치병입니다. '쇼핑'이라는 미봉책이 있기는 합니다. 지름 지름 앓다가 지르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됩니다. 하지만 다시 또 다른 무언가를 지르고 싶어 지죠. 병입니다. 정 안 되면 참새가 방앗간 찾듯 다이소라도 찾아들어가 1천 원짜리를 흩날리며 부자가 된 기분으로 나오는 게 직장인의 섭리. 잼 중의 잼은 탕진잼 아닙니까. 그렇게 하루하루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이 쓰는 지름 투병기를 빙자한 쇼핑 제품 리뷰입니다.

이것은 조르지오 아르마니 립 마그넷이다. 직역하면 입술 자석. 생일 선물로 받았다. 매달 생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 한 커뮤니티에 애인에게 선물을 주는 것과 관련한 글이 올라왔는데 댓글이 많이 달렸다. 글쓴이가 "선물은 어떻게 받는 게 좋아? 서프라이즈로? 아니면 원하는 거 물어봐서 사주는 거?"라고 적었는데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댓글이 "원하는 걸 서프라이즈로 받는 것"이어서 그 혜안에 무릎을 탁 친 기억이 난다. 갑자기 그 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걸 선물 받았을 때 상황이 퍽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하루는 친구가 갑자기 자기가 살 립 제품이 있는데 네가 눈썰미가 정확하니 백화점에 같이 가서 색 좀 봐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날따라 내가 한량인 건 어떻게 알고? 눈치도 없이 훗 내가 또 한 심미안 하지 하고 쫄래쫄래 친구를 따라 백화점에 갔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매장에서 립 마그넷 몇 개를 발라본 친구는 대뜸 나 보고도 테스트를 해보라고 했다. 그때 무심결에 집어 든 게 탠저린 300 컬러였다. 그냥 봤을 때에는 형광기가 좀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발라보니 갑작스럽게 얼굴에 형광등 100개는 켠 듯한 아우라가 생겨나는 컬러였다. 친구가 "어때, 마음에 들어?"라고 묻기에 "오, 촉촉하고 괜찮네"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그럼 이것도 같이 주세요. 생일 선물이야"라고 해서 나는 오랫동안 친구로 지낸 사이였지만 곧바로 고백하고 사랑에 빠질 뻔한 것이었다. 서프라이즈도 박력 터지는 내 친구 최고.

찾아보니 방송인 김새롬이 모델인 제품이다. 강렬한 컬러와 혁신적인 지속력, 즉각적인 밀착력으로 마그네틱 밀착 이펙트를 선사한다는데 아무리 들어도 뭔 소리인지 잘 모르겠고 얘네들이 홍보할 때 쓰는 마그넷 이펙트는 영어로 쓰니 그나마 있어 보이지만 직역하면 자석 효과 대체 무슨 뜻이죠. 하지만 내 입술이 고철이라면 거기에 자석처럼 들러붙는 컬러의 선명함만은 확실히 끝내줬다.

케이스가 예뻐서 좋다. 자고로 립 제품이면 빛 좋은 개살구 노노해. 케이스뿐 아니라 색도 예뻐야지. 그런데 색도 예쁘다.

개봉 후에는 교환과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제 교환과 환불이 불가능해졌다.

립 솔이 지나치게 딱딱하지도 무르지도 않아 펴 바르기에 수월하다. 전체가 솔이면 제품을 머금는 양이 너무 많고, 전체가 실리콘이면 고르게 펴 바르기가 쉽지 않은데 이 제품은 중도의 미학을 안다.

쓸데없이 솜털까지 선명하게 잘 나와서 한 컷 더 올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제품과 제일 비슷한 걸 꼽아보라면 베네피트의 차차틴트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 제품을 선물 받고 유통기한이 지났지만 짐승 같은 용량 때문에 버리지 못하고 끙끙 앓던 차차틴트를 분리수거함으로 고이 보내줬다. 입술 전체에 바르면 떡볶이나 부대찌개 같은 걸 거하게 먹고 나온 사람이 되지만 입술 안 쪽에 톡톡 펴 발라준 후 투명하거나 글로시한 립글로스를 발라 마무리하면 비교적 청순한 코랄 립을 완성할 수 있다. 물론 이후에 보여줄 샘플은 내 입술이기 때문에 그런 청순함을 기대하지는 말고 색감만 보시라. 멋있는 사진 볼 거면 브랜드 화보를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어차피 수지든 아이유든 화장품 광고에서 예쁘게 바르고 나와봤자 그 제품을 사서 바르는 건 일반인인 나잖아?

위는 병색이 완연한 맨 입술. 아래는 이 제품을 연하게 풀립으로 발라준 후의 모습. 회사에서 아프냐는 소리를 듣고 싶다면 맨 입술로 다니다가 퇴근 직전 살포시 립 마그넷을 주머니에서 꺼내 발라주면 어떤 장소에서 누굴 만나든 언제든지 뛰어나가 즐길 수 있는 혈색 있는 얼굴로 손쉽게 변신할 수 있다. 평소 코랄 핑크, 소위 차차틴트 색이 잘 받아서 립 솔의 간지러움과 잠그기 불편한 뚜껑을 감수하면서도 파우치에 넣고 다녔는데 이 제품이 여러모로 더 유용해서(그리고 차차틴트 유통기한이 다 되어서) 요즘 주머니 필수품이 되었다. 이 글은 박력 넘치는 프로서프라이즈감동러 친구에게 바친다.


글&사진 조랭이 /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일명 지지직) 운영자이자 보기 좋은 회사가 다니기도 힘들다의 주인공. 이 시대 직장인답게 언제나 지름 지름 앓고 있다. 오래 앓다가 한 순간에 훅 지르고 한동안 써본다. 10분 동안 사진 찍고 20분 동안 글 써서 3분 안에 소화되는 리뷰를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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