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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컴퍼니 Apr 20. 2017

가벼운, 너무나 가벼운 노트북 그리고 정말 흔한 노트북

지지직 / LG전자 그램 PC 15인치 2016년형

"이거 나만 질렀어?" 그렇습니다. 직장인은 종종 접신을 합니다. 바로 지름신을 영접하는 것인데요. 지름신을 영접하게 되면 언제나 지름 지름 앓습니다. 신병은 신내림을 받으면 낫는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지름병은 불치병입니다. '쇼핑'이라는 미봉책이 있기는 합니다. 지름 지름 앓다가 지르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됩니다. 하지만 다시 또 다른 무언가를 지르고 싶어 지죠. 병입니다. 정 안 되면 참새가 방앗간 찾듯 다이소라도 찾아들어가 1천 원짜리를 흩날리며 부자가 된 기분으로 나오는 게 직장인의 섭리. 잼 중의 잼은 탕진잼 아닙니까. 그렇게 하루하루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이 쓰는 지름 투병기를 빙자한 쇼핑 제품 리뷰입니다.



노트북은 늘 삼성 제품을 써왔다. 그러다 처음으로 LG전자의 울트라 슬림 노트북 그램 PC를 샀다. 그렇다면 나는 삼빠인가? 삼성이 좋아서 그랬다기보다는 대학 들어가며 처음 선물 받은 노트북이 삼성 센스였고, 주변에서 삼성 제품을 많이 쓰다 보니 만져볼 기회가 많아서 자연히 손이 갔다. 그전에 쓰던 삼성 노트북 액세서리가 있으니 새로운 모델을 사서 야무지게 재활용해 보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어차피 노트북 사면 다 새로 살 거면서—도 하면서 말이다. 애프터서비스가 잘 될 거라는 믿음도 있었다. 지금 회사에서 쓰는 노트북도 삼성 제품이다.

LG전자 그램은 충동적으로 샀다. 휴대전화로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갑자기 “노트북을 사야겠다”는 내게 친구가 “너 노트북만 4대째 아냐?”라고 말했다. 나는 태연하게도 “하나는 회사 거니까 3대지”라고 말하곤 바로 결제했다. 신용카드 간편 결제를 개발한 사람은 아마도 지름신의 사주를 받은 게 아닐는지. 역시 단기적인 스트레스 해소에는 지름만 한 게 없다. (그마저도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지르고 싶은 물건조차 보이지 않는 상태가…)

집에는 모니터를 연결해 멀티미디어 감상용으로 쓰는 한성컴퓨터 UX33X, 일명 ‘인민 에어’가 있고 평소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3를 들고 다닌다. 회사 노트북은 사무실에 두고 다닌다. 회사 노트북이 무거워서 일할 때 개인용 넷북을 들고 다녔는데 업무 중에 고장이 나 수리하려고 하니 수리비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회사 노트북이었으면 무상 수리해 드렸을 텐데”라는 말을 듣고부터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개인 노트북을 업무용으로 쓰지 않는다.

그랬는데 요즘에는 LG 노트북 그램을 매일 들고 다닌다. 가볍다 가볍다 말로만 들었는데 정말 가볍다. 그전 모델인 14인치 그램을 만져볼 기회가 있었는데, 가볍고 좋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건 질러야 해”라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는데 이 제품은 15인치인데도 가벼워서 꼭 A4 바인더를 들고 다니는 기분이다. 아 물론 빈 바인더 말고 A4 용지 들어있는 바인더.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여대생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좋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컬러를 어떤 걸로 할까 많이 고민했다. 블랙 성애자라서 스마트폰부터 태블릿 PC, 카메라까지 어지간한 전자제품은 모두 검은색이다. 그러나 이 제품은 그야말로 ‘충동적으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필요하지 않은데도 추가로 사는’ ‘사치품’이었기에 대세인 화이트 컬러로 살까 싶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화이트 컬러 전자기기가 주는 기쁨은 6개월 이상 가지 못한다는 것을. 친구가 말했다. “흰 걸 사면 기쁨은 반년 가겠지만 검은 걸 사면 기쁨이 1년 이상 갈 거야.” 결국 블랙 컬러로 결정. 그런데 만져보니 그레이톤이다. 이 글을 커피숍에서 쓰고 있는데, 맞은편과 카운터 옆자리 대학생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각각 같은 노트북을 쓰고 있다. 둘 다 화이트. 화이트도 예쁘다. 역시 진리의 둘 다인가!

휴대용으로 이렇게 큰 제품을 써본 적이 없어서 펼쳐놓으면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었는데, 눈이 시원하고 멀티 창을 켜놔도 잘리는 부분이 없어서 좋다. 이래서 큰 화면, 큰 화면 하는구나 싶다. 최고의 장점은 가볍다는 것. 다른 단점을 무게가 잊게 해준다. 크기 대비 가볍기 때문인지 키보드 커버를 뗀 서피스3보다도 가벼운 느낌이다. 어댑터도 가볍다. 휴대전화 충전기 수준으로 콤팩트 해서 어댑터 무게를 포함해도 들고 다닐 때 부담이 없다. 비슷한 시기 나온 삼성 노트북을 구입한 사람들이 흉물스러운 어댑터 크기와 무게에 놀라 호환이 되는 이 제품 어댑터를 따로 사서 쓴다고 하더라.

소음이나 발열 문제없고, 배터리도 기대 이상으로 오래간다. 화면 밝기를 30%에 놓고 문서 작성과 인터넷 서핑을 했는데 4시간까지는 무리 없이 쓸 수 있다. 웹캠의 위치가 조금 아쉽긴 한데, (어떻게 찍어도 얼굴이 오징어로 나오는 각도) 베젤을 얇게 만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웹캠은 거의 쓰지 않으니 막아뒀다. 다만 카메라를 자주 써서 SD카드 슬롯이 있는 노트북을 선호하는데 마이크로 SD 슬롯만 있는 건 아쉽다. 키보드는 솔직히 할 말이 많다. 백라이트가 없는 게 아쉽다. 우측 숫자 키패드는 건 호오가 갈리던데,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엑셀 작업이나 숫자 타이핑을 할 일이 많은 사람들은 이 부분에 굉장히 만족하더라.

터치패드는 그저 그렇다. 아니 실은 좀 별로. 키보드는 좌측으로 약간 쏠려 있는데 터치패드는 정중앙에 있어서 글을 쓰다 보면 터치패드를 건드려서 가끔 이상한 곳에 글을 쓰고 있는 경우가 생긴다. 집중해서 글을 써야 할 일이 있으면 펑션키+F5를 눌러 터치패드를 꺼놓고 쓰는 게 속이 편하다. 또한 이 제품은 프리도스 제품이라 OS를 알아서 깔아야 한다. 어지간한 판매업체에서는 추가금을 내면 윈도우를 깐 상태로도 보내주지만, OS를 셀프 설치할 생각이라면 주의사항. 윈도우7이 스카이레이크와 궁합이 아름답지가 않아서 그냥 부팅 디스크를 만들어 설치를 시도하면 무한 오류가 난다. 홈페이지에서 변환 파일을 받아서 조금 더 귀찮은 작업을 해야 제대로 설치된다. 윈도우10이라면 아무 지장 없이 설치된다.

아직까지는 만족스럽게 쓰고 있다. 지인들은 ‘지나치게 가벼워서 떨굴까 봐 겁난다’, ‘마감이 허술해 보인다’고 했으나 에코백에 노트북 하나 넣고 돌아다녀도 어깨에 부담이 없어 좋다. 문서 작성과 동영상 감상, 사진 편집 등의 라이트한 작업을 하기에는 이만한 노트북이 없다는 생각이다. 당분간 또 다른 전자기기에 마음을 빼앗기기 전까지는 열심히 사랑해주려 한다.



글&사진 조랭이 /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일명 지지직) 운영자이자 보기 좋은 회사가 다니기도 힘들다의 주인공. 이 시대 직장인답게 언제나 지름 지름 앓고 있다. 오래 앓다가 한 순간에 훅 지르고 한동안 써본다. 10분 동안 사진 찍고 20분 동안 글 써서 3분 안에 소화되는 리뷰를 지향하고 있다. kooocompany@gmail.com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kooocompany 

보기 좋은 회사가 다니기도 힘들다 매거진 https://brunch.co.kr/magazine/kooo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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