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직 / 데싱디바 매직프레스
"이거 나만 질렀어?" 그렇습니다. 직장인은 종종 접신을 합니다. 바로 지름신을 영접하는 것인데요. 지름신을 영접하게 되면 언제나 지름 지름 앓습니다. 신병은 신내림을 받으면 낫는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지름병은 불치병입니다. '쇼핑'이라는 미봉책이 있기는 합니다. 지름 지름 앓다가 지르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됩니다. 하지만 다시 또 다른 무언가를 지르고 싶어 지죠. 병입니다. 정 안 되면 참새가 방앗간 찾듯 다이소라도 찾아들어가 1천 원짜리를 흩날리며 부자가 된 기분으로 나오는 게 직장인의 섭리. 잼 중의 잼은 탕진잼 아닙니까. 그렇게 하루하루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이 쓰는 지름 투병기를 빙자한 쇼핑 제품 리뷰입니다.
이것은 '데싱디바 매직프레스'라는 물건이다. 프레스 온 젤 매니큐어. 아트가 그려진 인조손톱. 젤 네일의 신세계를 접한 이래로 한동안 꾸준히 가산을 탕진해오던 내게 한 줄기 빛이 되어준 아이템이다. 요즘 이곳저곳에서 광고가 많이 나온다.
가격은 한 통에 10000원 미만. 올리브영과 롭스 등에서 아슬아슬하게 9천 몇백 원에 팔고 있다.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에서도 디자인 일부를 구입할 수 있다. 한창 홍보하는 시즌이라 세 통을 묶어서 20000원이 안 되는 가격에 파는 패키지도 보인다. 물론 난 그것도 샀고.
(참고로 그 세트가 이 세트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데싱디바 두 통을 개봉했다. 한 통에 네일아트가 새겨진 네일팁 30개가 들어 있다. 나 같이 백화점에 가서도 코디할 자신이 없어 "마네킹이 입고 있는 대로 주세요"라고 하는 사람에게 다른 디자인의 두 통을 조합한다는 건 그야말로 상상 불가능이었는데 센스 있는 친구가 컬러 매치를 기똥차게 해줬다.
나같이 성질 급한 사람은 젤 네일을 받으러 가서도 손톱 굽고 있는 시간이 고기 굽는 시간처럼 지루하기만 한데 (그러니 집에서 혼자 매니큐어를 바를 때에는 오죽하랴.) 이건 붙이면 자기들이 광고하는 것처럼 1초 만에 끝나니 아주 해피하다.
프렙 패드라는 게 아세톤 묻은 화장솜이다. 집에서 대충 화장솜에 아세톤 퍽퍽 촵촵해서 손톱의 유분기를 제거한 후 내 손톱에 맞는 팁을 찾아서 붙여주면 작업 끝.
언제나 설명서를 열심히 읽고 작업에 착수하는 나답게 일단 하라는 대로 해보기로 한다.
동봉된 프렙 패드를 깐다.
경건한 마음으로 손톱 목욕재계를 시켜준다.
손톱 크기에 맞는 팁을 하나하나 뒤적이며 찾는 수고로움을 덜고자 작업 시작 전에 크기대로 분류해 뒀다. 특히 친구와 나는 두 통을 가지고 나눠서 붙이기로 했기에 이 작업은 필수다. 한 사람이 같은 크기의 팁을 다 가져가 버리는 불상사가 생기면 안 되니까.
완전히 부착하기 전 대략적으로 원하는 팁을 올려놓고 얼마나 조화로운지, 붙이고 후회하지는 않겠는지, 사진을 찍으면 아름답게 나올 것인지 등등 쓸데없는 고민을 조금 한다.
떨리는 손으로 엄지손톱부터 작업 시작. 뒤에 붙은 비닐을 벗겨내고 손톱 모양에 맞춰 꾹 눌러준다. 양면테이프가 붙어있어 손톱에 떡하니 들러붙는다. 꾹꾹 눌러주면 부착이 더 잘 된다.
오... 굿. 나머지도 착공 들어가야겠다.
오오...
안에 있는 정말 하찮아 보이는 파일로 손톱 끝부분을 갈아서 길이를 조절해주면 되는데 언제 저 손톱만 한 것으로 갈고 앉아 있겠나. 그리고 여러 차례 이 제품을 써보고 내린 결론은 파일로 가는 것보다 손톱깎이로 잘라내고 끝부분만 파일로 다듬어 주는 게 안쪽의 접착제가 밀려 나올 확률도 낮고 더 깔끔하게 정돈된다는 것.
최고 장점은 쾌속으로 네일아트를 완성할 수 있다는 점과 오른손에도 비뚤지 않게 붙일 수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늘 집에서 매니큐어를 바를 때마다 왼손으로 칠한 오른손 손톱은 망했기 때문.
남들은 블링블링 예쁜 거 들고 컨셉샷 많이 찍던데 난 실용주의자라 (일단 주변에 예쁜 것도 없었고) 지인이 최근 번역한 '반미주의로 보는 한국 근현대사'라는 제목부터 어렵지만 읽고 나면 조금 똑똑해지고 어디 가서 아는 척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대단한 제목의 책을 들고 깨알 홍보 컨셉으로 사진을 찍어 봤다. 이렇게 하면 지인이 고기 사주겠지?!
당연히 세상 모든 물건이 그러하듯 단점도 있다. 내가 홍보팀한테 돈 받은 것도 아니고 이거 쓴다고 손톱 몇 개 더 주겠느냐. 기본적으로 이 제품은 가짜 손톱을 양면테이프로 진짜 손톱 위에 붙이는 방식이다. 자연히 완벽하게 들러붙을 수가 없다. 고로 사이가 살짝 뜨게 되는데 그 부분에 필연적으로 먼지가 낀다. 특히 니트 같은 걸 한번 입고 벗으면 끈끈이 사이에 먼지가 낀다. 그때그때 체크해서 빼주자. 안 그러면 손톱에 때가 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머리를 넘기다가 머리카락이 끼는 경우도 있다. 만약 이 제품을 손톱에 부착한 상태로 머리를 넘기다 머리카락이 손톱에 낀 것 같다면 최대한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무심하게 손목의 스냅을 활용해 머리를 쓸어내려주면 만사형통.
요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그간 해온 젤 네일 비용 대비 5분의 1에서 7분의 1 정도 되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예쁜 네일아트를 취향대로 완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만족 하며 다른 디자인도 몇 통 더 구비했다. 다양한 컬러, 다채로운 디자인으로 더 많이 내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결과적으로 네일아트 가서 받는 것만큼 돈을 썼다. 역시 이러나저러나 절약은 불가능한가 보다.
글&사진 조랭이 / 지름 지름 앓는 직장인(일명 지지직) 운영자이자 보기 좋은 회사가 다니기도 힘들다의 주인공. 이 시대 직장인답게 언제나 지름 지름 앓고 있다. 오래 앓다가 한 순간에 훅 지르고 한동안 써본다. 10분 동안 사진 찍고 20분 동안 글 써서 3분 안에 소화되는 리뷰를 지향하고 있다.
쿠컴퍼니 KOOOCOMPANY : 보기 좋은 회사가 다니기도 힘들다 kooocompany@gmail.com
홈페이지 kooocompany.com
네이버포스트 post.naver.com/kooocompany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kooocompany
브런치 brunch.co.kr/@kooo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