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쿠컴퍼니 Apr 29. 2017

배보다 배꼽이 큰 좋은 예인데 왜 이걸 이제 샀나 싶어

지지직 / 빈플러스 전동 커피 그라인더&마이드립 핸드드립 커피세트

제주에서 세 번인가 커피 석션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카페가 있다. 풍림 다방이라는 곳인데 일주일에 여는 날보다 안 여는 날이 더 많아서 갈 때마다 허탕을 쳤다. 마침 풍림 다방 근처 제주 보리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원두를 사서 택배로 보내주신다기에 우왕 해피템 하며 냉큼 감사히 받았다. 참고로 보리 게스트하우스는 일전에 리뷰를 쓴 적이 있다. 제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시끄러운 파티 없고 조용하며 조식이 맛있는데 화장실 깨끗한(핵 중요) 숙소를 찾고 있다면 한 번 고려해보시길. 참고로 이렇게 하고 받는 건 없다. 아니다 내게는 원두가 있어!


보리 게스트하우스&제주 여행 후기 https://brunch.co.kr/@kooocompany/144


글이 산 넘고 물 건너 한라산으로 갈 뻔했다. 자 여기까지는 선물 받은 것이니 지름신이 올 구석이 없겠지? 그렇다면 커피 마실 머그컵이라도 질렀을 것 같은가? 하하 날 너무 물로 봤어. 아뿔싸. 이 촉감 뭐지? 갈지 않은 원두다. 평소 지름력 충만한 이들이라면 뭘 사야 할지 감이 올 것이다. 선물 받은 아이템을 그냥 두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그렇게 오늘 준비한 건 빈플러스 전동 커피 그라인더&스텐 핸드드립 커피세트 리뷰다.


살다 살다 내가 원두 가는 기계를 살 줄이야.


정말 심플한 구성. 뚜껑 열고 여기 원두 넣고 뚜껑 닫고 버튼 눌러서 갈면 끝이다. 물로 절대 씻지 말라고 되어 있다.


하라는 대로 해본다. 한 잔 마실 분량 정도만 테스트 삼아.


그드드드드ㅡㄷ드ㅡㅡ드드드득.


오... 존좋. 30초 이상 돌리지 말라고 되어 있는데 난 쫄보라서 10여 초씩 네다섯 번 눌렀다 껐다 했다. 예전에도 한 번 갈지 않은 원두를 선물 받은 적이 있다. 절구도 없고 비닐에 넣어서 빻을만한 도구도 없어 믹서기를 썼는데 너무 오래 돌려서 원두는 원두대로 지나치게 곱게 갈리고, 갈리다 못해 고무 패킹까지 갈아먹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건 좋잖아. 소음은 좀 있다. 그래도 야밤에 커피 타마시는 사람 거의 없을 거 아닌가. 일반 믹서기 수준의 소음이다. 밤에 마실 거면 낮에 갈아두자.

그 와중에 같은 사이트에서 마이드립 핸드드립 커피세트를 파는 것 발견. 스테인리스 재질 필터는 여러 번 씻어서 쓸 수 있어 경제적이고 종이 필터가 아니라 쓰레기가 없어 환경도 보호할 수 있고 물건 사니까 기분도 좋아지고 통장 잔고도 줄어들고 일석삼조 아닌가 라며 이걸 삼.


드립포트는 선물 받은 거지롱. 이것도 지른 줄 알았지 힝 속았지 헤헤헤헤. (글쓴이의 상태가....?!)

크으 끝내준다. 즉석에서 마실 만큼만 갈아서 내리니 신선함이라는 것이 폭발한다.


커피 맛은 굿. 물론 풍림 다방에서 내려주는 맛과 같지는 않겠지만 꽤 괜찮았다. 원두 그라인더랑 스텐 필터 왜 이제 샀나 싶다. 회사에서 이가 갈리는 일이 있을 땐 집에서 원두 갈아서 내려 마시며 힐링해야겠다. 커피를 집에서 자주 마시는 사람이라면 구매해도 후회 없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스타벅스에서 원두 사고 갈아달라고 하자. 가끔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사지 않은 원두도 가져가서 갈아달라고 요청하면 서비스 차원에서 갈아주기도 한다던데 나는 그런 얘기를 자라 못 하는 타입인지라 묵묵히 집에서 갈 뿐이다. 그럼 이만 저는 묵묵히 방망이 깎던 노인처럼 원두 갈러 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벼운, 너무나 가벼운 노트북 그리고 정말 흔한 노트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