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디자인 #18 : 어떤 책임
주룩주룩 내리는 가을비다
늙은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애처롭다
굵은 빗소리 함께
오늘은 빨래가 잘 마르지 않겠다
그대 생각 또한
쉬이 마르지 않겠다
(유주환, 장마)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는
삼성 이노베이션 뮤지엄(S·I·M)이라는 박물관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얼마 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늙은` 가전제품들과 같은 옛 물건들을
기증받아 전시하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22Q16KJKMG/GD0101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는 사용하던 전자제품들을 바꿉니다.
고장이 날 때도 있고, 새로운 기능에 이끌릴 때도,
디자인이 질려서 일 때도 있죠.
옛 물건들을 모아 전시하는 행위는 단순히 그것을 추억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이젠 더 이상 물건의 늙어감을 기다려주지 않는 시대가 되었음을 방증하기도 합니다.
사람의 눈은 간사합니다.
이쁘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 촌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별로였던 것이 오래 보면 또 괜찮아 보이기도 하죠.
그리고 디자이너는 새롭고 멋진 디자인을 끊임없이 만들어냄으로써
<계획적 진부화>에 일정부분 이바지합니다.
한동안 화제가 되었던 환경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에서는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같은 개개인의 노력은 실상 환경 파괴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하기에
시스템 차원에서의 변화와 규제가 필요함을 역설합니다.
환경을 파괴하는 플라스틱 어망을 만들어내는 어업방식 자체를 개선할 필요가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디자이너 또한 일정부분 환경에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유럽과 중국 등지에서 기록적인 홍수와 산불 같은 재해 소식이 연일 들려옵니다.
이는 어쩌면 우리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절반쯤 건넜음을 지구가 경고하는 것은 아닐까요?
https://www.yna.co.kr/view/AKR20210825047000009?input=1195m
멀지 않은 미래,
디자이너들이 세상을 환경오염으로 파괴하는데 일조한 나쁜 사람들로
자연사 박물관에 기록되지 않길 바랍니다.
https://www.instagram.com/p/CTCpkJ3JvZO/?utm_source=ig_web_copy_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