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디자인 #17 : 어떤 적당함
이번에는 재벌 회장도 못 참는
요플레 뚜껑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요플레>는 떠먹는 요거트 시장의 대표주자입니다.
이러한 컵 요거트의 가장 큰 아이덴티티는 뚜껑을 열었을 때
묻어있는 2g 남짓의 요거트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이 뚜껑에 묻은 요플레- 이유는 모르겠지만 괜시리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저 뿐만이 아닐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뚜껑의 묻은 요플레의 양이 통에 담긴 양보다 더 적다는 점입니다.
약간 모자란 듯한 그 감질맛이 뚜껑에 묻은 요플레를
더 맛있게 느껴지게끔 하는 것 같거든요.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도 가끔 맛보기 한 입이 제일 맛있을 때가 있습니다)
수박바의 빨간부분과 초록부분을 뒤집어버린 <거꾸로 수박바>처럼
조금만 먹을 땐 무척 맛있게 느껴지던 것이, 그것만 양껏 먹으면 금방 물려버릴 때가 있습니다.
과하면 독이 된다는 말처럼, 적당한 균형감이 필요하단 교훈일테죠.
(월드콘 꼭다리만 모아뒀다는 머디바이츠라는 수입과자도 금방 물릴 지 궁금하네요)
그런 의미에서 요즘의 가전제품 디자인 트렌드 또한
이 <적당함>을 점점 갖춰가는 것 처럼 보입니다.
소비자가 구매할 가전이 집이라는 공간에서 주연이 될지, 조연이 될지를 잘 생각해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고 있는 것 같거든요.
원 디바이스 인 멀티유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지만,
때론 필요한 기능과 디자인의 균형감을 갖춘 제품들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바야흐로 융복합의 시대,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여러 역할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적당함, 균형감을 찾아낼 수 있는 시선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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