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뮈는 죽었다. 자동차 사고로, 1960년 1월 4일, 나무를 들이박으며, 쾅!
일전에 그는 “자동차 사고로 죽는 것보다 의미 없는 죽음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엔 지갑, 펜, 메모지 같은 것들이 있었다.
사용하지 않은 파리행 전철 표가 있었다.
유작으로 미처 완성하지 못한 <최초의 인간>이 있었다.
만약 기요틴 위에 누워 있었다면
몇 초간의 적막 후 목이 잘릴 것이란 걸 예감한다면
그 예측가능성에 지배된다면
그는 어떤 쾌감을 누렸을까.
그러나 예감은 틀렸다.
생각이 비집을 틈 없이, 죽음을 맞이할 여유 없이,
본능만이 육체를 지배할 때
쾅! 하고 죽어버렸다.
가끔 글 쓰는 것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
무의미한 언어, 무의미한 인물, 무의미한 이야기, 무의미한 문장, 무의미한 삶과 죽음…
인생이라는 무용한 공백을 채우려고 애쓰다 보니 카뮈를 추억하게 된다. 그는 행복한 시지프를 상상했지. 바위를 다시 굴려 올릴 생각에 자못 가슴이 벅찼겠지.
가능하다면 아름다운 허구를 꿈꾼다. 부조리 앞에서 시지프처럼 영웅이 되고자 했던 그를 떠올린다. 불가해한 삶과 죽음 앞에서 카뮈를 떠올린다. 카뮈의 죽음을 떠올린다.
내 삶과 죽음은 어떤 가치를 지니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