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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AI 부정행위가 말해주는 현실

by 몽땅별

최근 연세대 시험에서 인공지능(AI)을 사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이를 목격한 교수는 학생들에게 “0점 처리를 하겠다”고 엄중 경고했다. 그러나 이 사안을 학생들의 도덕적 책임으로 떠넘기면 본질은 흐려진다.

이번 사건은 도덕의 문제가 아니다. 약 600명의 학생들이 비대면으로 시험을 보고, 모니터와 화면, 손이 나오는 영상을 제출해야 했다. 평가 방식 자체가 이미 한계였다. 사실상 학생들의 양심에 의존한 시험이었다. 감독은 부실했고, 관리체계는 허술했다. 그 자체로 ‘부정의 유혹’을 유발했다.

아이러니도 발생했다. 해당 수업은 생성형 AI를 배우는 수업이었다. AI를 가르치면서 정작 시험에서 AI 사용은 부정하다니. 모순이다. AI를 배우되, AI를 쓰면 안 되는 교육. 이번 연세대 평가방식은 대학의 인식이 기술 발전을 놓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미 AI는 암기력 싸움에서 평균적 인간을 압도했다. 26일 <블로터>가 주관한 AI 콘퍼런스에서 최윤석 한국MS(마이크로소프트) 테크PM은 “최신 AI 모델이 지능지수(IQ) 140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2026년도 수능에서 오픈AI의 Chat-GPT 5.1모델은 450 만점에 435.5점을 기록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대학은 여전히 ‘얼마나 외웠는가’로 학생을 평가한다. 학생에게는 ‘휴대전화만 꺼내도 부정행위’, ‘AI 활용이 적발되면 F학점’ 등의 규제가 반복된다. 대학의 평가 방식이 기술 발전과 충돌한다.

학습의 중심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어야 한다. 학생이 어떤 사고를 거쳐 답을 추출했는지, 무엇을 이해했고 어디에서 막혔는지,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가 더 중요하다. 단순 암기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학생의 다면적 역량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

앞으로는 정답 맞히기식의 ‘결과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구술시험, 대면 발표, 실시간 토론 등의 ‘과정 중심’ 평가로 이어져야 한다. 과정 중심 평가는 리더십 역량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하버드 연구에 따르면 리더십 역량과 AI 에이전트 활용 능력의 상관 계수가 0.81로 나타났다. 상관 계수가 높을수록 두 변수 사이에 통계적 연관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0.81은 높은 수치다. 즉 리더십 역량이 높을수록 AI도 잘 다룬다는 뜻이다.

AI는 적이 아니다. 우리의 작업 방식과 사고 틀을 바꾸는 친구다. 금지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쓰게 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대학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여전히 정답 맞히기식 시험에 머무르는 순간, 대학은 학생을 길러내는 공간이 아니라 AI와 경쟁하는 장소로 전락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암기력이 아니다. 사고력, 판단력, 질문력이다. 시대의 변화보다 느린 교육은 결국 학생을 뒤처지게 한다. 지금 대학이 필요한 것은 학생의 도덕성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려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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