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개미들의 레버리지 광풍…누가 개미를 이렇게 만들었나

by 몽땅별

"삼성전자로 30% 먹음. 개이득." (친구 A)

"30% 갖고 자랑하네. KORU(코스피 지수 3배 추종 ETF)나 사셈. 그걸로 원금 두 배 불렸다." (친구 B)


몇 달 전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오간 대화다. 친구들은 ‘수익률’만을 좇아 주식에 뛰어들었다. 세간에서는 이를 두고 ‘야수의 심장’이라 부른다.


이는 비단 친구들만의 사례가 아니다. 이른바 ‘개미’라 불리는 한국 소액주주 대다수는 고위험 투자에 쏟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올해 10월 29일까지 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상장지수펀드(ETF) 중 2위는 소위 ‘곱버스’라 부르는, 코스피 지수를 2배 역방향 추종하는 'KODEX 선물 인버스 2X'가 꼽혔다. 순매수 금액은 1조9693억원으로 2조원에 육박했다.


미국주식투자자(서학개미)의 미국 ETF 매수 순위를 살피면 레버리지 쏠림 현상은 더 뚜렷하다.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이 매수한 미국 ETF 1·2·4위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 추종하는 ‘SOXL’, 테슬라 주가를 2배 추종하는 ‘TSLL’,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 역방향 추종하는 ‘SOXS’였다. 나아가 상위 10개 중 6개 종목이 레버리지 혹은 인버스 상품이었다.


인터넷상에서는 이러한 개미들을 두고 ‘레버리지 종족’이란 우스갯소리가 돈다. 이 표현엔 정상적인 지수 추종 ETF 대신 2배, 3배의 레버리지 ETF를 사는 것이 당연해진 풍조를 비꼬는 의미가 담겼다.


레버리지 ETF는 투자한 원금에 비해 차입 효과를 일으키기에 투자 방향만 맞는다면 큰 이익을 누릴 수 있다. 다만 방향이 틀리거나 주가가 횡보하면 음의 복리효과가 발생한다. 실제로 10월 29일 기준 코스피 곱버스의 올해 누적 수익률은 마이너스(-) 71.98%를 기록했다.


레버리지 ETF는 수익률만큼 위험도가 증폭하는 양날의 검이다. 다만 개미들이 이러한 위험성을 모르는 게 아니다. 문제는 이를 알면서도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강박(FOMO·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빠져 높은 수익률을 쫓게 되는 환경이다.


이들이 레버리지 ETF에 몰리는 원인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근로소득만으로는 내 집 마련은커녕 미래도 불투명하다’는 구조적 불안과 ‘남들보다 더 벌어야 인정받는다’는 경쟁 압력이 뒤섞인 데서 기인한다.


여기에 평균을 과장하는 '평균 올려치기' 문화가 기름을 부었다. 사회 전반에 (근거도 불분명한) ‘나이별 적정 자산 기준’이 퍼지면서, 이 기준에 미달하는 개미들은 스스로 패배자라고 규정했다. 결국 이러한 사회적 압박이 장기 투자가 아닌 단기 고수익을 부추기는 식이다.


그럼에도 사회 구조에 대한 비판은 미진하다. 원인은 늘 “고수익 투자만을 추구하는 개미 탓이다”는 개미 책임론에 그친다. 레버리지 투자를 해야만 겨우 따라잡을 수 있는 사회 문제는 외면한다.


최근 친구들의 카카오톡 단체방은 조용하다. 코스피 4000선이 붕괴하고, 주가가 추락하면서 수익률 자랑은 자취를 감췄다. 남은 것은 씁쓸한 조소뿐이다. 패배자 개미끼리, 그저 한마디를 던질 뿐이다.


“물렸냐?” (친구 A)

“어, 많이.” (친구 B)


다만 개미들이 눈물을 삼킨 자리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정말 개미들 탓일까?” 이제 사회가 답할 차례다.


자산 증식을 위해선 '한탕 투자'가 필수가 돼 버린 사회. 이 구조에 대한 반성이 선행해야 하지 않을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연세대 AI 부정행위가 말해주는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