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시광교회 목사는 2011년 교회를 개척해 청년 중심의 공동체로 성장시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유튜브 채널 '잘믿고잘사는법'에 출연하며 젊은 성도들의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현재도 여러 방송과 외부 집회에 참석하며 활발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배경이다. 그는 과거 성락교회 대학선교회(CBA) 선교사 출신이었다. 한때 누구보다 교회를 사랑했던 그가 떠나야 했던 경험이 내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와 화상 대담을 나누며 느낀 감정을 이 글에 담고자 한다.
시작하기에 앞서 오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이 목사가 '잘믿고잘사는법' 출연 당시 성락교회를 일방적으로 비방했다는 시각이다. 대담을 통해 마주한 진실은 달랐다. 이 목사는 성락교회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했던 부분은 편집되고, 부정적인 내용만 방송에 담겼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1997년 학번으로, 스무 살부터 성락교회 청년 공동체 CBA에 몸담았다. 교회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그는 3년간 선교사 직분을 수행하기도 했다. 시광교회 개척 멤버 역시 모두 CBA 출신일 정도로, 성락교회는 그에게 각별한 곳이었다. 떠날 때도 공동체를 미워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고통스러웠다고 그는 회고했다.
3년간 선교사로 헌신했던 그가 교회를 떠난 이유는 '신학적 소신' 때문이었다. 성경과 성락교회 특유의 교육 체계인 베뢰아를 비교하던 중, 베뢰아가 성경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마틴 로이드 존스 등 장로교 신학을 접하면서 그것이 성경에 더 가깝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신학적 양심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하고 교회를 떠난 그는 이 과정이 내내 고통스러웠다고 답했다.
인터뷰에 앞서 사실 나는 그의 설교를 끝까지 직접 본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숏폼 콘텐츠를 본 것이 전부였다. 다만 짧은 분량 너머로도 진정성이 느껴졌다. 대담 도중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숏폼으로만 보면 좋은 설교처럼 보일 수 있지만, 바깥에 보이는 모습과 실제는 다를 수 있다"며 스스로를 낮췄다.
원고 없이 유창하게 설교하는 능력에 대해서도 "자신이 남들보다 거룩하거나 성령 충만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기억력과 상상력 같은 은사(재능)일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과거 성락교회는 김기동 목사의 뛰어남과 교회의 위대함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 목사 역시 당시의 그러한 분위기를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그의 주된 관심사는 교계의 화려한 명성이나 교회의 외형적 성장이 아니었다.
그는 "하나님이 사람이 되셔서 인간이 겪는 모든 고통을 실제로 겪으시고 낮아지신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이 자신의 가장 큰 열정이라고 했다. 거창한 비전보다 하나님이 맡겨주신 가족과 시광교회 성도들을 사랑하며 섬기는 것에 삶의 목표를 두고 있다고 답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오히려 내게 성락교회의 현황에 대해 물었다. 나는 "과거 개혁파와 원로파 간 갈등이 극심했지만 현재는 휴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혁파는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려다 신앙이 다소 연약해졌고, 원로파는 똘똘 뭉쳐 결속력을 다지고 있지만 자기만의 틀에 갇힌 것 같다"는 솔직한 견해도 덧붙였다. "양측 모두 지금은 서로 덜 신경 쓰고 각자의 신앙생활을 유지하는 분위기"라고도 전했다.
그는 내 믿음에 대해서도 물었다. 나는 내 신앙의 현주소를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모태신앙으로 교회 공동체 안에서 활동은 하고 있지만, 정작 내면에는 신과 믿음이 없는 사실상 '가나안 성도'나 다름없음을 고백했다.
그러나 이 고백은 뼈저린 회개나 믿음 없음에 대한 절망섞인 괴로움이 아니었다. 믿음이 없다는 사실조차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는, 무감각하고 담담한 나의 현재 상태를 건조하게 전했을 뿐이다.
이 목사는 이러한 나의 상태를 섣불리 훈계하지 않고 조용히 들어주었다. 현재 시광교회는 장로들의 각별한 염려로 소통 체계를 거치지 않으면 외부 일정을 잡기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일면식도 없는 청년의 갑작스러운 대화 요청에 그는 30분 남짓 시간을 내어줬다.
대화의 끝에 그는 나의 앞날을 위해 짧게 기도했다. 고마웠다.
다만 이 짧은 대화가 내게 없던 믿음을 불어넣어 준 것은 아니다. 각자 과거의 교회를 뒤로하고 신앙적 궤적을 걷고 있는 두 사람이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나는 유튜브 영상 너머로 보았던 한 목회자의 솔직한 태도를 확인하며 대담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