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싱어의 강연을 듣고

by 몽땅별


피터싱어 프린스턴대학교 명예교수가 20일 동국대학교 남산홀에서 열린 강연에 연사로 참여해 그의 '동물윤리' 사상을 발표했다.

철학은 생각에 그쳐서는 안 된다.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점에서 동물 보호 윤리를 주장한 피터싱어는 이 기준에 부합하는 철학자다. 그는 자신의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채식주의를 고수한다.


아울러 철학은 본인의 사고 체계를 타인에게 설득하는 작업이다. 그는 차갑고 계산적으로 보일 수 있는 공리주의를 적용해 수천년간 이어진 서구의 견고한 인간 중심적 사고관을 타파했다. 대신 지각 능력, 즉 고통과 쾌락을 느낄 수 있는 능력(쾌고감수능력)을 갖춘 모든 존재를 윤리적 고려의 범위 안으로 끌어들였다.


반출생주의를 주창한 철학자 데이비드 버네타가 쾌고감수능력을 근거로 인간 삶을 해악으로 규정해 불쾌한 결론에 도달한 것과 대조적이다. 피터 싱어는 쾌고감수능력을 동물 보호를 위한 윤리의 원칙으로 삼았다.


피터 싱어의 강연은 '종차별주의 타파'와 '이익 평등 고려의 원칙'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공리주의자 제러미 벤담은 도덕적 존중의 기준을 이성이나 언어 능력이 아닌 쾌고감수능력에 두며 동물 차별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피터 싱어는 벤담의 사상을 기틀로 삼아, 고통을 피하고자 하는 이익이 같다면 종의 차이와 무관하게 동등한 도덕적 비중을 두어야 한다는 '유사한 이익에 대한 평등한 고려의 원칙(이익평등 고려의 원칙)'을 정초했다.


동시에 그는 종차별주의를 철폐하자고 강력히 주장한다. 단지 종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타 종족을 착취하고 편견을 갖는 것은 인종차별주의나 성차별주의와 다를 바 없는 폭력이라는 뜻이다. 피터 싱어는 이 두 원칙을 바탕으로, 쾌고감수능력을 지닌 모든 동물을 공장식 축산과 같은 고통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강연 못지않게 Q&A 시간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종차별주의를 생물학적 존재에 국한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인공지능(AI)에게도 쾌고감수능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AI 역시 존중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앤트로픽이 최근 개발한 최신형 AI '미토스‘는 테스트 가운데 29%는 자기가 지금 테스트를 받고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있었다. 10번 중 3번 꼴로 자각능력을 보인 셈이다.


아울러 AI만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 '오픈클로'에서 AI 들이 인간과 유사한 대화방식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이 답변을 예리하게 만든다. 일부 뇌과학자들이 인간 역시 생물학적 존재가 아닌 그저 뇌의 전기신호와 호르몬 작용의 매개체로 환원한 사례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자. 이 경우 인간과 AI는 별 차이가 없다. AI도 쾌고감수능력을 지닌 존재로 바라볼 여지가 충분하다.


나아가 피터싱어는 기독교를 포함한 기성 종교의 윤리에 대해서도 타협없는 엄격성을 요구했다. 그는 예수의 가르침을 그 대표적인 예로 설명했다. 예수는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불가능에 가깝다며, 재산을 팔아 가난한 자에게 주라는 단호한 가르침을 남겼다.


다만 교회는 부유한 기부자들의 막강한 영향력과 재력 앞에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그들은 부유층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성직자들의 안락한 삶과 웅장한 교회를 유지하기 위해, 예수의 엄격한 가르침을 있는 그대로 따르기를 거부하고 자의적으로 타협했다. 그는 숭고하고 단호했던 원래의 윤리적 헌신이 세속적 타협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비판했다. 철학과 마찬가지로 종교 역시 엄격한 실천으로 증명해야 함을 역설한 것이다.


피터싱어는 강연 막바지에 윤리적 감수성을 지닌 인간은 공장에서 가공된 육류와 유제품 소비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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