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카

by 쿠쿠


어제, 오늘 일한 농장주인인 D는 울타리 설치에 필요한 와이어뿐 아니라 비스킷, 탄산음료, 머핀 등을 꼭 챙겨주며, 항상 고맙다 했다. 전에도 느꼈지만, 같은 일을 하더라도 상대방이 나의 노동의 가치를 알아주고 그에 대해 기뻐하고 고마워하면, 일의 능률이 절로 오른다. 거위, 닭, 칠면조 수십 마리를 기르고 양과 소뿐 아니라 두 마리의 애완 알파카(켈리, 네드)까지 있는 이 농장은 단연 지금까지 일한 농장 중 최고로 즐겁고 재밌는 곳이 되었다.


산불로 구부러진 피켓을 몽땅 뽑고 3m 간격으로 새 피켓을 박고 유자 철선과 일반 철선을 이어 약 150m 길이에 새 울타리를 설치한 것이나, 이웃 농장과의 경계를 위해 피켓을 새로 설치한 뒤 기존 철선을 함께 트위칭 한 것 등, 조원 모두 협력해서 효율적으로 일을 끝낸 것도 침 좋았다. 날씨도 선선하고 따사로운 완벽한 날이었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단연 알파카였다.


오늘 나와 B가 함께 와이어를 구부려 피켓과 울타리를 매듭지어 고정시킬 때, 까맣고 복슬복슬한 알파카 형제가 뒤에서 다가와 끊임없이 등, 어깨, 머리를 치고 냄새를 맡기도 했다. 방심하는 사이에 내 바지를 깨물더니 작은 구멍을 남기기도 했다. 드넓은 농장 안에서 차를 타고 잠시 이동할 땐 전속력으로 뛰어 우리를 따라왔고 점심 샌드위치를 먹는 동안에도 옆에서 풀을 뜯으며 우리가 먹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커다란 눈망울은 참 땡그랗고 순수함이 가득 담긴 것 같아 한참 바라만 보아도 도무지 질리지가 않았다. 이 둘은 우리가 마지막으로 일을 마치고 트레일러를 되찾으러 갈 때야 잔디에 앉아 광합성을 시작했다. 아마 월요일에 다시 가서 일을 마무리할 듯한데, 어서 다시 알파카를 보러 가고 싶다. 역시 귀여운 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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