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 일요일부터 지금까지, 아마도 다음 주 금요일까지 away camp에 왔다.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출장봉사 왔다. 베이스캠프 지역에서 약 한 시간 반 떨어진 이 곳의 8-9명 농부들을 돕기 위해 오게 됐다. 가장 가까운 마을은 71km 떨어져 있는, 산 중 속의 산에 있다. 새까맣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밤하늘의 달이 그토록 밝게 빛나는 줄 몰랐다. 별들을 다 가려버릴 만큼 밝은 달이 좋다가도 어서 쏟아지는 별이 보고 싶어 그믐달을 기다리고 있다.
캠프의 이모, 고모부 느낌인 키위 부부가 약간 총괄 책임자처럼 이곳에서 지내고 다른 봉사자들이 4-5일에 한 번씩 교체되는 식으로 운영 예정이었다. 원랜 목요일에 돌아가기로 했지만 나와 일본 친구 S는 이곳을 많이 좋아하게 되어, 여기서 더 머무르며 봉사하기로 했다. 하여 처음에 같이 온 Z, M, E는 떠났고 A와 D가 합류하게 되었다.
그저께부터 갑자기 단체에 보험 문제가 생겨 기약 없이 일을 못하게 되었다. 원칙상 일을 안 하게 되어있으나, 이 별장을 빌려준 농부와 봉사자들의 도움을 1월부터 기다린 다른 농부들에게 괜스레 미안해, 두세 시간씩 이웃 농부네에 가서 소일거리를 돕고 있다. 울타리 작업은 보험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진 금지인데, 삼일 연속 쉬다 보니 그냥 빨리 일하고 싶어 졌다.
다른 농장들처럼 그냥 울타리 일만 돕고 끝 이게 아니라 오며 가며 계란, 우유, 사과, 오렌지도 나눠주시다 보니, 더 가깝게 느껴진달까. 답례로 내가 거의 유일하게 자신 있는 레몬 케이크를 구워 드리기도 했다. 말, 염소 여물로 먹일 수 있게 음식물 남는 건 일부러 모아 G에게 갔다 주기도 한다.
오늘은 강가를 따라 걸으며 집에 오는 길에 난데없이 휴식 중인 캥거루를 거의 10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마주쳤다. 처음엔 미동도 안 하고 얌전히 앉아있길래 개인 줄 알았다. 이 곳에 오고 나서 매일 캥거루를 보고 40마리 넘게 떼 지어 뛰어가는 약간은 무서운 광경도 봐왔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야생 캥거루를 본 건 처음이었다. 약간 게을러보였던 그는 아주 느리게 일어나 겅중 뛰다 멈추고 겅중겅중하다 멈추다 이내 사라졌다.
화장실이 바깥에 있어 밤중에 소변을 보려고 움츠리고 나가는 건 귀찮지만, 아직까지 깨어있는 검은 소들이 어슬렁 거리는 모습이 달빛에 비추이면, 내가 꿈을 꾸고 있나 싶을 때가 있다.
해가 뜨면 일어나 일하러 나가고 해가 지면 모닥불을 쬐며 해리포터 영화를 보는 이런 단조로운 생활이 생각보다 굉장히 좋다. 책도 더 많이 읽게 됐고 언젠가 봐야지 하던 다큐멘터리도 보고. 저녁엔 먹고 싶은 걸 요리해 다 같이 나눠먹고. 내가 무던한 편인건 알고 있었지만, 어쩌면 내 생각보다 더 이런 쉼 혹은 단순함을 원하고 있었는가 보다.
아마 이 어웨이 캠프에 다음 주 금요일까지 있을 것 같다. 예정보다 더 길게, 2주 꽉 채워 이 곳에 있게 될 듯하다. 이 곳의 농부들은 베이스캠프 마을 근처의 농부들과는 또 다르다. 훨씬 더 고립된 곳에서 자급자족하며, 이웃에게 자신이 가진 걸 나누고 베풀며 작은 것에도 감사해한다. 이들을 돕기 위해 온 건데 되려 많이 배우고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