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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프 위의 포뇨 Apr 10. 2019

뮤르(MuRR) 달달콘서트 프리뷰

(2) 국악과 재즈 이야기

 뮤르(MuRR)는 Music + Rest + Refresh의 단어 조합으로, 우리 음악이 일상의 휴식과 기분전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결성된 국악 창작 팀이다. 허새롬, 송나은, 지혜리로 구성된 뮤르는 피리, 태평소, 대북, 양금 등의 국악기를 중심으로 서양악기 핸드팬, 카혼, 피아노 등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진한국악, 국악블루스, 국악재즈 등 뮤르만의 음악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한 사람이 두 가지 이상의 악기를 다루는 실력파 3인조 뮤르는 오는 4월, 재즈와 국악을 결합한 달달콘서트를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 개최한다.



 재즈가 정형화된 서양의 규율을 탈피한 장르라면, 국악은 애초에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장르다. 서양의 악기는 대부분 차가운 금속성의 재질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국악에 사용되는 악기는 대나무나 명주실 등 식물성 재료로 이루어진 것이 많다. 식물이 주재료가 되는 만큼, 국악기는 서양악기보다 그 성질이 예민하고 기후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서양의 악기는 하나의 구멍에서 하나의 음만 나는 것이 좋은 악기의 기준이지만 국악기는 주법에 따라 하나의 구멍에서 다양한 음을 연주할 수 있다. 이러한 유동성이 국악의 근본이자 장점이다.


 국악의 애처로운 정서는 그 자체로 훌륭한 국보이지만, 둔탁한 음색과 느린 장단, 소박한 연출은 자극의 홍수 속에서 '흥미로운 것'으로 분류되기에는 지루하다. 마치 재즈처럼, 국악은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박제품이 되었다. 그러나 무조건 새로운 것만을 좇는 것이 천박하듯, 옛 것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은 관성의 악습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 했던가. 국악의 유동성은 재즈의 모호함과 만나 화려하게 조응한다.


https://youtu.be/Uq2GApBhLig

뮤르의 가리봉 블루스 출처: 뮤르 유튜브 채널


 그러나 단순한 재즈와 국악의 컬래버레이션은 이제 더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미 <오리엔탈 익스프레스>는 새롭게 개발된 전자 국악기들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재즈에 접목했고, 월드뮤직그룹 세움(SE:UM)은 2011년부터 월드뮤직과 재즈의 결합을 시도해왔다. 그렇다면 뮤르만의 색깔과 뮤르만의 장점은 무엇일까. 그 답은 그들이 진행하는 화·생·우 프로젝트에서 찾을 수 있다.


樂也者, 出於天而寓於人, 發於虛而成於自然, 所以使人心感而動, 湯血脉, 流通精神也.
음악은 하늘에서 나와 사람에게 깃든 것이며 허공에서 나와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 사람으로 하여금 느껴 움직이게 하고 혈맥을 뛰게 하며 정신을 흘러 통하게 한다.
- 악학궤범 서문 中


 뮤르의 국악 창작곡은 지역별로 전승되고 있는 다양한 향토문화예술 자원을 기반으로 한다. 그들의 온고(溫故)는 단순히 옛것을 취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토라는 특수한 지역의 정서와 역사까지 보듬는다. 국악의 역사와 가치를 되살리기 위해 뮤르는 다른 팀에서는 볼 수 없는 생황이라는 독특한 악기를 사용한다. 생황은 여러 개의 대나무관이 통에 꽂힌 다관식(多管式) 악기로, 화(和)·생(笙)·우(?), 또는 이를 통틀어 지칭한다. 생황은 동시에 두 음 이상을 내는 화성 효과를 지닌 보기 드문 관악기지만 안타깝게도 현품이 없어 조선 성종 때 편찬된 악학궤범에서만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16년, KBS 국악관현악단, 국립국악원 악기장으로 있던 김용식 장인에 의해 전통과 현대의 생황으로 복원되었다.


https://youtu.be/Kk_O1T55MZE

허새롬 단장의 생황 연주 출처: 뮤르 유튜브 채널


 생황은 동시에 두 개의 음을 낸다는 점에서 서양음악의 규율을 전면으로 배반한다. 이러한 생황을 이용해 서양음악인 재즈와 블루스를 연주한다는 점은 모순적이지만 매력적이다. 한국에는 생황을 연주하는 사람이 드물고, 생황이라는 악기 자체를 구하기도 힘들다. 그마저 있는 생황도 중국에서 발품을 팔아야 겨우 구할 수 있다. 이렇게 귀한 생황 중에서도 뮤르의 단장, 허새롬이 연주하는 생황은 김용식 장인의 손에서 탄생한 유일무이한 악기다. 재즈와 국악을 결합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악기를 연주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K-POP이 전 세계를 휩쓰는 지금, 생황을 활용한 재즈와 국악의 결합이 '한국음악'이라는 단어의 지평을 얼마나 넓힐지 그 가능성이 기대된다.

 

원문출처: http://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1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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