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긴 왜 이리 어려울까?

by 오우

언제부터인가 솔직하게 말하는 게 어려워졌다. 말은 늘 뇌를 거르고, 어쩌다 생각 없이 솔직히 말할 때면 혹시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만한 말은 없었는지 되돌아봤다.


글은 더 심했다. 생각을 표현하는 일은 온갖 정제를 거쳐서 증류주처럼 모아서 적어 내려갔다.

태생이 그런 사람이면 좋으련만,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큰 무리 없이 이해받고 이해하던 나는, 사회성이라는 갑옷을 장착하는데 몇십 년을 소모했다.

문제는 갑옷이 튼튼해지면 질수록 솔직한 이야기를 적는 게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마음에 없는 글을 쓴다거나 말하는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나만의 선을 정해놓고 선을 넘어도 되는 이야기와 선을 넘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스스로 걸러냈다.

정제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찌꺼기라며 빼두었던 불순물의 탈을 쓴 그 무엇이 꿈틀거리며 아우성을 쳤다.


그때 한 웹툰을 읽었다. 작가의 자전적 연애담을 담은 웹툰이었다.

이렇게까지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말해도 된다고?

연인이었던 상대방이 본다면 너무 불쾌할 것 같은데 이걸 만화로 그린다고?

그 작품은 웹툰이라기보다는 순수문학에 가까웠다. 남이 일기장에 배설한 감정을 훔쳐보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묘하게 중독성이 있어서,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데도 그 일기를 훔쳐보는 걸 끊을 수가 없었다.


그때 깨달았다.

아, 나도 솔직한 이야기를 적고 싶구나.


그렇다고 무턱대고 있었던 모든 일을 적는 건 아니더라도, 마음에 응어리로 남았던 오래된 옛이야기쯤은 꺼내도 되는 거 아닐까?


언젠가 마음에 응어리로 남았던 이야기를 팟캐스트에 보낸 적이 있다. 운 좋게 뽑힌 사연은 유쾌하게 읽어주는 디제이들의 목소리로 방송에 내보내졌다. 그 방송을 듣고 난 뒤 응어리가 서서히 풀려서 지금은 그때의 기억이 희미해졌다. 너무 화가 나서 도저히 잊히지 않던 기억이었는데. 지금은 '아, 그런 일이 있었지'라며 웃을 정도가 되었다.


묵혀둔 응어리들도 이야기가 된다면 희미한 기억이 되는 걸까?


그렇다면 나도 한 번쯤은 정제 없이 솔직히 이야기하고 싶.

무턱대고 솔직하게 적었다간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 최대한 상대방이 특정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마음을 꺼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