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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사회

1장. 태도가 문해력을 만든다

by 오우

'노력하면 되는데, 왜 저렇게 문해력이 부족할까?'


누군가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본 적 있는가? 단지 책을 안 읽고 노력이 부족해서 문해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되었다는 오해 말이다. 문해력은 단순히 개인의 의지나 습관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이다. 사회적 환경, 교육 제도, 문화적 인식, 그리고 개인이 살아온 삶의 방식까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문해력은 결정된다. 노력 부족이라는 단순한 잣대로 문해력을 평가하면 오히려 문해력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

문해력은 글자를 읽고 뜻을 아는 수준을 넘어서 맥락을 이해하고 상황을 판단하며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이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다고 손쉽게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 구조와 문화적 분위기가 문해력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정답만 빠르게 요구하는 시험 문화나 깊은 이해보다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직장 환경에서는 문해력의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


우리는 문해력이 부족한 사람을 보면 “책을 안 읽어서 그렇다”거나 “조금만 더 노력하면 나아질 텐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문해력이 충분히 풍부한 사람인가?


줄임말이나 은어가 사전에 등재되는 사회가 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런 사회에서 나는 맞춤법을 맞추고 문장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오늘 날씨 느좋이다."

"착각이 막나귀라던데?"

"그럼 가까운 드르륵 칵 어때?"


이 대화를 알아듣는 사람은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못 알아듣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오늘 날씨 느좋이다"에서 '느좋'은 어느 정도 추리가 가능하다. '날씨'를 표현하는 줄임말일 것이고, 줄임말이라면 느(낌이) 좋(다)를 연상할 수 있다.

'막나귀'나 '드르륵 칵'은 어떤가? 개인적으로 이 단어를 연상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특히 '드르륵 칵'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추리가 어려웠다. '막나귀'는 '막상 나가려니까 귀찮다'의 줄임말이고, '드르륵 칵'은 편의점 의자를 끄는 소리에서 유래한 편의점을 상징하는 은어이다.


"오늘 날씨 느낌 좋네."

"착각이는 막상 나가려니까 귀찮다던데."

"그럼 가까운 편의점에서 만나자."


뜻을 알면 대화가 해석된다. 하지만 뜻을 모르면 사람들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 전혀 눈치챌 수 없다. 그때마다, "느좋이 뭐야?", "막나귀가 무슨 뜻이야?", "드르륵 칵은 무슨 소리야?"라고 물을 수 있는가? 눈치가 굉장히 중요한 한국에서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단순히 책을 읽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서 대화와 소통의 경험이 부족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회적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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