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시리즈 1 : 도시의 감각 (1)
추위가 한발 물러난 오후였다.
아직 쌀쌀했지만
햇빛이 등을 두드리는 게 느껴졌다.
겨울이 끝나가고 있다는 걸
몸이 먼저 알아채는 날씨였다.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강변 쪽으로 향했다.
갈대는 마른 채로 서 있었고
모래는 낮게 겨울빛을 품고 있었다.
벽 앞에서 걸음이 멈췄다.
벽 위에는 눈이 흩날리고,
조금 옆에는 붉은 잎이 타오르고 있었다.
겨울과 가을이 한 장면 안에 함께 있었다.
실제의 공기는 이미 따뜻해지고 있었지만
벽 속의 계절은 멈춰 있었다.
눈은 녹지만
그려진 눈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풍은 떨어지지만
칠해진 붉음은 오래 남는다.
도시는 그렇게
사라진 시간을 표면에 붙들어 둔다.
그 아래를 한 사람이 지나갔다.
빛은 부드럽고 걸음은 가벼웠다.
겨울은 물러나는 중이지만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닌,
딱 그런 오후였다.
벽은 계절을 붙잡고 있지만
사람은 계절을 건너간다.
이 장면 안에는
어제와 오늘이 조용히 겹쳐 있었다.
우리는 늘
한 계절에만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여러 시간 위를 동시에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멈춰 있는 계절과 지나가는 사람 사이,
그 틈에서 나는 잠깐 발을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