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자의 오타쿠글라스
*관객이 공연장에서 작품과 배우를 자세히 보려고 ‘오페라글라스’를 쓰는 것처럼 일상 속 티끌만 한 디테일을 확대해 보려고 ‘오타쿠글라스’를 씁니다.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사진 동아일보DB
인기 정상 걸그룹 에이오에이(AOA, Ace Of Angels)가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전 멤버가 현 멤버의 지속적인 괴롭힘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AOA 전 멤버 민아(권민아)는 7월 3일 SNS를 통해 그룹 활동 당시 10여 년간 지속한 멤버 지민(신지민)의 만행을 폭로했다. 이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받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8차례에 걸쳐 글을 올리며 이어가던 폭로에 초반에는 ‘소설’이라고 일축했던 지민. 이후 지민을 포함한 AOA 멤버들이 민아의 집에 찾아가 사과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같은 날 지민은 SNS에 “짧은 글로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없지만 미안하고 죄송하다. 다 내가 팀을 이끌기에 부족하고 잘못했다”라며 “울다 빌다, 다시 울다 그럼에도 그동안 민아가 쌓아온 감정은 쉽게 해소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죄송하다”라는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이후 민아는 사과문의 내용을 재반박하며 "빌었다니요? 가기 전에 할 말은 하고 갈게요"라며 “끝까지 사과하기 싫고. 나 싫어하는 건 알겠다. 근데 뭐? 들어올 때 그 눈빛 나 절대 안 잊을게. 죽어서 똑같이 되돌려 줄게”라며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현재 이 글은 삭제된 상태.
FNC 엔터테인먼트는 7월 4일 공식 입장을 통해 “소속 가수 지민과 관련해 벌어진 일들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지민은 이 시간 이후로 AOA를 탈퇴하고 모든 연예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팬들은 과거 방송에서 ‘AOA 지민이 민아를 티 나게 싫어한 증거’라며 여러 프로그램 방송분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민아가 서럽게 울 때 다른 멤버들과 달리 지민 혼자 달래주지 않는 모습, 멤버 중에 제일 싫은 사람을 지목하라는 MC의 주문에 주저하지 않고 민아를 지목하는 지민의 모습 등. 팬들 사이에서는 “방송에서도 저 정도로 싫은 티가 나는데 카메라가 꺼지면 얼마나 심했겠느냐” “고통받는 걸 진작 알아채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AOA 사태를 보며 많은 이들이 티아라(T-ara) 사태를 떠올렸다. 당시 인기 최고의 걸그룹 티아라를 재기 불가능하게 만든 건 멤버 화영 ‘왕따 논란’과 멤버 간의 불화였다. 티아라는 이 사건 이후 재기에 실패했고 2017년 팀 해체 절차를 밟았다. 지금도 어떤 아이돌 그룹 내에서 알게 모르게 왕따와 괴롭힘이 자행되고 있는지 모른다.
2012년 데뷔해 건강한 매력으로 사랑받아온 AOA는 음악방송에서 늘 “Ace Of Angels! 안녕하세요. AOA입니다”라고 밝게 인사했다. 일련의 사건으로 이제 이 같은 인사말도 빛이 바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