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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자 Aug 14. 2020

반려동물이 가장 두려워하는 계절, 여름

겨울보다 여름에 1만 마리 이상 더 버려져

매년 여름휴가철에 반려동물이 가장 많이 버려진다.

여름철 휴가를 떠날 계획인 이들에게 7~8월은 손꼽아 기다려지는 계절이다. 하지만 반려동물에게는 제일 두려운 시기다. 이 시기 버려지는 동물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과 8월 유기된 동물은 2만 8000여 마리로 5~6월(2만 4000여 마리)과 9~10월(2만 6000여 마리)과 비교했을 때 가장 많았다. 1~2월(1만 7000여 마리)과 비교하면 1만 마리 이상이 겨울보다 여름에 더 버려지는 셈이다.

올여름은 전례 없는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인해 경제적인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이에 따라 유기되는 동물도 전보다 늘어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유기동물일정기간 지나면 안락사     


각 지자체는 소유자 없이 배회하거나 유기된 동물을 동물보호센터와 연계해 구조하고 보호한다. 지난해 구조된 동물만 13만 6000여 마리에 달한다. 이 중 1만 6000여 마리는 주인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주인을 찾지 못한 동물들은 입양할 사람을 찾지 못하면 일정 기간이 지나 안락사된다. 

정부는 2014년부터 유실·유기되는 동물 방지를 위한 동물등록제를 전국적으로 시행해오고 있다. 그런데도 유기동물이 계속 증가하는 이유는 뭘까.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동물 등록 마릿수는 2016년 107만 마리에서 2019년 209만 마리로 2배가량 늘었다. 

동물을 등록할 때는 내장형 무선식별장치(마이크로칩) 외에 외장형 무선식별장치, 인식표 중 하나를 선택해서 등록할 수 있다. 동물을 잃어버렸을 때나, 해외에 동물을 데리고 나갈 거라면 내장형 무선식별장치가 실효성 면에서 가장 좋은 선택이다. 일부러 끄집어내지 않는 이상 식별 장치가 동물과 분리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동물의 몸에 ‘이물질’을 넣는다는 부정적 인식 때문에 시술을 꺼리는 반려인들도 아직 있는 게 사실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등록된 동물 중 40% 이상이 내장형 마이크로칩을 삽입한 상태였다. 동물을 구조했을 때 내장형 마이크로칩이 있으면 바로 조회해서 주인을 찾을 수 있어 대부분 주인에게 돌아간다. 주인을 찾지 못하는 건 대부분 등록되어있지 않아 주인을 식별할 수 없는 동물들”이라고 설명했다.      

동물 유기 실태를 단속할 수 있는 전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동물 무단 유기할 때 처벌 강화     


동물 전문가들은 “유기 동물을 전담하는 부서와 인력이 없거나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여전히 동물 보호와 관리에 허점이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려동물 관련 단속은 지자체에서 주관하지만 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단속하는 구조가 아니기에 집안에서만 동물을 키우는 경우 일일이 점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여름철 휴가지에 갔다가 반려동물을 슬쩍 놓고 가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유기 동물 발생을 줄이고자 처벌을 강화했고, 하계 집중 홍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2월부터는 동물을 유기할 때의 처벌도 강화됐다. 동물 유기에 대한 처벌을 행정벌에서 형벌로 높이고(200만원 이하 과태료에서 3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도 2000만원 이하 벌금·2년 이하 징역에서 3000만원 이하 벌금·3년 이하 징역으로 강화했다. 

반려동물 행동 전문가인 이웅종 연암대 교수는 “동물 등록제가 시행되고는 있지만 등록하는 절차가 어렵고 교육 프로그램이 뒷받침되지 않아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을 등록했을 때 펫티켓이나 물리지 않게 하는 방법 등 동물에 대한 정보를 많이 주면 동물을 자발적으로 등록하는 인구도 늘 겁니다. 또한 동물 등록을 쉽고 단순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현재는 마이크로칩에 대한 반려인들의 인식도 좋지 않은 상태입니다. 시스템적인 준비 없이 무작정 동물을 등록하라고 하면 이런 제도를 아는 사람만 등록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하지 않는 식인 것이죠.”

그는 “제도가 처음 도입될 때는 어쩔 수 없이 강제성을 띄는 부분이 있다”라며 “주무 관리 감독 부서와 전담으로 단속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유기되는 동물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제성이 없으면 ‘굳이 귀찮게 돈 내고 동물을 등록해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펫티켓 교육이 이뤄져 동물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바뀌면 자연스럽게 동물 등록도 늘어나고 동물이 버려지는 일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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