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출신과 그렇지 않은 배우 사이의 경계가 옅어진다
한국에서 아이돌이 드라마에 출연한다고 하면 ‘발연기’ 논란이 빠지지 않는다. (여기서 발연기는 연기를 발로 한다는 뜻으로, 연기의 기본기가 갖춰지지 않은 아이돌이 유명세 때문에 실력 있는 배우들보다 먼저 주연급 자리를 꿰차는 상황을 비꼬는 말로 쓰인다.) 부단한 노력으로 이런 편견을 깨는 아이돌도 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주연으로 연기 신고식을 치른 에이핑크 정은지나 ‘응답하라 1988’ 주연을 맡은 걸스데이 혜리 등은 캐스팅 당시 드라마의 퀄리티를 떨어뜨릴 거라는 우려를 받았으나 진정성 있는 연기로 시청자에게 인정받았다. 아직까지 ‘연기파 배우’라고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극에 이질감 없이 녹아들 정도로는 성장했다.
남자 아이돌 중에서도 “얘가 아이돌이었어?” 싶은 배우들이 있다. KBS 드라마 ‘김과장’에 출연한 2PM 준호나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 출연한 엑소(EXO) 디오(도경수),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엠블랙 출신 이준 등은 모두 업계가 주목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JTBC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에 출연한 박형식과 tvN 드라마 ‘미생’, 영화 ‘변호인’, '불한당' 등에 출연한 임시완은 모두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ZE:A) 출신으로 가수 활동보다 배우 활동으로 더욱 인정받았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tvN 드라마 ‘도깨비’에 출연한 비투비(BTOB) 육성재도 다수의 작품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실제로 연기자가 되기 위한 발판으로 아이돌의 길을 걷는 이들도 늘었다. 대중도 이들의 속내를 안다. 여러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만들어낸 긍정적 이미지 덕에 연기만 잘 한다면야 출신이 뭐든 상관없다는 분위기다. 새롭게 배우를 꿈꾸는 아이돌들에게는 기회가 커진 셈이다. 걸스데이 멤버 혜리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제작진과의 미팅에서 “노래보다 원래 연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털어놓은 바 있고, 샤이니 멤버 민호도 영화 ‘두 남자’ 개봉을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원래 꿈은 가수가 아닌 연기자”라고 말했다. 애프터스쿨 탈퇴 후 배우의 길을 걷는 이주연의 원래 꿈도 가수가 아닌 배우였던 것은 이들과 마찬가지. 아이오아이(I.O.I) 출신 김소혜는 연기자 연습생임에도 아이돌 걸그룹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 Mnet ‘프로듀스 101’에 출연해 최종 데뷔 멤버 11인에 들었다. 이후에도 가수가 아닌 연기자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우리는 언제나 신선한 마스크에 목말라 있다. 연기 잘 하는 연기자를 어떤 제작자가 마다하겠는가. 그가 아이돌 출신인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실력만 갖추고 링 위에 오른다면 누구도 돌을 던질 수 없을 것이다.
*영문 버전은 아래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Can K-pop idols make the jump to films and dramas?
Some singers want more.
by KOO Hee Eon, translation by Hanna KIM May 1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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