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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자 Mar 23. 2018

그의 터치 한 번에 내 몸매가 바뀌고 피부결이 달라진다

7년 차 스튜디오 사진 리터쳐 이성보 씨에게 듣는 포토샵 사진 보정 꿀팁

언젠가 이 사람의 모니터에서 펼쳐지는 마법 같은 광경을 본 일이 있다.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모니터 속 사람의 군살이 사라지고 피부에 있던 잡티가 사라지는 마법. 한 번은 잘 아는 사람의 얼굴이 모니터에 떠 있었는데, 그가 몇 번씩 매만지자 성형한 듯 성형하지 않은 듯 달라지던 얼굴에 놀란 기억이 난다. 매일 그는 수십 명의 사람을 변신시켜준다. 때로는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나 건물, 시계나 자동차를 매만질 때도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화장품으로, 헤어디자이너가 고데기와 드라이기만으로 누군가를 색다르게 변신시켜준다면 그의 변신 아이템은 바로 '포토샵'이다.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 직업인 스튜디오 포토 리터쳐의 세계. 그에게 사진 보정을 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스튜디오에서 리터쳐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한 지는 6년쯤 되었네요. 요즘은 뷰티 브랜드가 진행한 촬영의 후반 작업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 어떻게 사진 리터쳐라는 직업을 갖게 됐나요. 전공이 이쪽인가요.

사진을 전공했습니다. 원래 패션 사진가를 꿈꿨었는데 현실적으로 힘들 것 같아 포기했어요. 그럼에도 사진을 놓기는 싫었어요. 그러던 중에 리터쳐라는 직업이 여러 가지로 매력적이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리터쳐의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작업으로 시작해 작업으로 끝나지요. 작업이 끝나기 전까지는요. 해야 할 작업이 없는 날에는 비교적 한가하고 그런 날에 사진들을 봅니다.


# 시력은 어때요. 하루 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봐야 해서 많이 피로할 것 같아요. 

시력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노안이 시작된 것 같네요. 목과 어깨, 손가락 손목에 무리가 많이 가긴 해요. 작업을 많이 한 날에는 자기 전에 스트레칭을 하고 틈틈이 안마기로 근육을 풀어주고 있습니다.


# 리터쳐만의 직업병 같은 게 있나요.

다른 리터쳐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 일상에서, 가령 지하철 맞은편에 어떤 사람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거나 걸어가다가 광고판 같은 걸 보면 ‘여긴 이렇게, 저긴 저렇게 작업하면 되겠다’ 하면서 머릿속에 그림이 저절로 그려지곤 해요. 


#  주변에서 자기 사진을 작업해 달라는 얘기는 많이 안 듣나요.

웨딩사진처럼 아주 특별한 경우에는 가끔 사진을 보정해 달라는 부탁을 받기는 해요. 그래도 이게 직업인 걸 아는 이들이 대부분이라 사사롭게 부탁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 자기 사진도 직접 리터칭 하나요.

몇 년 전 제 증명사진을 수정 작업했던 게 마지막인 것 같아요. 애초에 사진 찍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요. 이것도 직업병일까요? 눈이 높아져 있어서인가, 사진 속 얼굴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요(웃음).


# 각 잡고 리터칭을 하지 않을 때에는 어떤 앱이나 프로그램을 쓰나요. 전문가가 아니라도 쓸만한 앱이나 프로그램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VSCO 하나 있네요.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 톤을 만질 때 사용하는데 플랫폼이 세련되었고 다른 유저들의 사진을 볼 수도 있어서 즐겨 쓰는 편이에요.


# 일 하다 스트레스받을 때는 뭘 하나요. 

친구들에게 푸념하면 다들 같이 욕해줘요. 또는 퇴근 후 집에서 맥주 한잔 하는 정도로 달랩니다.


# 인물 사진을 리터칭 할 때 가장 리터칭 하기 힘든 부분은 어디인가요?

머릿결을 정리해야 할 때가 좀 힘들달까,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잘못하면 너무 인위적으로 보일 수가 있거든요.


# 가장 리터칭 하기 힘든 타입이 있나요? 예를 들면 외국인이나, 반투명한 화장품 통이라거나. 

피부톤이 검은 여성 연예인과 주얼리 작업은 리터칭 할 때 조금 더 신중을 기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처음부터 제대로 찍히지 않은, 소위 로(raw) 데이터가 나쁜 사진이라면 어떤 것을 찍었든 간에 작업하기 힘든 편이죠.


# 사진 리터칭을 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나요. 

디테일에 신경을 쓰려고 하는 편이에요. 작은 부분에서 완성도의 차이가 나거든요. 그리고 궁극적으로 제가 추구하는 건 '깔끔하고 자연스럽게'죠.


# 컴퓨터 앞에 앉아서 리터칭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자주) 하게 되는 작업이 뭐예요?

제가 주로 뷰티 사진을 작업하다 보니 얼굴에 집중하게 되는데요. 잡티제거, 피부결 보정, 피부톤 보정, 메이크업 수정하고 컬러 맞추기, 헤어 정리, 얼굴과 몸의 윤곽 보정 등을 해요. 우리가 광고나 매거진에서 보게 되는 사진은 거의 모든 부분에 리터칭을 한 거라고 보셔도 무방할 거예요. 작업하면서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는 부분은 아무래도 피부를 정리하는 작업이지요. 


# 작업하면서 힘들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한 번은 모델이 거의 시든 꽃을 들고 포즈를 취한 사진을 리터칭 했는데, 모델보다 꽃 작업하는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결국 그 사진을 쓰지 않더라고요. 메이크업이 이상했거든요. 사진을 안 쓴다고 리터칭 비용도 안 주셨어요.

최근 작업 중에 꼽아보자면, 요즘에는 화보에서 자연스럽게 잔머리를 살리거나 머릿결이 날리도록 사진을 찍을 때가 많아요. 그런데 멈춰있는 사진에서는 그런 모습이 자연스럽게 예쁘기가 무척 힘들거든요. 그러다 보니 후반 작업할 때 다듬게 되는데 최근 작업했던 스타 A양의 화보에서 수많은 털(!)들을 정리하느라 조금 애를 먹었죠.


# 일반인들이 자기 사진에 가볍게 적용할 수 있는 리터칭 팁이 있다면 조금만 풀어주세요.

무엇보다도 '수술'보다는 '시술'에 가깝게 리터칭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포토샵 최신 버전에서는 이목구비를 다듬는 게 훨씬 쉬워졌거든요. 그리고 ‘닷징/버닝’을 피부에 적절히 활용하면 자연스러우면서도 효과적으로 윤곽과 피부를 보정할 수 있어요. 요즘은 유튜브에 관련 튜토리얼 영상이 많이 올라오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 사진 리터칭을 의뢰하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보통은 포토그래퍼나 대행사에서 제 쪽으로 의뢰를 하는 편이에요. 메일(sb.lee101@gmail.com)로 연락 주시면 됩니다.


# 리터쳐라는 직업을 갖고 싶은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리터쳐에게 있어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자질은 스킬보다도 사진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고 생각해요. 좋은 사진을 많이 보고, 깊게 보세요.


구석구석 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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