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기자 Apr 05. 2018

그가 퇴근 후에 벽을 타고 방을 탈출하는 이유(2)

'방탈출 게임'&'실내 클라이밍' 즐기는 김성규 씨의 이색 취미 탐구생활

'방 탈출 게임'으로 머리 쓰고 '클라이밍'으로 몸 쓰는 남자. 직장인 김성규 씨의 퇴근 후 삶이다. 주변 사람들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이색적인 취미를, 그것도 꾸준히 즐기고 있는 그에게 특별히 인터뷰를 요청했다. 일간지 기자로 오랫동안 일한 그에게는 사실 직업만 가지고도 질문할 거리가 산더미이지만, 이번 인터뷰의 타깃과 목적성은 확실하다. 오직 '취미생활'에 대한 이야기만. 술 마시는 것 빼곤 별다른 취미가 없는 직장인이나 색다른 취미를 찾고 있는 직장인에게 '이런 재미있는 놀이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물론, 거기에는 나도 포함이다. 새로운 취미를 찾고 있었다면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 1편에서 계속됩니다.

https://brunch.co.kr/@koopost/85


# 김성규 씨의 또 다른 취미인 실내 클라이밍으로 넘어가 볼게요. 이건 방탈출 게임과는 다르게 또 엄청 익스트림해보이는데요. 
클라이머 김자인 선수 같이 엄청 높은 곳에 올라가 있는 분들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제가 주로 하는 건 클라이밍 중에서도 ‘볼더링’이라고 상대적으로 낮은 높이에서(떨어져도 큰 충격 없는 정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실내 스포츠입니다. 익스트림까지는 아닌 거 같아요.


# 실내 클라이밍은 뭐가 그렇게 재밌어요?
방탈출과 마찬가지일 수도 있는데, 뭔가 과제가 주어지고 풀어내는 식이거든요. 방탈출이 머리로 하는 문제풀이라면 이건 몸으로 하는 문제풀이랄까요. 정해진 홀드만 써서 목적지까지 가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아요. 그걸 해내는 성취감과 동시에,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안 쓰던 근육을 쓰고 몸이 단련되는 효과가 생기죠.


# 실내 클라이밍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나요? 아니면 잔 근육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되려나요?
예, 사실 제가 이 운동을 시작한 건 순전히 근육을 잘게 가르기 위해서였습니다. 김자인 선수의 잔근육을 보면서 ‘아, 저게 요즘 트렌드에 맞는 몸인데...’ 싶은 생각에 시작한, 어찌 보면 참 없어 보이는 이유로 시작했고요.
물론 운동이니까 당연히 다이어트에 도움은 되겠지만, 막상 올라가 보면 하도 힘들어서 오래 매달려 있기가 어려워요. 수영이나 달리기처럼 이것만 한다고 살이 빠진다고는 확신하기 힘들 거 같고요, 저는 클라이밍 하고 난 후에도 맨손 트레이닝을 따로 하고 먹는 것도 조금씩 조절하고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p/BgLTj6ygOZ4/?taken-by=bismachia

이 운동이 몸이 가벼울수록 유리하거든요. 살 빼려고 시작했다가 이걸 잘 하고 싶어서 다이어트를 하는 분도 있어요. 재미를 붙이면 다이어트하려는 동기부여는 확실히 될 거 같고요, 기본적인 운동을 병행하면 더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 장비는 많이 필요한지, 돈은 많이 드는지 궁금해요.
일단 클라이밍에 대해 배경 설명을 간단히만 하자면, 간단히 줄을 달지 않고 맨몸으로 루트를 오르는 ‘볼더링’과 줄을 매달고 높은 곳에 오르는 ‘리드’로 나눌 수가 있어요. 저는 볼더링만 하는지라, 그에 대해서만 얘기할게요.
볼더링은 말씀드렸듯 맨몸으로 오르기 때문에 암벽화 빼고 따로 장비는 필요 없어요. 처음 하시려는 분이 체험을 위해 암장(클라이밍 할 수 있는 곳)에 가시면 대부분은 빌려주는 암벽화를 5000~1만 원 정도에 대여하실 수 있을 거예요. 실제로 강의를 듣겠다고 하시면 새내기용 암벽화를 사는 게 좋을 텐데 7만 원 안팎이면 구입할 수 있어요.

https://www.instagram.com/p/Bgahexog7ol/?taken-by=bismachia

그리고 저는 7개월 만에 중상급자용 암벽화를 구입했는데요, 이건 가격이 20만 원 정도 합니다. 근데 이걸 찾으실 때가 되셨다면 이미 클라이밍에 대해 관심과 재미가 생겼다는 뜻일 테니, 주변 사람들이나 인터넷을 통해 찬찬히 알아보시면 될 거 같아요.
수강료는 위치나 시설, 프로그램 등등에 따라 워낙 차이가 커서 일률적으로 말하긴 힘들고요, 다만 무턱대로 매달리려고 하기보단 첫 2개월 정도는 강의를 듣는 게 좋아요. 그 이후에는 자유운동으로 해도 괜찮으실 거라고 봅니다.


# 복싱은 처음에 배우러 가면 스파링 하기 전에 줄곧 줄넘기만 한다더라고요. 실내 클라이밍은 어떤가요. 가자마자 바로 벽을 탈 수 있나요?

코스별로 난이도가 다르고, 초급자용으로 마련된 코스라면 바로 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실력이 늘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길 원한다면 강습을 받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더 잘 매달리고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거예요. 그전에 준비는, 컨디션 조절 정도...?


추천하는 코스가 있나요?
코스는 실력에 따라 마련돼 있으니 본인에게 맞는 것을 골라하시면 됩니다. 실력에 맞지 않게 무리한 코스에 도전하면 근육을 다칠 수도 있으니 무리하지 않는 게 좋아요. 보통 한 문제는 같은 색의 홀드를 써서 표시하거나 홀드 옆에 테이프를 붙여 표시해놓는데 그 외에도 문제는 여러 조합으로 무궁무진하게 구성할 수 있어요.
저는 방탈출도 해야 해서 여러 곳을 다닐 정도의 여력은 사실 없고요, 지금은 서울대입구역에 있는 ‘정지현 클라이밍 짐’에서만 열심히 실력을 갈고닦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를 실내 클라이밍의 길로 이끌어 주신다면.

저는 20대 초반부터 운동을 꾸준히 해왔고, 턱걸이도 10개 정도는 가볍게 하기 때문에 클라이밍 해보기 전에는 너무 운동량이 적은 건 아닐까 걱정했었어요. 턱걸이는 순전히 팔만 쓰지만 이건 발도 쓰니까 별 거 아닐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해보니... 쓰는 근육이 정말 다르더라고요. 처음 몇 주 동안은 하고 나면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느낌이었어요. 사실 헬스는 큰 근육을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악력을 기르기가 힘든데, 이건 특히 악력이 중요하거든요. 굳은살이 박이기 전에는 손바닥도 아프게 느껴질 거예요.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잘 안 쓰는 근육을 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하고요, 몸이 적응한 후에는 즐겁게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건 일단 부딪혀야 알 수 있는 거고, 그 전에는 기초체력 만드는 정도만 해두면 될 거라고 봅니다. 따라서 처음 도전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일단 암장에 가보세요. 시작이 정말 반 이상입니다.

동기부여를 좀만 더 해드리자면, 클라이밍을 하고 실제로 근육 형태가 과거와는 달라졌어요.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몸이 괜찮은 상태인데, 클라이밍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체중도 70킬로대 후반에서 현재 초반대로 빠진 상태고요. 

그리고 특히 클라이밍은 여자들도 남자들 못지않게 잘할 수 있는 운동이에요. 문제마다 다를 수는 있어도 일반적으로 키가 크고(리치가 길고), 근력이 좋고, 유연하고, 균형감각 좋고, 가벼우면 유리하거든요. 남자들이 앞의 두 요소는 낫다 싶어도 뒤의 세 요소는 여자들이 더 좋은 경우가 많은 듯해요. 실제로 여자분들 실력을 보고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손발이 작은 것도 더 유리한 부분이지요.

# 방탈출 게임과 실내 클라이밍 외에 한창 눈독 들이고 있는 취미생활이 있나요?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하는 편이어서... 저는 눈독을 들이기보다 일단 재밌어 보이면 해보는 편이라, 제가 지금 안 하고 있다면 별로 생각이 없는 거긴 해요. 굳이 꼽자면 배우다 만 기타를 언젠가는 다시 배우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지금으로선 이 2개를 제대로 즐기기에도 시간이 모자란 거 같네요.


# 회사생활에서의 스트레스, 이런 취미와 함께라면 잘 풀리나요?
앞서 말했지만 두 개 모두 문제풀이라는 형식이고, 문제를 풀려면 집중을 해야 하다 보니 그 순간에 몰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그 순간만큼은 다 잊고 그것만 생각할 수 있고요, 멋지게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 풀려 있지 않을까요?


# 취미생활을 하면서 술이나 담배 등 스트레스 풀이용 아이템 소비가 줄었나요?
원래 스트레스를 술이나 담배로 푸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근데 예전에 헬스를 할 때는 운동이 정말 귀찮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는데 클라이밍 하면서 그런 거는 사라졌어요. 저한테 스트레스 풀이 아이템은 술과 담배보단 영화나 미드, 음악 예능 등이었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없다 보니 이것들에 쓰는 시간이 전보다 조금 줄어든 것 같기는 해요. 여전히 좋아하는 것들인데 다소 아쉽긴 합니다. 그래도 수제 맥주는 여전히 즐깁니다.

# 직장인에게 취미생활이 꼭 필요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솔직히 얘기해요. 일은 재밌기 힘듭니다. 예외는 있을 수 있어요, 열정적으로 창업에 뛰어드신 분이나, 일이 너무 적성에 잘 맞는 분들의 경우 일이 취미보다 재밌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희귀한 경우고요, 일이 재밌으면 여러분이 그걸 돈 내고 하셔야 하는 겁니다. 일은 원래 재미가 없어요.
하지만 재미는 정말 중요합니다. 저는 재미는 없지만 그래도 훌륭한 영화나 소설 같은 말은 성립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큰 재미가 아니어도 자신에게 만족감을 주는,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면서 사는 게 잘 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자면 일 끝나고 자격증이나 외국어 공부처럼 자기계발에 열을 올리며 살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하나 정도는, 본인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취미로 본인을 충전해야 직장생활도 잘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게 꼭 저같이 ‘취미스러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외국어 공부가 취미인 분도 계실 수 있고, 연애가 취미일 수도 있죠. 클러빙이 취미일 수도 있고요. 뭐든 간에, 자신이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찾는 게 중요하죠.


# 색다른 취미생활을 하고 싶어서 고민 중인 이 시대의 직장인들에게 동지로서 한 말씀해주신다면.
두 마디만.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단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습니다. 근데 심지어 취미생활은 한 번 해본다고 해서 딱히 후회할 일이 생기지도 않아요. 그렇지 않나요?
두 번째. 색다른 취미를 즐긴다고 하면 약간 특이한 사람처럼 생각하거나 ‘오타쿠’ 같이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기는 해요. 근데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인스타그램도 원래 하지 않다가 실내 클라이밍과 방탈출 게임을 하면서 시작했어요. 둘 다 문제를 푸는 거라 기록을 남겨놓으면 좋을 거 같더라고요. 동기부여도 되고요. 구경하고 싶으신 분은 인스타(@bismachia)로 놀러 오세요. 함께 취미생활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도 환영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bismachia/


구석구석 구기자


웹사이트 koopost.com 
브런치 brunch.co.kr/@koopost 
네이버 포스트 post.naver.com/koopost
인스타그램 #흑백스타그램 www.instagram.com/sleepingkoo 
인스타그램 #쿠스타그램 www.instagram.com/koopost
이메일 koo@koopost.com / hawkeye@donga.com

매거진의 이전글 그가 퇴근 후에 벽을 타고 방을 탈출하는 이유(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