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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자 Apr 04. 2018

우리 집 ‘겸둥이’ 사진 잘 찍는 법

사진기자에게 직접 들었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반려동물 인생 사진, 전문가처럼 찍고 싶다면?


‘동물’은 사진 전문가도 찍기 어렵다. 말이 통하지 않아 원하는 대로 통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광고 사진의 3B(Beauty, Baby, Beast)로 꼽히는 동물과 아이를 함께 촬영할 때면 아무리 숙련된 사진기자라도 땀을 한 바가지 쏟곤 한다. 

집에서 기르는 반려동물도 마음먹은 대로 사진 찍기가 쉽지 않은 건 마찬가지. 하지만 많은 ‘펫팸족’(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 겸둥이’를 예쁜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이런 요구를 반영해 반려동물 전문 스튜디오가 성황을 이루고, 사진 촬영 팁을 알려주는 원데이 클래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여러 환경에서 다양한 반려동물을 찍어본 ‘주간동아’ 사진기자들에게 반려동물 사진 잘 찍는 팁을 꼬치꼬치 물었다. 개를 키운 경험이 있는 홍중식 기자와 ‘이슬이’ ‘구슬이’ 두 마리 고양이를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우고 있는 지호영 기자에게 반려동물 커뮤니티 및 지인들이 궁금해하는 내용들을 물어봤다. 잊지 못할 #인생사진을 #멍스타그램과 #냥스타그램으로 남겨보자. DSLR가 부담스럽다면 스마트폰으로 시작해도 좋다.



Q 우리 집 반려동물은 너무 산만해요. 카메라에 집중하게 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홍중식(이하 홍) 반려동물이 평소 편안해하는 장소에서 촬영하세요. 잠자는 곳이나 아늑함을 느끼는 공간이면 좋죠. 개인적으로는 이런 장소에서 집중케 하려고 간식이나 장난감을 주는 것은 서로의 공감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오롯이 서로 집중할 수 있도록 신경 쓰는 것이 더 좋아요. 카메라를 뒤에 놓고 기다리기보다 처음부터 중간에 놓고 분위기를 잡아주세요. 급하게 촬영하려고 반려동물을 다그치다 보면 주눅 든 모습이 고스란히 잡히니 차분히 시간을 가져야 해요.  

지호영(이하 지) 아이를 촬영하든, 동물을 촬영하든 방식은 비슷해요. 반려동물이 카메라를 볼 수 있도록 카메라와 같은 방향에서 장난감으로 관심을 유도한 후 그 순간을 잘 포착하는 것이 중요해요. 간식을 주는 건 카메라로 달려들 수 있어 별로 추천하지는 않아요.



Q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반려동물을 흔들림 없이 촬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반려동물은 앞보다 옆에서 찍는 게 동작을 포착하기 쉽다.

 실내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스마트폰은 특히 그렇고요. 그런데도 촬영해야 한다면 동물이 정면으로 다가오게 하기보다 수평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찍는 게 좋아요. 이때 ‘패닝’이라는 기술을 쓰면 되는데, 그리 어렵지 않아요. 화면에서 피사체를 수평으로 따라가면서 촬영하는 거죠. 동영상이나 파노라마 촬영에서 많이 쓰는 움직임이라 낯설지 않을 거예요. 이 기술과 함께 연속 촬영을 하면 사진 몇 장을 건질 수 있어요. 

 무조건 가장 빠른 셔터 스피드로 찍으세요!  

 감도 및 노출 조정이 가능한 카메라라면 셔터 스피드를 최소한 125분의 1 이상 나오게 조절하고, 초점 영역은 최대한 넓게 설정하세요. 카메라의 ‘안면인식’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어요. 보유한 카메라가 안면인식 기능을 갖췄는지는 집의 인형들로 시험해보면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어두울 때는 어쩔 수 없이 ‘플래시’를 써야 하는데, 무조건 ‘빵’ 하고 터뜨리는 것보다 플래시 앞에 티슈를 대고 촬영하면 부드럽게 움직임을 잡을 수 있어요. 

 단, 플래시의 번쩍임에 놀라 반려동물이 도망갈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세요.



Q 하얀 또는 검은 털의 반려동물은 잘못 찍으면 색이 날아가거나 새까맣게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그런 색의 반려동물이 함께 있을 때는 어디에 기준을 두고 찍어야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지도 궁금해요.

하얀 반려동물과 검은 반려동물이 함께 있다면 되도록 검은 반려동물에 노출을 맞추자.

 모든 카메라는 피사체 반사율이 18%의 회색이라 가정하고 노출을 계산해요. 이 계산에서 밝은(흰색) 피사체는 너무 밝으니까 어둡게 표현하는 것으로, 어두운(검은색) 피사체는 너무 어두우니까 밝게 표현하는 것으로 계산이 이뤄지죠.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건 카메라 탓도, 촬영자 잘못도 아니에요. 약간의 조작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죠. 피사체가 사진에 나오는 것보다 밝은 색인 경우 카메라 노출을 +1, 어두운 색인 경우 -1로 수치를 조절해 촬영하면 원하는 밝기가 나올 거예요. 조리개와 셔터를 조절할 수 있는 카메라에 한해서요. 스마트폰이라면 먼저 구도를 잡은 후 노출과 초점을 맞추고 싶은 부분을 터치해 그 정도를 조절해야겠죠.  

 제일 쉬운 방법은 흰색 반려동물의 경우 조리개 F5.6이라면 카메라 노출을 반 스톱가량 오버해 F4.5 정도로 촬영하고, 검은색 반려동물은 반대로 찍는 거예요. 둘이 같이 있을 때는, 음…. 일단 검은 반려동물에 노출을 맞추는 편이 좋아요. 흰 반려동물을 기준으로 찍으면 검은 반려동물은 완전히 암흑으로 나올 수도 있거든요.  

 흰 반려동물과 검은 반려동물이 같이 있다면 화면에서의 비중과 카메라 노출 측정 방법을 고려해야 해요. ‘평가측광’ 방법으로 노출을 측정하면 대략 맞출 수 있을 거예요. 흰색과 검은색 두 컬러를 동시에 잘 나오게 하는 건 어려워요. 한 컬러는 반드시 보정 단계를 거쳐야 하죠. 상황에 따라 촬영자가 어느 쪽에 기준을 둘지 결정한 뒤 촬영하는 것이 좋아요.



Q 사람들은 ‘인생 사진’을 찍으려고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을 찾아다니곤 하잖아요. 반려동물도 촬영하기에 특별히 좋은 장소가 있을까요.

반려동물의 인생 사진을 찍으려면 동물이 가장 편하게 여기는 장소에서 시작하면 좋다.

 반려동물을 사랑한다면 장소가 무슨 상관이겠어요. 그래도 예쁘게 담고 싶다면 강아지의 경우 뛰어놀 만한 잔디가 많은 한강공원 같은 곳을 추천해요. 고양이는 외부에서 촬영하는 것이 너무 위험하니 집 안 창틀이나 담요 안, 캐츠 타워 등에서 조는 모습을 포착한다면 귀여운 사진을 남길 수 있어요.  

 야외 촬영의 경우 장소도 중요하지만, 빛의 시간대가 주변 풍광과 함께 드라마틱한 사진을 만들어줘요. 정오는 피하는 게 좋고, 빛이 각도가 낮으면서 컬러감이 따뜻할 때 가장 예쁜 사진이 나와요. 이런 시간대에는 반려동물도 차분해지죠. 실내라면 의자나 소파, 테이블 등 살짝 높이감이 있는 위치가 반려동물의 포토제닉한 모습을 담기에 좋아요. 순광보다 측광을 활용해보세요.



Q 요즘 스튜디오에서 반려동물 사진을 찍는 게 유행인데요. 집에서 반려동물 증명사진을 셀프로 촬영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무음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이나 셀카봉을 쓰면 자연스러운 표정을 포착할 수 있다.

 얘들이 증명사진이 필요할까요?(웃음) 굳이 촬영하고 싶다면 일단 ‘앉아’와 ‘기다려’를 알아듣고 실행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봐야겠죠. 그게 되지 않으면 촬영 시작부터 애로사항이 많으니까요.  

 일단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한 뒤 촬영할 위치의 대략적인 앵글을 잡으세요. 그리고 식탁이나 테이블에 흰색 이불이나 천, 종이를 드리워 배경을 만들고 집에 있는 조명(스탠드)을 활용해 빛을 좌상 45도가량의 위치에서 반려동물에게 비춥니다. 그다음 만들어놓은 배경 아래에 의자나 두꺼운 책 등으로 높이를 줘 반려동물을 앉힌 뒤 촬영하면 돼요.



Q 반려동물 사진을 찍고 포토샵으로 리터칭할 때 신경 쓰면 좋은 부분은 어디일까요.

반려동물의 신비로운 눈동자 위주로 사진을 남겨보자.

 눈동자를 잘 표현하는 게 좋아요. 캐치아이(catch eye)라는 촬영용 용어가 있는 것처럼 말이죠. 눈의 색감과 또렷함을 잘 살려주면 사진이 훨씬 생기 있게 보여요. 

 컬러감 표현이 좀 부족하다면 포토샵으로 채도와 콘트라스트를 넣어 사진에 활력을 줄 수 있어요. 커브의 곡선도 일직선보다 반려동물의 밝기에 맞춰 S자로 움직이면 더 좋고요. 좀 더 선명한 사진을 만들고 싶다면 하이패스 기능으로 사진을 리터칭해보세요. 선명함보다 따뜻함이 좋다면 색온도를 높게 설정하고 옐로와 레드 계열 컬러를 살짝 넣으세요. 여기에 가우시안 블러로 효과를 더하면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어요.



Q 고양이와 강아지는 사진 찍을 때 케어하는 법이 다른가요.

 당연히 과가 다른데 같을 수가 없죠. 그래도 공통점은 둘 다 순간포착을 잘 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고양이를 찍으려면 강아지보다 훨씬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고, 오랜 시간 카메라를 들고 있을 수 있는 체력도 필요해요. 고양이의 신비로운 눈동자 위주로 촬영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에요.  

 강아지의 경우 흥분하게 해서는 안 돼요. 새로운 장소로 이동하거나 낯선 사람이 등장해야 한다면 평온을 되찾을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준 다음 촬영해야 해요.



Q 스마트폰으로 반려동물을 찍고 싶은데, 추천하는 촬영 및 보정 애플리케이션(앱)이 있을까요.


 요즘 스마트폰은 카메라 기능이 무척 좋아 별다른 보정 앱이 필요한지 잘 모르겠어요. 그 대신 카메라를 들이대면 싫어하는 반려동물이 많아서 종종 셀카봉을 이용하고 있어요. 

 저도 촬영 자체는 내장 카메라를 우선적으로 씁니다. 빠른 반응이 생명이니까요. 후보정을 해야 할 때는 ‘Art Pic-Photo to Oil Painting Darkroom Art Studio’라는 앱을 사용해요. 인터페이스가 알아보기 쉽고 무료인데도 다양한 효과를 구현할 수 있거든요. 인스타그램용 포맷으로 만들기도 좋고요. 분위기를 망치지 않고 사진을 찍고 싶다면 ‘조용한카메라’ 앱을 씁니다. 국산 스마트폰에만 있는 ‘찰칵’ 소리로 반려동물의 이목을 집중시켜 다음 컷을 촬영하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죠.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사진 = 홍중식  ·  지호영 기자, shutterstock


원문 읽기: http://weekly.donga.com/Main/3/all/11/12699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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