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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Mar 25. 2016

독일/프랑스 자동차 여행(1)

솔로 오토캠핑 이야기

처음 유럽에 갔을 때는 배낭여행객들이 많이 머무는 호스텔에 묵으며, 여행을 다녔다. 

두 번째 유럽에 나갔을 때는 카우치서핑으로 현지인들의 집에 빌붙어 다녔다. 

세 번째는 airbnb에서 묵었다. 

모두 유럽의 자랑, 기차를 타고 다녔다. 참 편리하고 즐거운 교통수단이지만, 정해진 시간을 지켜야 하고, 기차 좌석 예약이 될까, 항상 긴장하고 다녀야 했다. 당연히 여행 경유지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네 번째는, 자동차를 렌트해서, 내 마음대로 어디든 가고 싶었다. 기왕이면, 숙소도 없이 도착하는 곳 근처 캠핑장에 텐트 치고 오토캠핑을 즐겨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독일 출장 스케줄이 끝나고 나는 일주일간 휴가를 냈다. 회사 숙소 근처에서 sixt 렌터카를 이용해서 차를 빌렸다. 가장 싸고, 수동으로. (물론 유럽에는 수동이 대부분이다.) full coverage를 선택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깐 말이다. 사고가 나서, 집에 못 돌아가고 노예 계약하고 빚을 갚고 가야 할지도 모른다. 

VW 골프동생 폴로, 새차다. 귀엽지 않은가! 게다가 디젤

여행 계획을 짜기는. 그냥 차에 타고 출발했다. 일단 독일 남부의 스위스 경계, 콘스탄츠 호수가 아름답다고 했다. 남쪽으로 가자. 남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갈 수 있으면, 독일인들이 휴양지라고 생각한다는 퓌센까지 가봐야지. 직장 동료에게 빌린 텐트가 있었고 내게는 구글 지도도 미리 받아 놓았다. 아 물론, 렌터카에 내비게이션 따위는 없다. 하루에 만 원이 넘게 내야 하는데, 내게는 사치다. 


블로그를 통해 봤던 아름다운 캠핑 장소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 곳은 비싼 곳이었고 내가 도착한 장소는 무슨 영화 district 9 에 나오는 듯한, 난민 수용소 같은 곳이었다. 심지어 이 곳도 예약이 꽉 차서, 두 캠핑장 딱지를 맞고 세 번째 캠핑장으로 이동을 했다. 세 번째 캠핑장에 겨우 도착했을 땐, 날이 어둑해져 있었다. 아름다운 콘스탄츠 여행은커녕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배까지 고팠다. ㅜㅜ 


다행히 세 번째 캠핑장 마음 좋아 보이는 독일 아주머니는, 예약은 8월 성수기라 풀이지만, 저기 가서 남는 자리 있으면 그냥 텐트 치라고 한다. 원칙을 지키는 독일인에게서 나오기 힘든 모습이다. 일단 텐트를 주섬주섬 가지고 온다. 비가 내리고 옷도 여름옷만 가져와서 매우 춥다. 배도 고프다. 얼른 텐트 치고 밥을 해 먹어야지. 물론 나는 텐트를 쳐 본 적이 없다. 그까짓 거, 껌이겠지.... 는 얼어 죽을, 한 시간째 텐트를 못 쳐서 고생 중이다. 아 이럴 수가... 옆에 캠핑카를 가져와서 맛있는 맥주와 고기들을 먹고 있는 노부부들이 부러웠다. 이 캠핑장에 유일하게 내가 아시아인인 것 같다. 심지어 흑인도 없다. 그리고 난 혼자 생쇼를 하고 있다. 허허허. 

갑자기 옆에 또 혼자 놀러 온 독일 친구가 독일말로 도와주겠다고 한다. 천사다 ㅜㅜ. 이 친구는 더 하드코어다. 자동차도 아니고, 자전거로 캠핑여행을 다닌다고 한다. 물론 영어를 못하고 독일말만 해서 꽤나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 15분 동안 낑낑대며, 구식 텐트를 쳐주었다. 고마움의 표시로 내가 쿨하게 맥주를 사겠다고 했다. 

맥주를 사러 캠핑장 내 바로 가니, 옆에서 독일식 전통 밴드의 공연이 있었다. 대부분 노부부들이 휴가를 온 거다. 젊은 애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 모습이 정겹다. 하루 종일 고생하느라 조금 후회가 됐지만, 이 음악과 이 공기, 그리고 텐트를 쳐서 숙소가 생겼다는 안심이 날 행복하게 한다. 


to be continued..

독일어로는, Fortsetzung folgt

읽을 때는 폴젯쩡 폴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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