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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May 18. 2017

갑작스러운 제안

아이고 깜짝이야

오늘도 여전히 서울의 한 공간 대표님을 오전부터 뵙기로 했다. 공간은 굉장히 깔끔하고 천정이 높게 설계되어 있어 들어가자마자 '쾌적하다!'라고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앉아서 잠깐 기다리자, 어린아이처럼 티셔츠를 입고 나오시는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다. 나이는 약 40대 중반-후반으로 보이셨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밝고 젊으셨다. 마치 미국 로멜라 연구소의 Dennis hong 교수님을 보는 듯했다.


대표님은 우리가 개발할 솔루션에 관심이 상당하셨다. 아니, 이미 나보다 더 해외 솔루션까지 사용해보셨을 정도로 리서치까지 끝내신 분이었다. 내가 방문하기 전에 이미 우리 랜딩페이지도 직접 확인하셨을 정도로 꼼꼼하신 분 같다. 직접 팀을 꾸려 개발할까도 생각해봤지만 여러 사정이 있어 못하고 있다고 하셨다. 그러나 우리 솔루션 그 자체만으론 아직 시장성이 없지 않느냐는 우려의 의견을 주셨다.


충분히 일리 있는 말씀이다. 대표님은 오히려 솔루션을 기반으로 추가적으로 스타트업들이 불편해하고 어려워하는 문제들을 풀어줄 수 있는 수행비서와 같은 솔루션을 확장해서 만들면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주셨다. 와 또 이건 무엇인가. 이렇게 큰 그림으로 의견을 주시는 대표님은 처음이었다. 대부분의 고객분들께서 문제점 및 한계를 지적해주시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대표님은 꽤나 먼 방향성의 인사이트를 주셨다.


그러면서 어차피 개발을 하게 될 것이면 일종의 시드/엔젤 (난 아직도 시드와 엔젤투자의 차이점을 잘 모르겠다.) 투자를 통해 이 공간에 들어와서 개발해 보는 것은 어떠냐고 갑작스러운 제안을 하셨다. 문서를 두고 진지하게 나온 제안이 아니었지만 구일모 인생에 처음으로 나온 투자 제안이었다. 나는 너무 깜짝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리고 대표님께서 아직 우리의 솔루션 MVP를 보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그런 제안을 할 수 있지?라고 의문의 물음표가 머릿속에서 떼로 돌아다녔다.


너무도 좋은 조건 같았다. 일할 공간도 해결해 주시고, 투자까지 관심이 있으시다니.

그러나 아직 우리 자신도 우리 제품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 예의를 다해 정중히 제안을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님께 우리 MVP 제품이 나오게 되면 보여드리고 또 그 이후에 다시 긍정적인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요청드렸다. 이것은 제안을 주신 것에 대한 최대한의 고마움의 표시였다. 신중해야만 했다. 좋은 것이 있다고 덥석 물어버리게 되면 판단을 잃게 된다.



오늘은 드디어 우리 팀 CTO님과 함께  코워킹 사무실 공간에 자리 잡게 되었다. 2개월간 떠돌다가 드디어 임시로나마 보금자리가 생긴 것이다. 너무 기뻤다. 서둘러 노트북 세팅을 마치고 오늘은 못다 한 Redux를 공부했다. React를 처음 접했을 때와 마찬가지의 좌절감이 온다. 이 프레임워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추상적으론 이해가 가는데 코드상에서 이해가 잘 안돼서 브라으저상에서 그려지지가 않는다. 매우 우울하다. 그때도 그랬다. 하지만 우울할수록 더더욱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정복했을 때의 그 기쁨과 보람을 알기에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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