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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Jun 04. 2017

그냥 하루의 끄적거림

초여름 바람은 시원하네요

회사를 반나절만 다니기 시작하고나서부터는 회사 사람들과 거의 어울리지 않고(못하고) 있다. 회사에서 가끔 하는 회식이나 피크닉에도 모두 빠지게 되었다. 회사 사람들은 같이 가자고 꼬드겼지만


'제 처지에 어떻게 갈 수 있나요.'


하고 거듭 정중하게 거절하게 되었다. 주변 친구들의 저녁 약속, 술 약속을 미안한 마음에 거절하는 것과 동일선상에 있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갈 수는 있다. 절대적인 물리 시간은 낼 수 있으나, 나의 '마음'의 여유가 나지 않아 가질 못하겠다. 이전에 몇 번 친구들의 모임이나 회사 무리에 껴서 밥을 먹어도 그분들과의 대화에 이전처럼 자유롭게 끼지 못하겠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회사 사람들과의 대화는 주로 회사 이야기다. 회사의 현재 상황, 회사의 부조리한 문제들, 불평, 그리고 앞으로 쌓여있는 일들 등에 대한 이야기가 와 닿지 않는다. 


마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한테 편의점 본사의 향후 미래에 대해 관심이 크게 없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음... 


그럼 그렇다고 스타트업 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네트워킹에는 마음 편히 갈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역시 그곳도 내가 아직 속한 곳은 아닌 것 같다. 즉, 아직 나는 어디 무리에 껴서 대화하고 이럴 여유를 가지는 게 사치라는 판단이 든다. 지금은 고객과 제품에만 신경 쓰고 (아니 지금만이 아니겠지) 최대한 제품을 만들고 피드백을 반복해서 들어야 하는 단계다. 예전에 음식 장인들을 보면 계속 만들고 먹어보고, 만들고 먹어보고 수 백번, 수 천 번 하면서 하루를 마감하는 게 일상이다. 


어쨌든, 현재 분야를 선택한 이상, 이 분야에 대해선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고, 반드시 되어야만 한다. 미팅에 가서 이래 저래, 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말은 잘할 수 있겠으나, 실질적인 서비스와 제품이 나오기 까진, 이렇게 말빨로만 방어할 수는 없다.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끔 하는데, 도저히 무리다. 승부는 그렇게 '진짜' 경기에서 냉정하게 날 것이기 때문이다.


몇몇 잠재고객들을 만나면서 우리 제품에 큰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보인다. 참 감사하다. 그러나 동시에 무섭다. 어설픈 우리 베타 제품을 가져가서 그분들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바로 앞에서 지켜봐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게 공포 영화가 된다. 물론, 지속적으로 개선해야만 할 것이고, 나는 거듭 우리 고객들의 불만족스러운 모습을 견뎌내야 할지도 모른다. 어설픔 속에 강력한 하나의 killer feature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어설픔이 가려질 수 있다. 어디에도 답도 없고, 이정표도 없으며 회사 업무처럼 '마무리'라는 개념도 없다. 그래서 재밌는 것이겠지만 그래서 쉽지도 않은 것 같다. 


그래. 이제 알겠다. 왜 '사업'은 학과 과목에 없던 것인지.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라는 말이 왜 터무니없는 소리인지 알겠다. 어떠한 구체적인 방향이 있다기보다는, 어떻게 대응할지, 어떤 전략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론들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더더욱이 정부에서 주관하는 창업교육 코스에 크게 기대가 되지 않는다. 


부분적인 세미나 들을 많이 제공해 주는 것은 좋을 것 같다. 법인 안에서의 있을 세무적, 회계적이 이슈들이라든지 아니면 직원 고용에 의한 이슈에 대한 나눔이라든지. 아 일단, 좀 창업 관련 예산 좀 줄였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고 1년 뒤에 배고프다고 정부 예산 따러 다닐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각종 부처에서 나오는 예산과 경진대회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당연히 초기 팀인 우리에겐 자금은 아쉬운 부분이다. 당장 현재 없어도 상관없지만,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유혹을 이기기 힘들다. 그래서 자꾸 무슨 무슨 선도 대회니, 벤처회사 연결이니, 등등에 귀가 열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 우리 팀은 집중을 잃어버린다. 원래 우리가 풀려고 했던 구체적인 그룹의 구체적인 문제를 푸는데 집중하기보단, 정부 사업에서 내놓는 주제에 맞춰 '가짜 자소서'를 쓰게 된다. 일단 나로서는 리눅스에서 윈도로 다시 부팅해서 정부 공식 포맷인 '한글'을 켜는 것조차 너무 번거로운 일이다. 도대체 왜 글로벌 포맷을 무시하고 '한글'을 고집할까? 한컴과 정부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로비? 이전 직장에서 군 관련 문서를 모두 한글문서로 암호화해서 주고받았는데 이유를 물어보니 보안이 더 좋다고 하더라. 응??? 그게 무슨 소리인가. 아 그럴 수는 있겠다. word format보다 한글 format이 일단 사용량이 적기 때문에 굳이 해킹이나 해킹 솔루션의 공급도 적을 수는 있겠다. 그거 외엔 잘 모르겠다. 

http://ppss.kr/archives/16666

ODF라고 하는 국제표준기구(ISO)에서 정한 표준이 있다! 그리고 심지어 오픈소스다! 반성해야 한다 정말...

(*참고로 우분투에서는 무료 text editor인 Libreoffice를 당연히 오픈소스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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