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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Jun 20. 2017

결정하고 후회하지 않기

만약에...란 없다

가전제품을 구매하기 전, 꽤 많은 조사를 한다. 먼저 제조사에서 내놓는 사양(specification)을 보고,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찾아서 그 사양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본다. 또한 전문 온라인 미디어에서 다루는 리뷰를 찾아본다. (e.g. 다나와 or 유튜브) 리뷰는 국내/국외로 찾아본다. 그런 다음에 개인 블로그 리뷰를 찾아본다. 쇼핑몰 리뷰는 마지막에 참고나 하는 정도다. (쇼핑몰 리뷰가 가장 신뢰도가 적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에, 가능하면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져보고 구매하는 편이다.


이렇게 치밀하게 알아보고 구매해도, 구매 후, 더 좋은 딜이 있거나, 아니면 더 좋은 모델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제품을 구매한 후에, 다른 제품이나 구매 경로를 별도로 확인하지 않는다. 이런 게 확인되면 내 배만 아플 뿐이다. 열심히 알아보고 구매했다면, 이제 잘 쓰면 된다.



아 그때로 돌아가면 그걸 샀을 텐데...

이런 후회는 의미가 없다. 특히, 구매 전에 충분한 리서치가 있는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당시로 돌아간다면 동일한 선택을 할 게 뻔하다.


결정..선택..

살면서 우리는 종종 중요한 갈림길에서 결정을 하게 된다. 또는, 매일 하루 중에서도 수십 번 사소한 결정을 하게 된다. 그런데 한 번 결정을 하고 나면, 그 과정에 충실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생각보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데 종종 우린 스스로의 결정에 굉장히 큰 무게가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인생을 돌이켜 봤을 때도, 그 당시만 해도 굉장히 중요한 터닝포인트에서의 결정이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결국, 선택 이후에 갈고 닦여지면서 나에게 맞는 길로 가게 된다. 나는 결정의 중요도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결정 이후에 얼마나 진지하고 열심과 성실로 시간을 쏟는지에 따라, 잘못된 결정 안에서도 더 나은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난 상대적으로 주변 사람들보다 엄청나게 똑똑하거나, 어느 한 분야의 영특함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 점을 분명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30대가 된 이후 내가 얻은 가장 소중한 깨달음 중 하나이다. 그 전까진 천재는 아니어도 이 정도면 꽤 똑똑하다고 생각했고, 분명히 증명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을 뿐이었다. 자존심이었을까. 꼴에.


왜 이 깨달음이 엄청 소중했냐면, 내 삶에서 더 이상 허무맹랑한 것 대신, 실질적인 일들을 해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갈림길의 기로에 서서 고민하고 분석하고 계획을 짜는 대신, 주어진 시간 안에 나름 고민을 하고, 빨리 결정을 내리고, 빨리 실행하고 가는 것이다.



갔는데 거기가 아니면 돌아오면 된다. 똑똑한 사람이 보면 엄청 멍청하게 보일 수 있지만, 내 선에선 이것이 고민만 하다가 실행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똑똑한' 행동이다.



부트캠프에서 배웠던 탐색 알고리즘 중, '완전 탐색' (Brute force algorithm)이 있었다. 아래 그림을 보면, 4x4 (n=4) 체스판에 여왕(queen)을 놓을 수 있는 경우의 수를 구하는 것이다. 컴퓨터가 문제를 푸는 방법은, 하나씩 놓아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컴퓨터는 엄청 멍청해서 모든 계산을 다 해보고 결정한다. 대신 엄청 빠르게 실행을 하기 때문에 우린 눈에는 이런 뒤에서의 삽질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요즘 하는 빅데이터, 머신러닝 이런 건 전 잘 몰라요) 듣기로 알파고의 동작 원리도, 그 순간에서 둘 수 있는 모든 수를 다 둬보고 승률을 모두 계산하여, 최선의 승률 쪽으로 선택한다고 한다(틀릴 수도 있습니다).


N-Queens problem 출처: JBoss.org


하지만 대부분 우리 인생의 순간순간의 선택이 저 정도로 복잡하진 않다. 굉장히 납득할 수 있을법한 선택지가 있으며, 그 와중에 선택하고 실행하면 된다. 선택 A를 했어야 하는데 선택 B를 했다고 해서 인생이 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인간인지라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선택지는 애초에 선택지에 올리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택지 A, B 모두 꽤나 합리적인 후보들이라는 것이다.

결정 자체가 인생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선 좀 의심이 든다. '실행'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후회

또한, 돌이켜 보면, '왜 그때 그 선택지를 올릴 수 없었지', 하고 후회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것 역시 의미가 없다. 그 당시, 그 선택지를 옵션에 둘 수 없었던 것은 순전히 내 깜냥이 그 정도였을 뿐이다. 다시 돌아간다 하더라도 그 선택지는 있을 리가 없다. 내가 대비해야 하는 것은, 지금 과정에 더 충실하고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선택의 기로에, 더 스마트한 '옵션'을 둘 수 있도록 내 근육을 지속적으로 키워가는 것이다.


또한, 계속 실행해 봐야, 노하우가 생기고 감이 생긴다. 스마트하게 몇 번 선택하고 행한 사람보다, 좀 바보스럽더라도 몇 번 더 경험해보는 것이 다음 번에 더 좋은 선택지를 올릴 수 있게되는 것이다. 몸으로 배우는 것만큼 확실하게 배우는 게 없다. 고생한 만큼 얻게 된다. 대학생 때, 학비 벌려고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배웠던 사장님, 동료들과의 관계에서의 노하우, 피자집에서 혼나가며 배웠던 영어 문장들, 이런 것들은 각인이 되어 사라지지 않는다.


결론

즉,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옵션이 내 역량 안에서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 들이며,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 부분을 밀고 가야 하는 게 맞다. 이후에 결과론적으로 그 선택지가 잘못되었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동일한 선택을 할 것이다. 만약에 다른 선택이 절대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었다 할지라도, 그 선택지를 고를 수 없었던 것도 내 능력의 부족이었다. 즉, 다음 선택에 더 나은 선택을 하면 되고, 현재 선택한 길에서 전문가가 되자. 근육을 키우자. 그러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원했던 길을 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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