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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May 08. 2016

기계식 시계: 입문

남자의 로망, 시계

나는 30대 평범한 직장인이다. (이제 퇴사해서 평범한 일반인 입니다) 평소에 굉장히 소박한 편이지만, 종종 스피커라든지, 꼭 가지고 싶은 아이템은 꼬박꼬박 열심히 돈을 모아서 사는 편이다. 예를 들어 스피커에 관심이 많던 나는, 친구가 우연히 들려준 B&O사의 Beoplay A2 휴대용 스피커의 소리를 백화점에서 한번 듣고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돈을 모아 스스로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준 적이 있다. 지금껏 살면서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굉장히 소박한 편이다. 남자들이 돈을 많이 쓰는 지갑, 시계, 벨트, 가방 등에 절대 큰 돈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 패션 테러를 일으키곤 한다

솔직히 아직까지도 위 열거한 액세서리에 남자로 태어나서 왜 그렇게 큰 돈을 써야 하는지 머리로는 이해가 가도, 가슴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다) 스피커는 최소한 '음향'이라는 굉장한 깊이를 선물해 주지만, 액세서리에 한해서는 시각적으로 크게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품질, 퀄리티, 내구성, 사용기간 등을 고려한다면 꽤나 합리적일 수 있다.)


이제 본론인 (손목) 시계 이야기를 해보자. 시계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쿼츠 시계와 기계식 시계이다. 쿼츠 시계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조그만 배터리가 들어가는 손목시계를 생각하면 되겠다. 나무 위키의 글을 빌리자면 다음과 같다.

종래의 태엽 구동 대신 수정진동자를 이용, 전지로 작동하는 디지털시계. 거의 모든 전자시계에는 QUARTZ라고 쓰여있지만 이는 시계 회사 이름이 아니며, 쿼츠는 석영을 뜻한다. 석영 결정을 특정한 면으로 절단하여 만든 작은 조각 양끝에 전극을 달고, 그에 전압을 걸면 진동이 일어난다. 이 진동은 일정한 주기를 가지는데다 여러 가지 외부 변화에도 진동 주기에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시간을 측정하기 좋은 특성을 지닌다 - 나무 위키, 검색 "쿼츠 시계"

그럼 기계식 시계란? 바로 전지 역할을, 기계식 에너지로 대체된 시계를 말한다. 대부분의 굉장히 비싼 시계들은 기계식 시계들이 많다. 인터넷에서 스위스 장인이 수제 기계식 시계를 만드는 과정을 한번 봤는데, 입이 딱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일 년에 몇 개 안 만드는 장인이었는데, 가격은 말할 것도 없고, 정말 거짓말 안 하고 모든 것을 직접 다 만든다. (그 조그만 톱니바퀴를 직접 설계해서 제작한다.) 

출처: 생활의 달인


아무튼, 이런 기계식 시계의 단점은, 기계적으로 힘을 저장시켜야 한다는 것, 즉 태엽을 감아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손에 차고 걸어 다니면서 '스윙'을 이용해서 자동으로 충전이 되는 기계식 시계도 있다.) 내가 보기에 제일 큰 장점은, 정말 기계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평생 전지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기계식 시계에 빠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비싸다는 것이다. 기계식 시계에 브랜드를 입히면 굉장히 비싸다.

출처: 시갤

위와 같이 시작 가격대가 20만 원이다. (물론 위 표는 꼭 기계식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어찌 됐든 시계는 비싸고, 대부분 기계식 시계는 좀 더 비싼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기계식 시계를 사용해 보고 싶었다. 평생 싸구려 쿼츠만 쓰다가, 이제는 제대로 된 시계를 써보고 싶었다. 언제나 길은 있었다. 검색을 해보니, 가성비 최강 중에 최강은 PARNIS라는 중국 회사가 있다.  고급 시계의 짝퉁을 만드는 중국의 시계장인들이 흩어져 있었는데, 자꾸 고소당하고 골치 아프니깐, 이참에 짝퉁 만드시는 장인들을 모아서 시계 짝퉁의 어벤저스가 된 회사라고 한다. PARNIS 시계들은 짝퉁계에선 꽤 유명해서, 부품도 진품과 동일한 것을 공급받아 조립한다고 한다. ->라고 믿고 사는 거다 원래.

 


2시간여의 폭풍 검색과 비교 끝에, PARNIS의 단순해 보이는 디자인을 선택했다. 알리 익스프레스 앱도 다운로드하여, 회원가입을 했다. 신용카드 정보 입력 후, 구매를 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판매자가 고객에게 friend라고 부른다. 뭔가 친근감이 있지만 사기 치기에도 좋아 보인다. 어쨌든 후기를 믿고 나는 약 7만 원 정도 하는 시계를 구매했다. 잘 도착하겠지.. 주위에 물어보니 약 2주가 걸리거나 아니면 그냥 잊어버리고 있으면 언젠가 도착한다고 한다. 배송비가 무료다. 장난으로 1불이 되지 않는 액세서리도 시켜봤는데, 이것도 배송비가 무료다. 과연 돌아올까? (두 달이 지난 지금 1불이 안 되는 액세서리가 도착했다.) 


출처: 알리바바, PARNIS


시계가 도착했다. 이리저리 만지고 조작해보니, 완전 만족이다. 깔끔하고, 기계식 시계태엽 돌아가는 소리도 일품이다. 걱정했던 시계줄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시계방 가서 줄교체를 안 해도 될 정도이다. 시계의 초침과 분침 돌아가는 부드러움이 쿼츠와는 비교가 안 된다. 금속의 마감처리라든지, 내부 조립 상태는 끝내준다. 

불편함은 있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풀어진 시계를 정자세로 잡고, 경건한 마음으로 태엽을 수동으로 감아주어야 한다. 불편한 이 과정은 나와 이 시계를 이어주는, 나의 손때를 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이제 시계를 착용한지 3주 정도 되어가는데 꽤나 정이 많이 간다. 1년이고 시간이 지나면, 더욱 정이 갈거라 예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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