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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May 08. 2016

늘상 오늘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

며칠 새 비가 주룩주룩 멈추질 않더니, 오늘에서야 날이 쨍쨍하게 밝았다. 왠지 모르게 오늘은 신나지가 않다. 확실히 나는 흐린 날 더 기운이 나는 타입이다. 

30대의 직장인, '여유'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나이다. 솔직히 말하면, 좋아하는 책을 읽는 시간도 확보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 즉, 이 말은 내가 독서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글'보다도 '영상'에 이미 나는 중독이 되어있다. 가슴 아프지만 솔직한 상태이다. 

영상은 마약과도 같다. 그렇다고 내가 마약을 해본 것은 아니다. 중독이 되게 마련인데, 평소에 싫다가도 정작 감상하게 되면 멈추기 어렵다. 너무나도 재미있기 때문이다. '글'은 몰입하기까지의 조건이 까다롭다. 영상은, 몰입하기까지 별다른 노력이 필요하지도 않고, 진입하기 위한 시간도 단 몇 초면 벌써 화면과 스토리에 집중하게 된다. 반면 '글'은, 다분히 능동적인 뇌의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뇌가 어느 정도 예열이 되어야 한다. 글의 배경에 대해 상상해야 하며, 필요에 따라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모습들을 머릿속으로 그려야 한다. 영상처럼 친절하게 그림 그리는 것을 도와주지 않는다. 아, 영상은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이것은 이거다'라고 말해주며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동네 인테리어 집

바쁜 일상 속에서 내가 사는 동네는, 그저 출근과 퇴근을 오가는 중간에 어쩔 수 없이 있는 '길'이다. 늘 오가는 길이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스마트폰과 음악, 그리고 팟캐스트가 판치는 지금, 더더욱 오가는 길에 특별히 신경 쓸만한 시간은 없다. 우리에겐 가용 시간은 있지만, 의미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오히려, 그러한 의미 있는, 굉장히 여유로운 시간이 생길 때 우리는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오늘 내가 그렇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마을길을 나서 보았다. 평소에 관심 가지 않았던 길들, 모퉁이들을 주의 깊게 관찰해 보기도 하고, 돌아다니는 아이들에게 인사도 했다. 이상한 아저씨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오르막길

미국에서는 이런 한국 모퉁이 골목길들을 그리워했다. 조금은 지저분한, 조금은 사람 냄새나는 그 길들을 말이다. 미국에서야 모두들 차로 다니는 경우가 많으니, 이런 오르막길에서 같은 동네 사람들끼리 출퇴근 동무가 될 기회조차 없다. 지금에서야 그 미국의 넓고 쾌청한, 풀과 나무가 많은 길들도 그리워지는 건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나 보다. 

이렇게 사람 냄새나는 동네들은 이제 재건축 예정으로 모두 없어질 위기에 처해있다. 

동네 마트에 들려 과일과 군것질거리를 몇 가지 샀다. 역시, 대형마트보다 동네 마트에서 무엇을 사건, 훨씬 기분이 좋다. 동네 마트들이 잘 됐음 좋겠다..라고 하기엔 우린 이미 너무 자주 대형마트를 이용하고 있다. 


집에 와서 책을 읽고 브런치 글들을 좀 읽었다. 역시 브런치에는 글 잘 쓰는 분들이 참 많다. 재미있게 쓰기도 하고. 읽은 만큼 잘 쓴다는 블로그도 읽었다. 내 딴에 순식간에 글을 잘 쓰려는 건 딱 봐도 욕심이 과하다. 작가들은 도대체 그 많은 세계관을 글로 어떻게 표현하는 것일까? 상상도 안 간다. 글을 쓴다는 것은 굉장히 외로운 것 같고, 그 외로움과 충분한 친구가 되지 않는 이상 글을 잘 쓰기란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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