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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Aug 01. 2017

오토바이 사고

오토바이 사고가 났다.

정확히는 3월 정도에, 오토바이 구매 후 열심히 타고 다니다가 정확히 3달 만이었다. ㅜㅜ


다시 말하지만 나는 겁이 많다. 따라서 사고가 날 수 있는 확률을 줄이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닐 때도, 칼치기, 끼어들기, 차 사이로 돌아다니기, 새치기, 과속 등은 하지 않았다. 최대한 차 주변에 있으려 하지 않았고 언제나 보호장구를 충분히 갖춘 채로 다녔다.


그런데


하루는 부트캠프를 마치고 밤늦게 (11:30 pm) 집에 귀가하던 중이었다. 큰 3차선 대로변에서 빨간불이 켜졌고, 교통법규를 준수하는 바른 청년인 나는 양 옆, 앞 뒤 차량이 한 대도 없음에도 붉구하고 정확히 정지하고 초록불을 기다렸다. 그렇게 앞만 보고 있는데 갑자기



갑자기 나는 하늘을 날고 있었다. 뭐지, 이건 꿈인가. 오토바이와 나는 약간 분리되어 하늘을 날고 있었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고 과장하고 싶지 않지만 갑자기 슬로모션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뭐지? 나는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말이다. 내가 움직이거나 미끄러진 것도 아니고, 분명 멈춰 서서 기어를 중립으로 두고 나는 앞을 보고 있었단 말이다. 뭔가 부딪혔구나!라는 것을 깨닫고는, 아직 죽을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아직 바닥에 착지하지 않은 채로 이 모든 것들을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었다.


보통 오토바이 사고는, 1차 사고가 난 이후 2차 사고에서 더 다치게 마련이다. 1차 사고에서 보통 오토바이와 분리가 되고 이후 길바닥에 넘어지고 나서, 본래 충돌한 차량과 별개로 양 옆 차선이나 반대편 차선의 차에 치이거나 깔리게 된다. 일단 나는 최대한 다치지 않는 방향으로 낙법을 해 보기로 했다. 중학교 때 1년간 짧게 유도를 배웠던 것이 여기서 사용되는구나! 역시 세상엔 쓸데없이 배우는 게 한 개도 없다. 아! 아직도 하늘에 떠 있었다. 이 슬로 모션은 굉장하다. 누가 말하길, 죽기 전에 인생의 히스토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고 하는데, 다행히 그렇진 않았다. 아직 기회가 있다.


비록 헬멧을 쓰고 있었지만 허리와 머리보다는 다리가 나아 보였다. 그래서 다리를 돌리면서 오른쪽 손으로 땅을 짚기로 했다. 예상대로 나는 굴렀고 다리와 손에 충격을 받은 채로 땅에 떨어지며 두 바퀴 반을 굴렀다. 땅에 떨어진 후, 낙법으로 인해 다행히 의식이 있었다. 뭔가 정신없었지만 일단 시신경과 손과 발은 움직여지는 듯했다.


2차선에 있던 나는 1,3차선에 차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반대편에서도 차가 오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여기서 바보 같게도 바로 인도로 도망갔어야 하는데, 꼴에 프로젝트 중이라고 갑자기 배낭에서 내 노트북을 꺼내더니 노트북의 상태를 살폈다. '음 문제없어 보이는군' 나는 배낭을 다시 메고 발을 절뚝거리며 넘어져 부서진 오토바이를 끌고 인도로 끌고 갔다. (이것도 정말 잘못된 행동이다. 사고 기록을 위해서 그대로 보존하거나 사진을 찍었어야 했다.)


겨우 몸과 오토바이를 이끌고 도보로 오니 저 멀리 검정 택시가 멈춰져 있던 것이 보였다. 난 정지된 상태에서 택시에 받힌 것이었다. 이때 상황 파악 완료. 무지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분명히 저 흰 선 뒤에 서 있었다. 그런데 사고가 난 이후 난 첫 번째 사진에서 사라졌다. 즉, 받혀서 앞으로 2-3미터를 날아갔다는 뜻이다. 오른쪽 사진은 내가 오토바이를 치운 이후의 사진이다. 2-3미터를 날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난 크게 다치진 않은 듯했다. 오른쪽 무릎의 청바지 옷이 모두 타 없어지고, 무릎은 살이 모두 나가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또한 오른쪽 발목은 뭔가 굉장히 삐드거 거리며 돌아가는 힌지 부분에 손상이 온 듯했다. 장갑은 낙법으로 착지한 오른쪽 장갑이 마찰로 좀 탔지만 다행히 손에는 팔꿈치와 손에는 지장이 없어 보였다. 머리는 헬멧으로 보호되어 다행히 큰 충격을 막을 수 있었다.


택시기사 아저씨는 차에서 내려 괜찮냐고 하시면서 '아이고 이거 어째, 내일 공항에 가야 하는데...'라고 중얼거리셨다. 화가 많이 난 나는 살아있어 감사하다는 마음과 별개로 아저씨한테 소리쳤다.


'신호를 도대체 보고 운전하시는 것이냐, 사람을 죽일 뻔했는데 공항이 뭐 어쩌고 어쩐다고요?'


아저씨는 졸았다고 했다. 그래... 졸음운전. 이것이 바로 음주운전보다 무섭다는 졸음운전이다. 얼마 전 경부선에서 버스기사가 졸아서 승용차 몇 대를 덮진 일이 있지 않았나. 나를 받은 차량이 택시가 아닌 트럭이나 버스였으면 낙법이고 자시고 바로 이 세상 로그아웃 감이었던 것이다.


경찰을 부르고, 보험회사에 연락했다. 아무리 봐도 내 책임은 없어 보여서 상대편 보험(택시공제조합)에 전화를 하고, 내 오토바이는 길 옆에 세워두었다. 경찰 공무원이 도착하고 조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거기서 쓰는 그것이 조서인지는 모르겠다.) 택시기사 과실이 맞다고 인정하며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후 나는 병원에 가서 여러 검사를 받은 후,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이 없어 입원이 아닌 통원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한 시간, 두 시간이 아까웠던 당시 나는 통원치료를 위해 쓰는 하루의 3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동시에 짜기로 소문난 택시공제조합 (보험회사)와의 밀당도 나를 피곤하게 했다. 택시공제조합은, 크게 다친 데가 없는지 확인하고, 또 더 큰 진료를 받지 못하게 하려고 말로 살살 구슬렸다. 그러면서 중간에 전화가 오더니 슬쩍 50만 원에 합의를 보자는 말을 꺼냈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몸도 아팠지만, 평생 타 보고 싶었던 오토바이를 이제는 탈 수 없을 정도로 공포 후유증이 생겨버린 시기였다. 걸어갈 때도, 차를 타고 갈 때도 예전보다 심하게 자주 뒤와 옆을 체크하는 후유증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뒤에서 나를 치고 갈 수 있다는 그 불안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렇게 슬쩍 얼렁뚱땅 제시하는 말도 안 되는 금액으로 합의를 볼 수는 없었다. 전화 건 택시공제조합 담당자고, 그 사람 잘못이 아닐 테고, 그적 직업이니 최대한 예의 바르게 내 입장을 설명하고 전화를 마무리했다. 그 이후로 담당자는 수시로 바뀌었고, 전화할 때마다 상황을 서로 다시 설명해야 했다. 한 마디로 대충 마무리하려는 공제조합의 술수였다. 그쪽 입장에선 내가 입원을 한 것도 아니고, 아주 작은 사고 쪽으로 분류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받았던 충격과 후유증에 비해 그렇게 쉽게 넘어가려 하는 회사의 입장이 괘씸했다. 나는 정당한 내 보상을 받기 위해서 최대한 reasonable 한 금액을 제시했다.


하루는 택시공제조합의 담당자가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팀장이 전화가 왔다. 약간의 권위의 목소리를 섞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원래 다 정해진 규칙이 있어서, 이래서 저래서 이런 금액이 산정될 수밖에 없다. 이 이상은 우리가 임의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난 나름대로 집에서 엑셀을 통해 근거 있는 계산을 해 보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대충 설명했다. 실제로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통원치료에 따른 2-3시간의 업무 부재가 있던 상황이었다. 기술영업직인 나는 오전을 버려야 했고, 그 타격은 상당했다. 우리 회사가 , 외국계 회사가 아니었으면 큰 문제가 있었을 수도... 어찌 됐든, 내 고객 쪽에는 큰 피해가 있었다. 팀장은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나는 근거 있는 이유를 들어 논리 정연하게 반박했다. 그리고, 이미 내 입장은 전달했으니, 내부적으로 논의해 보시고 자꾸 고구마 찌르듯이 얼렁뚱땅 전화로 넘어가려 하지 마시라고 경고했다.


초반에는 너무 예의 바르게 만 이야기하니 아마도 나를 무시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얼렁뚱땅 넘어가고, 실적 처리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이후에 팀장과의 통화에선 강하게 나오니 다소 당황했던 것 같다. 나도 직장에서 일을 해 보고 안 사실인데, 책임이 없는 사람들은 회사 내규 혹은, 상사가 시키는 일을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말단 직원과 말다툼을 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감정싸움일 뿐이니까. 이때 결정권을 가진, 혹은 책임을 가진 책임자와 통화할 때는 거침없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은 '회사 내규'라는 핑계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회사 내규는 그 회사 내부적으로 정한 테이블이고, 나는 회사 내부 사람이 아니니 나와는 관계없는 근거이다) 그렇다고 내가 정말 터무니없는 함의 금을 부른 것도 아니었다. 상당히 말이 되는 금액 선에서 정리하고 나도 넘어가려 했던 것이라 이것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경험도 쌓을 겸, 민사소송에 들어갈 계획에 있었다. (살면서 소송 한 번 안 당해보거나, 소송해보지 않겠는가. 지금이 그때인가 싶었다.)


이제 8월이니 자그마치 5개월을 끌었다. 마침내 주말에 공제조합에서 전화가 오더니, 또다시 한번 떠 보는 것이었다. 냉담하게 나의 의견을 이미 제시했고, 내부적으로 논의가 끝나면 저화를 달라고 했더니, 내가 제시했던 금액에서 마무리하고 끝내자며 녹음을 시작했다.


참 슬프다. 난 독하게 살 의도는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언제나 예의 바르고 미소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이 세사에서 그렇게 행동하면 사람을 호구로 본다. 어떻게든 속여먹으려고 말이다. 예의는 지키되, 호구는 되지 말자.


*부모님껜 절대 사고 났다고 말씀을 못 드렸다. 병원도 몰래 몰래... 그냥 오토바이가 안전하지 않은 것 같아 팔았다고 말씀드렸다. 괜히 걱정을 끼쳐드릴 필욘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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