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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Aug 03. 2017

초보 별다방 이용기

오늘은 집이 아닌 카페에 가서 일을 하게 되었다. 저녁에 약속이 있었는데 중간에 시간이 붕 떴기 때문이다. 

별생각 없이 약속 장소 주변 스타벅스로 향했다. 카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바로 스타벅스 아닌가. 솔직히 말하면 나는 스타벅스 팬이라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할 것 같다. 북미지역에 있을 땐, 동네에 카페에 대한 선택권이 별로 없었다. 적당히 공부할 곳이라면 서점 안에 있던 조그만 카페공간이 전부였고, 그 곳이 스타벅스였을 뿐이다. 


서점 안의 스타벅스를 사랑했던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종이책 냄새와 에스프레소 커피향의 냄새 조합이 환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외엔, 동네 스타벅스에서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떠는 정도. 내게 스타벅스가 주는 특별함은 이외에 따로 없었다. 오히려 한국에 돌아와 수 많은 카페 중에서 선택해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오자, 어느 곳을 이용해야할지 고민거리가 시작된 것이다. 

대학생 때 자주 가던 서점
서점 내부의 카페 분위기는 대략 이렇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최근까진 왜 사람들이 스타벅스에 열광하는지 잘 몰랐다. 아무래도 프랜차이즈 카페보다는, 인간 냄새나는 동네 로컬 조그만 개인 카페를 선호해서였을까. (굳이 프랜차이즈 카페라면, 나는 '전광수카페'를 굉장히 좋아한다) 오랫동안 스타벅스 공간에 대해 별로 좋지 않은 시각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꽤 많은 주변 지인들은 꾸준한 스타벅스에 대한 충성과 사랑을 보여왔는데, 그 현상들이 어느 시점부터는 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다른 브랜드와 달리 스타벅스는 고객을 팬으로 만들 수 있을까? 그동안 내가 경험한 사실만을 토대로 스타벅스가 여타 다른 브랜드와 다른 점에 대해 한 번 적어보려 한다. 


0. 브랜드 이미지

0번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꼽은 이유는 어찌 됐든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 편견에 심어진 '스타벅스'의 고퀄리티 이미지를 절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겐 스타벅스의 브랜드 이미지 자체만으로 다른 이유가 필요 없을수도 있겠다. 또는 아래의 이유들이 축적되어 사람들에게 스타벅스만의 이러한 브랜드 이미지 편견이 쌓이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즉, 스타벅스 로고를 본 순간, 사람들이 느끼는 '신뢰할 수 있는', '좋은 서비스', '안락한 곳'등이 연상된다면, 지금 이야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1. 인테리어

일단 인테리어가 고급스럽다. 내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도 아니고 사업자도 아니기에 뭐가 그렇게 다른지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보다는 인테리어에 돈을 쓴 느낌이다. 일단 조명은 '밝다', 라기보단 좀 '은은한' 느낌이고, 테이블 및 의자 퀄리티가 좋아 보인다. 직접 조명이 많은 한국사회보다 간접조명 대부분인 스타벅스에서 더 은은함과 아늑함을 느끼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뭐 지금은 꽤 많은 프랜차이즈 카페가 비슷한 조명 분위기를 제공하곤 한다)


2. 서비스

카페의 직원분들은 대부분 친절하지만, 지금껏 살면서 스타벅스의 직원분들 만큼 친절하고, 자연스럽고, 친근감이 든 카페는 없었던 것 같다. 이것이 '과잉친절'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친절함이 어떠한 억압 가운데, 혹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그 친절을 자연스럽게 진짜인지 아닌지 안다. 사실 '친절함'보다 더 내가 놀랐던 것은 '자연스러움'인데, 이것은 누가 시킨다고 되는 게 아니다. 아마 이것은 스타벅스 내의 노동 문화 자체의 유연함이 있어 가능한 게 아닐까 싶다. 위계질서나, 빡빡한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는 경우 이 자연스러움이 나올 수 없다. '친절함'도 정말 중요한데, 스타벅스 직원분들은 고객이 아무리 하찮은 제품을 주문해도, 사소한 부분까지 잘 챙겨주신다. 마치 '오늘 이 주문 하나를 받고 끝내고 집에 간다.'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뒤에 줄이 길거나 해도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데, 주문하는 사람 입장에서 꽤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음료를 주문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순간순간 하나가 다른 카페와의 차별점을 두는 게 아닐까 싶다. 서비스 퀄리티는 스타벅스가 최고인 것 같다. 이런 서비스는 타 브랜드가 따라한다고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이 아닌 것임은 분명하다.


3. 독립된 화장실 & 청결도

카페에서 화장실은 상당히 중요하다. 카페가 단순히 음료만을 마시고 가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카페에선 책도 읽고, 일도 하고, 미팅도 하고 간다. 그냥 시간 때우다 가기도 하는 곳이라 당연히 방문 1번에 화장실을 한 번 이상 사용하게 된다. 한국의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종종 빌딩 전체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화장실을 안내하는데 이는 화장실 관리 및 청결유지에 아무래도 어렵게 된다. 지금껏 스타벅스는 대부분 독립된 자기만의 화장실을 가지고 있었으며, 꽤나 청결도 유지 및 화장실 내 조명에 대해서도 관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4. 오래 있어도 눈치 주지 않는다

카페는 회전율이 중요하다. 예전에 종로에 조그만 카페에 들어가 음료를 주문한 뒤, 노트북을 꺼낸 적이 있다. 노트북을 꺼내기가 무섭게 사장님께서 음료를 만들다 말고 나오시면서, "총각, 여기는 음료가 저렴해서 빨리 마시고 빨리 가는 곳이에요. 그래서 공부 같은 거 하면 안 돼" 꽤나 무안했지만 1시간만 있다 나가겠다고 합의하여 마무리한 적이 있다. 비단 조그만 카페여서가 아니라, 대부분 카페라는 곳은 손님에게 음료를 판매하고 나가면, 새로운 고객에게 음료를 판매하여 음료 + 공간으로 사업하는 곳이 맞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정책적으로 음료를 판매하는 것이 아닌, 분위기와 문화를 판매하는 어떤 방향이 있는 것 같다. 일반 카페에 음료 하나 주문하고 두어 명이 앉아 3시간 앉아 죽치고 있어 카페를 망하게 하려는 불순 세력들은 반드시 반성해야 하지만, 스타벅스와 같이 일부러 고객에게 좋은 공간을 원하는 만큼 편하게 이용하게 하여, 충성된 고객, 팬들을 만들어내려는 곳이다. 아마도 이것은 100% 스타벅스 코리아에서 직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아무래도 사장님이 지점에 있으면, 매출에 신경 쓰게 되고 그러다 보면 스타벅스 같은 대인배적인 정책을 펼치기 어려운 듯.



이렇게 좋은 점들이 있으면서도 내가 느낀 단점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자. 


1. 가구들의 상태

몇몇 테이블이나 책상의 수평도가 불안했다. (wobby table) 이는 모든 카페들에게 있는 문제인데, 책상과 의자는 공간을 이용하는 모든 고객들에게 가장 큰 편안함을 주거나 불편함의 원인이 되는 요소다. 사실 이 부분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직원들이 오프닝 혹은 클로징 때, 한 번씩만 체크해주면 파악이 가능한 사항이다. 아니면 알면서도 교체비용이 부담돼서 그러는 것이라면 상당히 실망스럽다. 초기 불량인지, 아니면 소모품으로 사용되면서 망가진 것인지는 고객이 알 수 없지만, 오늘만 해도 테이블과 책상을 두어 번 바꿔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2. 무선인터넷 퀄리티

스타벅스는 따로 무선인터넷 비밀번호가 있는 것이 아니고 처음 웹에 접속하면 안내 페이지가 나오면서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사용권한을 주는 방식이다. 내 경우 30분마다 자꾸 인터넷이 끊겨서 다시 접속을 통해 무선인터넷을 이용했는데 이게 상당히 고통스럽다. 다른 곳에선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아 내 노트북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이전에도 스타벅스에서 비슷한 사항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스타벅스 무선인터넷 사용 권한(세션이 되었든 토큰이 되었든) 방식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 분명히 개선이 필요하다. 과거 한국 C모사에서 운영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를 이용하는데 정확히 45분이 되면 무선인터넷이 1-2분간 끊기는 현상이 있었다. 심심해서 진지하게 측정했더니 정확히 45분 만에 인터넷이 끊겼다. 그래서 나는 45분마다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무선인터넷 공유기의 전원을 내렸다 올리는 것이 분명하다는 음모론을 주장했다. 스타벅스가 그럴 것이라 생각은 들지 않으므로 반드시 개선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3. 고객 피드백의 어려움

스타벅스 정도의 서비스 퀄리티를 자랑하는 곳이라면, 더욱 좋은 서비스를 위해 고객들이 쉽게 피드백을 낼 수 있는 어떠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나와 같이 이런저런 불편함이 있는 경우,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한국인들을 위해 웹/모바일 상에서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도록, 피드백을 남길 수 있는 곳을 제공했으면 좋겠다. 


** 최근 들어 국내 요식업 사장님들이 '노 키즈존'(No Kids Zone)이라고 해서,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오는 엄마 고객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굉장히 보기 드문 현상인데, 양쪽의 어려움을 모두 들어보면 두 입장 모두 이해가 간다. 노 키즈존을 이유로 자녀들을 동반하는 엄마들을 비난해선 절대 안 된다고 생각이 든다. 동시에 자녀들을 동반하는 부모들은 사적인 공간이 아닌 이상, 자기 자녀가 예쁜 만큼, 더욱 공공장소의 예절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 카페에 부모들이 자녀들을 많이 데리고 오는데, 자녀들로 인해 어느 정도 시끄러운 점은 카페 이용자들이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시끄럽게 소리를 지른다든지, 뛰어다닌다든지 하는 부분은..... 노코멘트하겠다. 부모님들은 아이들 때문에 못 만났던 오랜 친구분들을 카페에서 만나 너무나도 반가워 수다의 꽃이 피겠지만, 그 사이 아이들은 카페를 점령하고 칠 왕좌에 앉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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