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회사 팀 회식 초대를 받았다. 불과 3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고마운 마음에 참석키로 했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워하는 모습들. 퇴사 선물이라며 팀원들이 돈을 모아 선물 보따리를 건네주었다. 이 이렇게 마음 따뜻한 일이 근래에 있었던가. 조심스레 포장지를 열어보니,
바로 고양이 세계의 마약이라 불리는 챠오추르였다. 다른 또래의 팀원들은 결혼해서 낳은 아기들 이야기를 하며 지내는데, 나는 맨날 고양이 고양이 하니 나름대로 깊이 고민하고 선물을 골라 주신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퇴사 선물로 고양이 간식을...) 주신 게 어딘가. 참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다. 내겐 고양이가 자식 같으니 말이다. (자식이 없으니..)
회식은 한남동 어느 고깃집에서 열렸다. 재직 시절 자주 회식을 하던 장소였다. 고기도 잘라주시고, 고기 퀄리티도 좋은 곳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잘 되냐'라는 질문을 건너뛰고 이제 '제품은 다 만들었냐'라는 질문을 받게 되었다. 부끄럽게도 아직 지연이 되고 있다고 하니 타이밍이 생명이라고 조언해주셨다. 백번 맞는 말씀이다.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다.
팀장님은 최근 새로 합류한 팀원분 두 명을 환영해 주었다. 팀은 내가 3년 전 합류했을 때보다 6명 정도가 늘어난 셈이다. 향후 자동차 업계, 특히 통신 임베디드 SW의 핵심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회사의 입장에선 향후 10년이 염려 없다고 말씀하시며 잘 입사하셨다고 환영해 주셨다. 내겐 해당되지 않는 말이었다.
과장님이 전보다 웃음을 많이 잃었다고 하셨다. 음, 나도 모르게 웃음이 줄었나?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3주간 인간 사람과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고 혼자 일을 하다 보니 말수도 줄고 당연히 웃음도 줄었나 보다. 뭐 개의치 않는다. 내 직속 상사였던 차장님은 연락을 안 한다고 좀 삐지셨던 것 같다. 앞으론 종종 연락을 드려야겠다. 내가 느끼는 타임라인과 그분들이 느끼는 타임라인은 확실히 다른 것 같다. 새로운 일을 맞닥뜨리게 되는 사람들은 시간이 굉장히 빨리 가지만, 원래 하던 일을 계속하던, 큰 변화가 없던 사람들에겐 시간이 엄청 느리게 간다.
회식 중반에 이르자, 재미가 없어졌다. 이제 팀원들은 당연히 회사 이야기를 계속하게 되고, 내겐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회사 분들, 참으로 반갑지만, 이런 큰 규모의 회식이나 만남은 앞으로 자제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내게도, 그분들에게도 얻을 게 없다. 무엇보다, 내게 공감이 될만한 이야깃거리가 없는 게 문제다. 이제는 회사 이야기가 너무 재미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