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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Aug 07. 2017

마약과 같은 책

오늘은 합정동의 알라딘 중고서적을 방문했다. 쇼핑하듯 마음껏 읽고 싶은 책을 골랐더니 아래의 책 덩어리가 겨우 3만 원을 조금 넘는 가격. 놀라운 가격에서 이루어진 득템이다.



교회를 마치고 이전에 같은 구역 형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형은 교육사업도 하고 계시고 숙박업도 하고 계시는데 '공간'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나 역시 공간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더욱 이야기가 즐거웠는지 모르겠다. 또한 '책'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야기는 언제나 유쾌하다. 독서모임이 여기저기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한층 고무된 이야기를 나눴는데, 나는 관심만 있었지, 형은 실제로 이곳저곳의 독서모임을 나가고 있었다. 다음 달부턴, 나도 독서모임을 나가봐야겠다.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3학년 때, '퇴마록' 신간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동네 작은 서점에 예약을 하고 기다려야 했다. 그러면서 동네 서점에 방문하는 것이 언제나 즐거웠는데, 내 기억에 서점 주인아저씨는 엄청난 지적 스승으로 보였다. 물어보면 모르는 것이 없었으며, 책 추천을 해 주실 때도 그 누구의 추천사보다 생동감 있게 해 주셨다. 이는 고속터미널 대기실의 조그만 책방 서점 주인아저씨 역시 같은 내공을 가진 것 같다. 그때 잠깐, '언젠간 나도 서점을 운영하면 미친 듯이 많은 책을 읽을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좀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데, 난 책 냄새가 좋다. 책 냄새가 나는 향수가 있다면 구매할 지도.  나만 그런 것 같진 않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페이지를 넘기는 그 '손 맛' 또한 굉장히 즐겁다. 이것은 왜인지 상당히 미스터리 한 일이다. 또한 책을 손에 들고 있는, 그 적당한 무게감이 좋다. (별게 다 좋다) 몰랐던 내용에 대해 배움이 있을 때 상당히 뿌듯하며, 공감이 되는 내용이 있을 때 상당한 위로를 준다.


책은 이야기를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책은 이야기를 전하고, 책을 읽은 사람은 그 이야기에 이야기를 가공해서 재생산하게 된다. 책을 읽은 사람들끼리 만나게 되면 이야기의 꽃이 핀다. 이 재생산의 속도는 놀랍다. 그렇게 읽히고, 생각하고, 나눈 내용은 우리의 피와 살로 흡수된다. 지식 및 정보습득의 목적으로만의 독서라면 이런 전율을 느낄 수 없는 것 같다. 사람과의 대화도 좋지만, 그 사람의 정돈된 이야기를 듣는것이 또 좋다. 그래서 책도 좋고, 책 저자와의 만남도 좋다. 같으면서 다르다. 다르면서 또 같다. 그 조화가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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