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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Feb 02. 2018

다시 혼자로

대략 2개월 반 정도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서 일했다.


사람은 어딜 가도 2개월 정도 있으면 그 환경에 적응하게 된다.

첫 한 달은 정신없이 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는 시간이었다면, 그다음 한 달은 조금 내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팀 구성은 좋다. 디자인/기획자로 있는 동료는 원래 개발자인데 디자인 실력도 좋지만 워낙 개발 퍼포먼스가 좋다. 코딩 실력뿐 아니라, 소스 관리 능력, 팀 리딩 능력 등을 포함해서 그냥 일을 정말 잘 한다. 여러 회사를 다녀봤지만, 이렇게 일 잘하는 동료는 정말 처음이다. 놀라울 정도.


회사의 대표 형도 놀라울 정도로 사람들과 잘 친해지고, 대외적으로 거침없이 활동한다. 이래저래 보고 배울 점들이 참 많은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주간 고민하다가 나는 다시 혼자로 돌아가기로 했다.


나의 목표는 자주국방.. 이 아니라 내 아이템으로 바닥부터 시작해서 굴려보는 것이었다. 회사에 있으니깐 좋은 점들이 꽤 많았다. 뭔가 사무실도 있고, 팀 동료도 있고, 대표도 있어서 안정적이었다. 많지 않지만 일단 월급일이 되면 월급이 통장에 들어오고, 나는 돈 버는 일에 포커스가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서 잘 해내는 것이었다.


어쨌든, 뭔가 되든 안 되든 특정 금액의 수입이 들어온다는 것.

이것이 회사를 다시 나오기로 한 이유다.


태어나서부터 사업가의 본성이 있어서 돈을 잘 다루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나는 아니다.

나는 뭔가에 익숙해지고 잘 해내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다.

성실하게 그 시간을 충분히 썼을 때, 난 꽤 할만할 정도로 성장을 하곤 했다.


절벽에서 뛰어내려 비행기를 조립해 날아가 보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난 계속 안정적인 잔디밭에 앉아 뭔가를 만들어보는 수준에서 머물 것이라 판단했다.


계획은 이렇다.

1. 외주 개발 프로젝트로 최소 한 달 100만 원의 수입을 유지한다. 그러나 가능하면 너무 큰 금액의 외주 프로젝트는 맡지 않는다.

2. 50만 원은 과외, 강의, 컨설팅을 통해 번다. 이는 오프라인의 니즈를 몸으로 체험하기 위함이다.

3. 나만의 제품, 즉 외주 개발도 아니고, 과외, 컨설팅도 아닌, 스스로 만들어 낸 제품을 통해 만원을 번다.


3번이 제일 중요하다. 첫 목표는 1억 도, 천만 원도, 백만 원도, 10만 원도 아니다. 2월 한 달 동안, 10,000원을 내 제품으로 벌어보는 것이 목표다. 무슨 말이냐, 그다음 달에도 이 만원은 또 벌려야 한다. 그 다다음 달에도 마찬가지.


월 구독형 제품을 만드는 SaaS 스타트업에서, 5천 원 내는 유료 고객을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지 경험했다. 고객들은 자신한테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제품엔 100원도 쓰기 아까워한다. 싸다고 절대 유료 결제하지 않는다.


그런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기능이 환상적으로 좋으면 만원이라도 기꺼이 자신의 신용카드를 등록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래서 만원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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