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소개팅 가거나 사람 처음 만나면 흔히 물어보는 질문이 "혹시 영화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이다. 혹시라도 "네"라고 대답하면 좋다고 "와 진짜요? 저도 좋아하는데 대박" 같은 뻔한 대화를 이어 나간다. 영화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아 살면서 두 명 정도 보긴 했다.
"여행, 좋아하세요?"라는 질문도 영화까진 아니더라도 꽤나 자주 오고 가는 질문이다. 사실 여행이라는 카테고리는 꽤나 넓은 의미로 구체화가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여행"과 "관광"에는 차이를 둘 필요가 있다. 우리가, 특히 한국인이 여행이라고 말한다면 대부분 관광일 확률이 높다. 자신이 경험했던 여행은 (최근에는) 관광 스타일의 여행이었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 간단하게 xx투어 같은 곳에서 제공하는 투어 프로그램이 전형적인 "관광"이라고 볼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에 가서 보고 사진 찍고 유명한 음식을 먹어보고 오는 것이다. 때로 SNS에 지인이 사진만 봤을 뿐이고 자신은 가보지도 않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낯선 느낌이 들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건 왜일까? 예상컨데, 매우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의 "포토존"일 확률이 높다. "관광"을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부모님을 둔 내 입장에서도, 우리의 부모님 세대분들을 위해 코스 관광은 앞으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코스 관광을 우리 부모님 세대들, 6,70를 위해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는 백번 찬성이지만, 조금 반갑지 않은 사실은 2,30대의 젊고 패기 넘치는 젊은 세대들 역시 "관광"을 "여행"으로 착각하고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내용의 여행에 자신의 돈과 시간을 쓰는 것은 100% 자유이기 때문에 개인이 뭐라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3년 전 동유럽을 여행한 적이 있다. 의아했던 것은, 청년들이 수백만 원의 비행기 값과 숙박비를 부담해서 큰 맘먹고 날아온 타지에서 오직, 유명한 장소에서의 사진 인증, 현지 음식 체험(역시 사진 인증) 그리고 심심해서 할게 없어 N사의 유 x 카페를 통해 한국인들끼리 번개모임을 가져 외로움을 해결하려 애쓰는 모습들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서 많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전에 90년대 유행했던, 너도 나도 스펙 쌓기의 일종으로 "어학연수"를 이력서에 올리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던 시절이 생각이 났다. 요즘 유럽여행도 그런 코스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다음 편에서는 대안으로 어떤 방법들이 있는지 나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