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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Mar 25. 2019

투자

왜 받아야 하는지 알고 가자

투자를 누가 크게 받았다는 뉴스를 접하면



우와 대단하다, 성공했네

하고 부러워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순진했던 것 같다. 


이제는 누가 투자를 받았다고 한다면 이런 생각이 든다. 


와, 이 회사의 서비스와 팀을 믿는 투자자가 나타났나 보다. 대표는 이제 전보다 상당한 부담과 책임감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해야겠네. 도대체 이 투자자는 이 시장에서, 또 이 회사에 어떤 미래를 보고 성장 동력의 기회를 제공한 것일까? 


하며 그 회사의 이전 배경과 현재 수치들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더 나아가서는 이 투자자가 이전에 투자했던 이력이 있는지도 본다. 


투자를 막 받은 대표님들을 만나면 무척이나 좋아하면서 마치 성공한 사람처럼 삼페인을 터뜨릴 것 같지만, 안 그렇더라. 전보다 더 진지하게, 전보다 더 부담을 가진 채로 사업을 진행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투자라는 것이 실패에 대한 법적인 책임 없이 함께 위험부담을 가지고 돈을 넣어 연료를 태우는 것이지만, 아마 받아보면 당연히 부담이 되지 않을까. 


투자는 항상 좋은가

많은 회사들이 투자를 받기 위해 애쓴다.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투자만 받으면 다 해결될 거라는 위험한 생각들을 많이들 가지고 있다. 나도 그랬다. 유명한 엑셀러레이터에 선정만 되면 엄청나게 성장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다른 엑셀러레이터 선정된 회사들을 보면 역시 부러워하면서 '와 저기는 성공하겠네'라고 역시 순진하게 생각했다.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을 스타트업 언론들에서 써 주시는 것만으로도 뭔가 어깨가 으쓱할 것 만같은 그 느낌. 투자에 대해 잘 모르는 친구, 지인, 애인, 가족들은 마치 우리가 성공한 것처럼 한 턱 쏘라 그럴 수도 있다. (정말 잘 모르는 친구들은 정말 크게 성공한 줄 알고 돈 빌려달라라는 말도 할 것 같다)


초기 투자는 항상 좋은가

초기엔 정말 기술회사가 아닌 이상, 투자를 오히려 받는 게 정말 득일까 싶다. 돈 없이도 사람의 아이디어와 코어 인력만을 가지고 product market fit을 맞춰야 하는 게 맞다. 아무리 작아도 그렇게 맞추지 않으면, 뭔가 조작된 fit을 가지고 잘못된 곳에 노력할 수도 있다. 이 세상엔 언제나 불편함과 문제, 그리고 요구사항들이 있다. 크던 작던 그렇다. 그렇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당연히 다양하게 있다. 효율적일 수도,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product market fit은 효율성을 따지기 전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과연 그 가치를 인정해 주고 비용을 내겠느냐에 대한 검증의 단계이지 않을까. 그래서 초기 단계에는 반드시 가내수공업을 통해 시장성을 검사해야 하는 것 같다. 


투자는 언제 받아도 좋은 것일까

요즘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한다. 투자란 적절한 시기에, 말이 되는 이유로 필요한 만큼 받아야 하는 것 같다. 어떻게든 돈부터 받아놓고 어떻게 쓸지 고민해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돈을 잘 쓰지 못할 것 같다. 다시 말하면 물이 들어올 때 투자를 통해 추력을 추가해야 하지 않나 싶다. 돈이 필요하다면, 분명히 어떤 부분에서 우리가 돈이 부족해서 못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가 못 하고 있는 원인을 순전히 자금으로만 돌리는 것은 너무나도 무책임하며 투자자가 그런 논리를 들어줄 리가 없다. 



아이템 확장을 위한 투자

우리가 신세계 자회사도 아니고 아이템을 늘리기 위해 투자를 받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게 있는데 그걸 무엇보다 엄청 더 잘하기 위한 목적으로 투자를 받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내가 어디에 무슨 목적으로 돈을 써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아이템 확장을 위해 돈을 쓴다면, 이건 역시 초기단계에서 돈 받아서 실험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 



투자를 위해서 시장의 상황과 우리 팀의 능력, 그리고 우리의 논리를 지속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어려운 일이다. 우리의 성장을 위해 집중하면서, 없는 말을 만들어내지 않고, 현재의 팩트와 우리 회사의 미션, 비전, 팀 구성을 말하면 정말 우리가 왜 투자가 필요한지, 돈을 받아서 성장하라고 투자자 쪽에서 먼저 말을 꺼내는 것이 이상적이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우리의 엄청난 언변과 설득과 그림도 좋지만, 그 이전에 투자가 있던 없던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것이고, 해 낼 것이라는 믿음을 주면 좋지 않을까. 그래서 투자를 받으면 우리가 이루려는 목표를 더 이른 시간에 폭발적으로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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