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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Jul 22. 2016

또 다른 고민 - 프로그래밍 부트캠프

고민 그리고 또 고민

언제나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었다.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바로바로 적용해서 구현해볼 수 있는 능력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프로그래머는 개발자라기보다는 예술가에 가까운 것 같다. 똑같이 기능을 구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방향이 다르다. 마치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 내부의 아무도 보지 않는 디자인에 집착했던 것처럼, 프로그래머들도 실제 기능 구현의 범위나 속도에 영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은밀하고 내부적인 부분의 정교함과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장면들을 목격했다. 따라서 그들은 예술가에 가깝다고, 관찰자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싶다. 


나 자신은 프로그래밍과 전혀 무관한 일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직접적으로 개발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다. 대학 때 잠깐 강좌로 맛보기로 배운 C++과 MATLAB 프로그래밍, 그리고 약간의 유닉스, 임베디드 리눅스 프로그래밍이 있었다. 그리고 혼자서 조금씩 재미로 했던 8비트 MCU 프로그래밍과 아두이노 정도... 언제나 수박 겉핥기 정도였고 말하기조차 부끄럽다. 


30대가 되었고 솔직히 무언가를 새로 도전하기에 푸릇푸릇한 나이는 아니다. 하지만, 더 늦은 나이에 새벽 4시에 일어나 2-3시간씩 공부하고 풀타임 직장일을 하시다가 개발자로 전업하신, 브런치의 한 작가님을 팔로우하고 있다.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담배 끊은 분들보다 더 독하신 것 같다. 이것은 새벽에 수영 갔다가 출근하시는 분들보다 더 굉장한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한 일이다. 솔직히 말하건대 나는 그럴 자신이 없다. 나는 그 정도로 똑똑하지도 않고, 그 정도로 무언가를 끈기 있게 해본 적도 없다. 다만, 약간의 도움을 받으면 난 꽤나 해내는 편이다.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과대평가하지 않기로 한 이상, 난 누군가의 굉장함을 그대로 따라 하지 않기로 했다. 


스타트업 붐이 일고, 이러한 환경에서 많은 회사들이 "좋은" 개발자를 찾아 나서고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좋은"개발자는 많이 없다고 한다. 로켓펀치에 보면, 조금 막 시작한 스타트업 구인 담당자들은 

"풀 스택 개발자분을 모십니다"

라고 올리기도 하지만,  진짜 좋은 그리고, 진짜 '풀 스택'을 개발하는 개발자분을 모시기란 '제갈공명'을 얻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풀타임 직장을 가지면서, Airbnb와 같은 웹사이트를 만들기 시작한 지 꽤나 몇 달이 지났는데, 큰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개발자 친구분과도 이야기를 해 보지만, 내가 워낙 무지한지라 언제나 나를 가르쳐가며 대화를 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대화가 이루어지곤 한다. 플랫폼 개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지만, 옆에서 지켜만 봐야 하는 이 상황이 싫다. 그래서 배우고 싶었다. 


패스트캠퍼스에서 node.js로 시작하는 웹 프로그래밍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퇴근 후 일주일에 6시간씩 하는 수업인데, 강사님이 굉장히 잘 가르치신다. 아직 익숙지 않고 새롭고 어렵지만, 서버 쪽 프로그래밍 배우는 것이 재밌다. 뭔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동작되는 것이 재미있고, 왜 그렇게 되는지 직접 꾸며볼 수 있는 이 과정들이 굉장히 행복하다. 


그런 와중에 코딩 부트캠프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부트캠프란 어느 학원 같은 곳에서 하루 종일 프로그래밍 관련 수업을 듣고 코딩하고 토론하고 이런 과정을 보통 3개월 정도 하는, 한국 말로 "빡세게", 영어로 "immersive" or "intense" programming course라고 요즘 부르고 있다. 

아무래도 미국 실리콘밸리나 뉴욕 쪽에 많은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고, 학비도 만만치 않다. 

http://www.fullstackacademy.com/    뉴욕 쪽을 알아보다가 오늘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프로그램을 주목하게 되었다. 미국보단 유럽을 좋아하는 내게 스페인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 https://codeworks.me/program(물론 부트캠프 역시, 입학허가를 받아야 하며, 좋은 프로그램의 경우 입학하기가 생각보다 까다롭다고 한다) 한국에도 "코드 스테이트"라는 미국의 부트캠프를 경험하고 오신 분들이 한국에도 비슷한, 아니 거의 동일한 커리큘럽으로 준비하신 곳이 있다. 이 곳도 함께 고려를 해 봐야겠다. 


http://codestates.com/


이런 빡센 프로그래밍 코스를 듣기 위해서는, 일단 입학허가를 받아야 하며, 또 다른 문제는,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이나 그만둬본 내가 못 그만둘 이유는 없지만, 어찌 됐든 매 번, 내겐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과정이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은 그 어느 곳 보다도, 좋은 분들이 그리고 최고의 인재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쉽게 '퇴사' 논의를 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결국 나의 선택과 실행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걸까. 이런저런 점들이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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