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하지 않음
오늘 퇴근길에 놀이터를 지나가면서 어떤 할아버지가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옆 빌라 건물에 할머니 두 분이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나는 늙은 분들에게 갑자기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래 우리는 모두 늙게 되어 있어,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 그렇다면 문제는 두 가지이다.
나는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매일 열심히 회사를 다니고 정기적으로 월급을 받고, 퇴근 이후 취미생활을 즐기고. 이러다 늙으면 은퇴하고, 철저히 준비한 노후를 즐기고..
아니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나는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지금을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보험이 싫다. 미래의 무언가를 위해 지금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고 싶지 않다. 절약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 아니다. 오지 않은, 아직 먼 미래의 영화를 위해서 현재를 희생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행복하게, 의미 있게 살고 있는가이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를 수 있다.
나는 이 말이 좋다. 첫 번째, 두 번째 회사에서 퇴사를 하기로 결심하고 이야기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만류했다. 만류도 만류지만, 온갖 걱정과, 고생할 거라는 둥, 여길 나가면 뭐가 다를 것 같냐는 둥, 현실안주적인 조언이 난무했다. 그러나 그런 말들이 깨끗이 무시될 정도로 나는 단 한 번도 두 번의 퇴사를 후회한 적이 없다.
뭐 곰곰이 생각해 보면, '퇴사'냐 계속 '잔류'냐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자리가 어디가 됐건, 어떤 자세를 가지고 살고 있느냐의 문제이지 않나 싶다.
지금 있는 회사는 정말 한국에서 손꼽힐만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좋은 회사이다. 그런데 행복하지가 않다. 회사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상황이 좋고, 환경은 나아지고 있다. 그런데 행복하지가 않다. 단순히 무료함은 아닌 것 같다.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하고 개척해 나가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인 일이다. 나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일할 때, 그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는 일이 꽤 될 것이며, 적어도 내게 행복이란, 그런 일련의 과정 속에 처하는 나 자신의 모습을 매번 받아들이는 순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