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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Aug 07. 2016

행복한 저녁노을

평화로운 주말

한국에서는 '미취업 상태'에 대해 지나치게 공포감을 조성하는 경향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미취업 상태', 더 직관적으로는 '백수 상태', 즉 정기적인 수입이 없는 상태가 불안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산행에서 감염된 '좀비'? 들이 쫓아오는 정도의 공포까지는 절대로 아니다. 

부산행 (출처: CGV)

지나친 공포감을 조성하는 범인은 바로 '주변'이다. 전 세계적으로 미취업 상태가 선호되는 곳은 없겠지만, 미취업 상태를 바라보는 편견이 우리나라만큼 심한 곳이 또 있을까? (물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전 세계 모든 곳을 돌아다녀보지 않았지만) 적어도 내가 만난 30여 개국에서 여행 다니던 친구들의 태도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역시 물론, 여행자의 태도는 비 여행자와 조금 다를 수 있다.) 


대학교 때 제어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소개해 준, 고정익 전투기 중, 조종면(control surface)이 앞단에 위치한 전투기의 경우 훨씬 더 큰 불안정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훨씬 더 큰 기동성을 가지게 된다고 배웠다. 즉, 이 전투기는 다른 형태의 안정성이 높은 비행기와 달리, 자동차로 치면 직진을 하기 위해 수 없이 보정 제어를 해 주어야 한다. 즉, 굉장히 불안하다는 이야기다. 

Saab 37 Viggen (출처: 위키피디아)

직업이 없는 상태 자체로는 그 사람의 삶이 불안정한 삶이라고 바라보는 것은 맞다. 왜냐하면 고정수익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안정한 삶' 자체를 우리는 언제부터 부정적으로만 바라봐 왔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고정수익을 받아가는 직장인들이, 그들이 안정적인 '월급'을 받아감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직장생활에 대한 불만은 생각보다 꽤 높은 편이다. 

나의 이론은, 한국의 어느 누군가가, 미취업 상태에 대한 불안함을 조성하기 시작했고, 여러 세대를 거쳐 이 사람, 저 사람 등을 통해 미취업 상태에 대한 불안함이 지나치게 증폭되어 온 것 같다. 모두가 사실, 진짜로 이 미취업 상태를 제대로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더더욱 공포는 사라지지 않는다. 공포가 사라지지 않을 뿐 아니라, 그러한 미취업 상태에 있는 주변 지인들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는 경향 역시 있다. 믿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듣기로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큰 회사를 다니지 않고, 작은 회사를 다닌다고 하면 어른들, 주변인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다고 한다. 회사 문화와 환경이 중요해진 지금은 어떤가? 젊은 사람들은 안다. "어디 다녀요?"라는 물음에, 정말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작은 기업들이 더 많다. 


미취업 상태라는 말은 사실 틀린 말이다. 이 말은 즉,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취업'이라는 것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말이다. 학교를 졸업하는 대다수의 대한민국 청년들이, 당연히 '취업'의 길만을 옵션으로 생각하는 것이 안타깝고, 나의 6, 7년 전 동일한 생각을 했던 나 자신이 안타깝다. 


오늘은 일요일, 우연히 빨래를 걷으러 갔다가 저녁노을을 보게 되었다. 내가 있는 곳은 옥탑이라 문만 열고 나가면 주변이 다 낮게 보인다. 노르스레 붉어진 하늘과, 조용한 주변 마을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좋다'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현재 숨 쉬고 있음에 대한 감사함, 거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 감사함이 끊이지 않는다.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 감사하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욕심이 줄어든다. 


굳이 미취업 상태를 더욱 공포스럽게 만드는 또 한 가지의 원인은, 평소의 고정수익에 근거하여 소비하는 그 사람의 소비량인 것 같다. 생각보다 우리는 꽤나 많이 소비하게 된다. 여기에 '신용카드'가 결합되면 시너지 효과는 더욱 크다. 자잘한 소비들이 모여, 우리의 월말 명세서에 찍히는 그 큰 금액을 감당하기 위해서 우리는 더욱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조금만 생각하면, 과연 우리는 돈을 더 쓰는 나의 소비패턴을 맞추기 위해 돈을 더 벌길 원하는 것인지, 돈을 더 벌어서 돈을 더 쓰고 싶어서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어느 정도 우리 모두가 그러한 소비패턴에 발이 묶여 있다는 것이다. 더 좋고 편안한 것을 경험하게 되면, 조금은 불편한 것으로 다시 돌아가기 쉽지 않다. 


자연과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내용을 조금 줄여본다면, 생각보다 더욱더 고급스럽고 편한 것을 사용하지 않아도, 꽤나 행복하게 우리의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은, 분명히 나보다 고정수익이 적어 보이고, 수익이 불안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들이 내일에 불안하지 않는 방법은,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회사를 다니면서 고정 수익이 정기적으로 늘어나는 우리들은, 내일을 불안해하지 않고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소비의 늘어남에 대해 속지 말아야 한다. 속이는 자들은 우리의 주변과 미디어라고 생각한다. 월급이 늘어난다고 해서 우리가 그것에 맞추어 좀 더 고급스러운 의식주로 갈아치우는 것이 개인만의 행복이라면 모르겠지만, 아무 생각 없이 커리큘럼처럼 정해진 길처럼 생각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 하루, 저녁노을에 무지 행복하다. 이런 환상적이 저녁노을은 신기하게도 돈이 들지 않았다. 음, 다음엔 친구라도 데려와서 같이 감상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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