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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Jul 30. 2016

어떻게 살 것인가

작가 유시민의 책을 읽고 퇴사를 결심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앞에서 인용한 바 있는 철학자 밀의 주장이다. 그냥 이 구절을 읽으면 그저 옳은 말로 보인다. 하지만 인생은 너무 짧은 여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으면 그 느낌이 사뭇 달라진다. 그렇다. 내 방식대로 살아야 한다. 누가 시키는 대로 또는 무엇인가에 얽매어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그런 생각이 든다.  -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제 2장 어떻게 죽을 것인가 중에서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 책의 2장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이다. 아이러니하지만, 고민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삶을 산다는 것은 죽음을 기준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영원'의 삶을 전제로 어떻게 살 건지 고민하다가는, 그것이야 말로 타인을 해하거나, 내 배만을 위해 산다거나, 자살이 꽤나 합리적으로 삶을 마감하는데 설득력 있게 들리게 된다. 어느 시점에 우리가 모두 피할 수 없는 '죽음'을 기준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오늘 하루 나의 삶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나는 오늘 하루를 살지만, 오늘 하루를 죽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즉, 내가 죽기 전에 후회할 것들은, 오늘 하루를 살면서도 후회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지금껏 자라고 지내오면서, 수 없이 많은 교훈과 조언, 충고 그리고 참견 안에 살아간다. 아시아 나라의 특징인지 모르겠지만, 서구 나라보다 한국이 좀 더 한 것 같다. 모든 조언과 충고를 다 듣고 살다 보면, 내 색깔을 잃어버린다. 유시민 작가가 인용한 밀의 주장은 상당히 일리가 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를 두고 우리는 너무도 쉽게 누가 정해놓았는지도 모르는 커리큘럼의 노예가 되어, 영화 인셉션처럼 그 세계 안에 갇혀 살게 된다. 사실, 더 깊게 고민하기보다는 그렇게 set-up 된 세계 안에서 정해진 경쟁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때로는 상대적으로 덜 난해할 수도 있겠다. 

모든 사람들에게 '최선'의 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린 마치 그래야만 하는 것 같은 착각을 하지만, 그럴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우리 모두가 '최선'의 선택을 하고 그렇게 연속적인 최선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맞다면, 소수의 그 누군가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평범한 우리 같은 사람들은 희망이 없다. 

노고산 근처의 아름다웠던 길

30대가 되어 뒤늦게 앞이 정해져 있지 않은 길을 가보려 한다. 나는 퇴사를 하고 별로 신통치 않아 보이는 아이디어로 사업에 뛰어드는 나 자신이, 인생에서 굉장한 선택이고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것처럼, 스스로를 드라마의 주인공 화하곤 했다. (적어도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러나 한 번 마음을 정하고 나니, 생각보다 수많은 선배들이 이 길을 걸었고, 생각보다 전체 인생을 놓고 봤을 때, 너무 엄살이지 않았나도 싶다. 그래서 지금은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 아무 생각 없이 온라인으로 주문하던 필요치 않았던 쇼핑을 중지하면 되는 것이고, 평소에 별생각 없이 먹던 비싼 음식들 대신, 가격이 좋지만 따뜻한 밥을 먹으면 되는 것이다. 사람은 다 살아가게 마련이다. 


작가 유시민은 노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자신이 재미있는 일을 '놀이'로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좋다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을 '놀이'로 좋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회사를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 그렇다. 나는 회사에서 자기 주인의식과 자긍심을 가지고 자신이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최선을 다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분들을 존경한다. 하지만 내 취향으로는 조금씩 점진적으로 아무것도 세워져 있지 않은 바닥에서 시작해보고 싶다. 무언가 대단한 것을 성취 해내 보고 싶거나 큰 회사를 만들어서 큰돈을 만져보겠다는 생각이 없지는 않지만, 그것이 목표는 아니다. 바닥부터 잘되든 망해보든, 한 사이클을 돌아보고 싶다. 인스타그램의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은, 인생의 작은 순간순간은 단 하나도 잃어버릴 게 없다고 했다. 분명 나의 지금 이 선택은 대단한 '삽질'일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삽질을 해야 그다음 삽질할 부분이 보인다. 난 너무 많이 상상과 계획만으로 모든 일을 결정지어 버렸다. 생각보다 나의 시뮬레이션은 똑똑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을 짓자. 되고 안되고는, 똑똑하지도 않은 나의 머리로 판단하지 말고, 진득하게 실험하고 실행해서 결과를 보고 결과를 근거로 다음 행동에 옮겨보자. 그래서 내게는 지금 당장의 월급보다 '시간'이 더욱 가치 있다. 회사에 그만두겠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조금 더 일을 하면서 월급을 모아서 쓰라고 하셨다. 틀린 말씀은 아니지만, 내게 지금 조금 더 받는 월급보다 '시간'이 훨씬 금액적인 가치가 있다. 한 살이라도 더 일찍 삽질을 시작해야 근육이 생기게 될 것 같다. 다음의 더 똑똑한 삽질을 위해, 지금 약간 어처구니없는 삽질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봐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현시점에 굉장한 불안감과 걱정을 끼쳐드리게 된 어머님 아버님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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