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놀러 가는 것의 의미
우리는 모두 어릴 때, 친구네 집에 놀러 가곤 했다. 그러나 점점 나이가 들면서, 누구네 집에 놀러 가는 빈도가 점점 줄어든다. '집들이'나 해야 할까. 그렇지 않으면, 누구네 집에 놀러 가는 것도, 우리 집에 누구를 초대하는 것도 마냥 귀찮거나 불편하다. 언제부터 그랬을까?
해외에 나가보면, 우리나라의 삶과는 많이 다르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로는, 웬만하면 서로 집에 초대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 물론, 환경적인 요소를 무시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젊은이들, 혹은 젊은 부부들, 특히 서울 혹은 근교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누구를 집에 초대할만한 공간적인 여유로움, 그리고 심적인 여유로움을 가지긴 분명 쉽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밤문화, 야외에서의 술 문화 (1차~5차 등등) 이 발전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밖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가 되곤 한다.
여기서 나는 집에 초대하는 것, 집에서 함께 놀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것은 밖에서 동일한 활동과, 동일한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집에 초대하면, 나의 사적인 공간을 오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어느 정도 나의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그래서, 어려움을 무릅쓰고, 나의 공간을 오픈해서 초대를 하고, 사람들이 방문을 하면, 아이스 브레이킹이라는 것이 따로 필요 없다. 원래 어색함이라는 것은, 한 사람이 먼저 크게 오픈하면, 상대방도 깨기 쉬운 것이다. 집은 공간이 크고 작고를 떠나서, 아늑하다. 업무 종료시간이라는 것도 없다. 구경할 것도 많다. 이야기할 것도 많다. 왜냐하면 집에 있는 모든 것은, 그 사람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진다. 자연스레 집에 사는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누구네 집에 놀러 가면, 꽂혀있는 책들을 먼저 구경한다. 책들의 제목을 보면서, 아 이 사람은 이런 책을 읽는구나, 하고 그 사람을 더 알아간다. 또 책장 서랍을 열어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이것은 굉장한 프라이버시 침해이므로, 언젠가부터 그만두게 되었다.
어쨌든, 밖에서 아무리 만나봐야, 아무리 술을 마시고 4차까지 가봐야, 친해지는 정도는 거기서 거기다. 사람은, 집에서 놀아야 친해진다. 진짜로 친해지려면 집에 초대하고, 또 많이 놀러 가자.